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거 버거는 절대 이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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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이런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20대 때는 정말 많이 봤는데 요즘엔 잘 안 보이는 거 같다. 시대가 변해서 이런 사람들이 사라진 건지 다른 방법을 선택한 건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20대 때와 지금의 생활반경과 이동수단 등이 달라서 잘 안 보인다고 느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도를 아십니까 하고 사람을 잡는 사람들은 번화한 그러니까 사람들이 왕래가 많은 그것도 걸어서 왕래가 많은 곳에서 보통 영업(?)을 한다. 20대 중후반을 넘어서면서 일을 시작했고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차를 끌게 되면서 걸어 다니는 경우가 현저하게 줄었다. 더해 차가 있으면 사람들이 주로 다니는 번화한 곳을 벗어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아무래도 그런 사람들을 잘 보지 못하는 거 같기도 하다. 조금 더 더해보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사람들이 건드리지 않는 걸 수도 있다. 만만한 사람들을 잡아야 할 테니...
여기서 나란 사람의 이상한 호기심을 한 번 이야기해 보려 한다. 밑도 끝도 없이 도를 아십니까라는 이야기를 꺼낸 이유도 아직은 어렸던 차도 뭐도 없던 그래서 어쩌면 만만해 보였던 시절의 내가 가진 호기심이 겪은 일과 관련이 그것도 상당히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때는 바야흐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막 대학교 1년을 마치고 휴학 중이었을 때다. 21살 의 파릇파릇한 지금으로부터 자그마치 25년 전의 일이다. 휴학을 한 이유는 예상했겠지만 군대를 가기 위해서였다. 입대 일정이 휴학 일정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게 아니기 때문에 벌어진 기간을 용돈이나 벌자하는 심산으로 알바를 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야기하겠지만 아주 작은 에피소드로 인해 그 벌어진 기간이 거의 1년에 육박했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군대 가기 전에 알바해서 번 돈이나 신나게 쓰고 가자 했다.
일은 시내에 있는 노래방에서 했다. 조금 늦은 아침에 노래방을 열고 청소 등을 하며 하루 장사를 준비하는 시간대에 일을 했다. 기억에 의하면 오전 11시까지 출근해서 이거 저거 준비하고 저녁 6시에 퇴근을 했던 거 같다. 여하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커 출퇴근은 버스를 이용했다.(차가 없었다.) 버스에서 내려 알바를 하는 노래방까지 대략 5분 정도 시내 중앙을 관통하면서 걸어갔던 거 같다.
문제는 그 짧은 5분이라는 시간 동안 발생했다. 맞다. 바로 들이대는 ‘저 혹시 기운이 좋으신데 잠시 이야기를 좀...’ 뭔 소리야 기운? 에너지? 아하! 이게 그 유명한 도를 아십니까구나 하고 생각하고 네네 하며 무시하고 길을 걸었다. 일하는 곳이 딱히 점심을 주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는 길에 KFC에 들러 당시에 아주 저렴하게 팔았던 징거 버거를 사야 해서 그딴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그들에게 걸렸다. 아 뭐랄까 사람인데 사람을 그렇게 생각하고 이야기하면 안 되는데 성가신 날파리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 사람들은 왜 이러지? 하는 아주 이상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벌레 보듯이 하고 무시하는데 왜 저리 열성적이지? 정말 내가 기운이 좋은가? 아니 그보다 그냥 궁금했다. 저들은 누굴까? 저들은 무엇을 할까?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위험하기도 하고 어떤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 선택인데 21살의 나는 그런 걱정보다는 호기심이 훨씬 더 컸다. 그리고 어린 나이답게 아니 정확히는 경험이 적어 세상 물정을 몰라 겁이 없었다. 어느 날 한 번 알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지없이 ‘저 매일 보는데 기운이 너무 좋으세요.’하고 들이대기에 네 그런데 뭐 하는 거예요 하고 물어보면서 일 끝나고 다시 보자고 했다.
일을 마치고 나가니 발그레 웃으며 나를 반겨 줬다. 같이 가자고 하기에 어딜 가나요하고 물으니 무슨 사당이라고 했나? 정확한 명칭은 잘 모르겠는데 이야기를 조금 하고 제사도 지내는 뭐 그런 곳이라고 했다. 아 하하하하하, 지금 생각하면 너무 이상한데 여하튼 당시엔 호기심이 뇌에 그득그득 들어찼었다.
걸어가기엔 다소 먼 거리이기에 같이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을 간 뒤에 내렸다. 조금 걸어가니 오래된 약간은 낡은 건물 2층을 가리켰다. 저곳이라고 같이 올라가자고 했다. 순간 살짝 무섭기도 했는데 아니다 싶으면 냅다 튈 수 있겠다 하는 자신감도 있었다. 체력적으로 지금과는 다르게 날아다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낡은 그리 높지 않은 건물의 2층 정도는 여차하면 창문을 통해 뛰어내릴 수 있을 거 같았다.
올라가니 이미 연락을 받았는지 서너 명의 다른 사람들이 조금은 분주한 듯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 올라가던 순간의 무서운 마음이 다소 안정되긴 했었다. 사람이라는 게 겉만 봐선 모르는 거지만 다섯 명 정도 되는 모두가 그리 험악해 보이진 않았다. 뭘 준비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행동거지가 조심스러운 게 최소한 뭔가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거 같았다.
멀뚱멀뚱 앉아 있으니 제사를 준비할 동안 잠시 다른 방에서 이야기를 하자고 해서 따라 들어갔다.(제사라... 무슨 제사지? 내가 지내는 제사는 할아버지 제사가 전부인데...) 따라 들어간 방엔 작은 다과상 같은 게 준비돼 있었고 술 두 잔이 따라져 있었다. 같이 들어온 사람이 먼저 앉으며 앉으라고 제사를 지내는 동안 조상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했나 여하튼 무슨 이야기를 조금 할 거라고 했다. 이야기가 잘 되면 따라 놓은 술이 쓰지 않을 거라고 조금은 달달해질 거라고 했다.(어! 술이 달달해진다고? 슬슬 이상해지는데... 술을 잘 마시는 편이었기 때문에 쓴 술이건 달달한 술이건 문제는 아니었지만 이상해지는데...)
쓴 술이 왜 달달해지는 건가 하는 눈빛을 보내니 조상님이 그렇게 해 주신다 뭐 그랬던 거 같다.(확실히 이상해...) 그렇게 이야기를 조금 나누고 달달해진, 아니 원래 달달한 술인가? 그 왜 정종이 향긋하면서 약간은 달달한 맛이 있는데 마셔 보니 정종 같기도 했다. 여기서 잠깐! 아 하하하하하하하, 정말 겁이 없는 건지 무모한 건지 도대체 그 술에 뭘 탔을 줄 알고 지금 생각하면 정신이 아뜩해지지만 그냥 그렇게 별스럽지 않게 마셨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술에 해를 가하기 위한 무언가 들어가진 않았던 거 같다.
이상한 이야기를 들으며 한 잔 술을 마시고 나니 이제 제사 준비가 다 됐다고 나가자고 해서 정말로 제사를 지냈다. 누구를 위한 제사인지 모르겠지만 절을 두 번 한 거 같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됐다. 이해(?)했다. 이런 곳이구나. 제사를 마치고 자리를 정리하고 제를 지내기 위해 필요한 물건들이 있었는데 그 부분 때문에 그러니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5천 원 정도를 달라고 했던 거 같다.(아하! 확실히 이해했다. 이런 곳이구나. 제사가 슬슬 커지면서 요구하는 돈이 많아지겠구나? 오만 이상한 이야기를 하면서 겁을 은근히 주면서 제를 점점 키우겠구나. OK! 알았어.)
처음이니까, 돈이 그렇게 크진 않으니까, 호기심을 충족하고 나름 좋은(?) 경험을 했으니까, 술도 한 잔 했고. ㅋ 깔끔하게 5천 원을 내고 그들은 다음을 기약했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하는 웃음을 지으며 나왔다. 이후로 꾸준히 알바 하는 곳으로 찾아왔지만 정말 매몰차게 끊어 냈던 거 같다. 그럴 땐 내가 또 한 싸가지 한다. 몇 번 더 오더니 아니다 싶었는지 결국엔 영업을 접고 다른 좋은 기운을 가진 어린양을 찾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