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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May 23. 2024

#groro, 화단을 기대했는데

https://groro.co.kr/story/10240



 화단을 기대했는데 그 기대보다 귀찮음이 게으름이 앞섰는지 안 그래도 언박싱이 늦었던 이번 그로로팟 4기에서 키트에 동봉된 화분에 심은 적환무를 화단으로 옮기는 데도 천년만년이 걸렸다. 키트를 받고 언박싱을 하기까지 근 한 달 정도가 걸렸고 화분에 심은 적환무를 기대하던 화단에 옮겨 심은 것 또한 3주 정도가 지난 뒤에 겨우 옮겨 심었다.


 기대를 억 누른 귀찮음과 게으름을 찍어 누른 건 다름 아닌 걱정이었다. 이전보다 큰 화분에서 싹을 틔우고 잘 자라던 적환무가 어느 시점부터 성장이 정체되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이게 그러니까 결국엔 무인데 무답게 이파리가 조금은 더 널찍하게 펴져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계속 귀염귀염한 자태를 뽐내는 떡잎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귀엽긴 한데... 더 나아가 웃자라기까지 하는 거 같았다. 그러니까 귀여워 보이기만 하는 잎 두 장이 까꿍 하면서 비리비리하게 키만 크고 있는 형국이었다. 이게 이렇게 크면 동글동글한 빨간 무가 되기는 되는 걸까 하는 걱정이 마음속에서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때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리고 바랐던 부분이기도 한 화단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미 화단의 힘 그러니까 따지면 자연스러운 흙이 있는 작은 노지라고 할 수도 있는 곳에 축축 늘어지던 어쩌면 죽어가고 있었던 네모필라를 옮겨 심었던 그래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모습을 봤던 경험이 귀찮음과 게으름이라고 하는 못된 형제들을 후려 쳤다. 그래! 원래 목적이기도 했잖아, 조금 늦기는 했지만 이제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화단으로 옮기자 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지만 묵히고 묵히다 움직이면 또 그날 바바박 모든 걸 다 해 버리는 성격이다.


 화단으로 내려가 보니 네모필라는 여기 땅 좋아요라고 외치는 듯이 파랗고 보라보라 한 꽃을 피워 내고 있었다. 문제는 잡초가 생각보다 많았다. 아... 저걸 뜯으려면 또 구부리고 앉아서 낑낑거리며 아이고 허리야를 몇 번을 외쳐야 될 거 같은데, 별 수 없었다. 너무 늦기도 했고 더 이상 미루다간 적환무가 아니라 길게 자란 무순을 뜯어먹어야 할 판이었다. 그리고 이미 마음먹고 내려왔기 때문에 아플 허리를 미리 부여잡고 잡초들을 으드드득 뜯어내기 시작했다. 맨손으로 뜯다가 가시를 품은 녀석들이 있어 목장갑을 한 장도 아닌 두 장이나 끼고 뜯어냈다. 목장갑을 끼니 손이 호미가 되고 쟁기가 된 거 같았다.


 뜯어 낸 길에 화단 전체의 잡초를 뜯을까 하다 아프기로 예정된 허리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아프기 시작해 아이고 허리야 한 번 시원하게 외쳐 주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일어섰다. 내려올 때 들고 온 화분 속의 적환무를 들어내기 위해 그로로팟 키트에 동봉된 작은 모종삽을 이용했다. 그로로팟 4기까지 오면서 몇 번에 걸친 분갈이를 해 봤지만 영 성가시고 힘든 작업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게 뭐랄까 생각만큼 깔끔하게 안 된다고 해야 되나? 머릿속에선 이래이래 하면 될 거 같은데 이래이래 하려고 하면 저래저래 지멋대로 흘러가는 양상을 한  두 번 겪어 본 게 아니라 조심하면서 적환무의 뿌리가 감싸고 있을 흙까지 같이 들어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화분이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커서 아주 조금은 수월했다.


 분갈이 도중 작은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사실 분갈이 전부터 문제였던 지점이다. 5 립을 심어 모두 발아해서 웃자라긴 했지만 잘 자랐는데 그중에 한 녀석이 분갈이하기 전에 누워 버렸기 때문이다. 적환무들이 대체적으로 작은 떡잎을 유지한 채 웃자라기만 해서 옮겨심기로 한 건 맞지만 결정적으론 누워 버린 녀석을 화분이 아닌 화단의 넓고 넓은 흙바닥으로 치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하나 같이 조심스럽게 옮겨 심었지만 누워 버린 녀석을 특히 조심스럽게 옮겨 심었다. 옮겨 심으면서 흙으로 어떻게 저떻게 세워 주고 싶었으나 계속 고꾸라지기만 했다. 더 손을 대다간 오히려 누워 버린 녀석이 상할까 싶어 역시 옮겨 심을 때 전체적으로 누워 버려서 걱정을 했던 네모필라가 문제없이 잘 살아 난 점을 생각하며 손을 떼었다. 잘 되겠지? 괜찮을 거야! 이번에도 적환무를 흙을 믿어 보자 하면서 시원하게 물을 주면서 마무리했다.


 잡초를 신나게 뜯어 버리고 적당히 흙을 고른 뒤 아직은 작은 적환무를 심고 보니 이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역시 잡초인 줄 알고 뜯어 버리거나 밟아 버리기 딱 좋게 생겼네 하면서 정리를 했다. 다행인 건 건물 주차장에 있는 화단이라 웬만해선 누군가가 건드릴 일은 없는 공간이었다. 지나가는 길냥이 선생이 밟으면 뭐 어쩔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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