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groro.co.kr/story/11288
고맙게도 그로로팟 그린에 당첨이 됐다. 몬스테라를 신청했다. 늘 다른 분들의 글과 사진으로만 봐 왔던 찢잎이 매력이라는 몬스테라를 직접 키워 보고 싶었다. 팟팅키트는 늦지 않게 어제(8/6) 받았다. 보통 같으면 느지막이 언박싱을 했을 것이다. 빠르면 일주일 정도 뒤에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로로팟 4기의 경우는 팟팅키트를 받은 시기가 이사 시기와 맞물려 조금 더 늦어진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때는 언박싱을 하는 데 한 달이 넘게 걸렸다. 그 이전에도 여유 있게 박스를 열고 물품을 확인했다.
이번에도 그려려고 했는데... 오늘(8/7) 문자 하나가 그로로에서 왔다. 봤더니 이번에 보내 준 몬스테라 씨앗은 이미 발아가 된(되고 있는) 씨앗이라는 문자였다. 그러니 파종을 빠르게 하라는 내용이었다. 만약에 파종이 늦어진다면 씨앗을 담은 봉지에 수분을 보충해 주면서 적당히 습도를 유지해 달라는 뭔가 상당히 귀찮을 거 같은 부연 설명도 있었다. 이건 아니다! 이걸 그냥 둘 순 없다! 봉지에 수분을 보충해 주면서 어정쩡하게 늑장을 부리느니 바로 파종을 해야겠다 싶었다.
해서 그 더운 휴가 기간(지난주)에 옥상에 두고 간 바질 화분을 챙겨 왔다. 이유는 바질이 빠싹 말라죽었기 때문이다... 그 더운 기간에 비 맞으며 수분을 보충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옥상에 두고 휴가를 떠났는데 결과적으로 말라죽으라고 떠민 격이 됐다. 식집사는 떠나보내고 다시 심는 게 일상다반사라지만 마음이 영 불편하고 미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미안하게 떠나보낸 바질의 화분에 몬스테라를 심기로 했다.
팟팅키트에 동봉된 작은 화분이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키우다 보면 화분갈이가 반드시 수반되는데 개인적으로 그게 영 귀찮고 힘든 일이었다. 바질을 심어 둔 화분은 지난 4기에 보내 준 큰 화분이었기 때문에 화분갈이를 한 두어 번은 건너뛸 수 있을 거 같아 선택한 부분도 없지 않다.
옥상에서 들고 내려온 화분에 빠싹 말라비틀어진 바질을 착잡한 마음과 눈으로 바라보면서 과감하게 뽑았다. 뿌리에 묻은 흙이 따뜻했다. 바질의 온기가 아닐까 하는 되지도 않는 생각을 하며 흙을 떨었다. 뽑고 보니 네 뿌리 정도였다. 마지막 한 뿌리는 뿌리가 깊고 넓게 뻗었는지 쉬이 뽑히지 않았다. 조금 낑낑거리다가 이내 뽑아 많이 묻어 있는 그래서 더 따뜻한 흙을 마저 떨어냈다.
바질을 뽑아낸 흙 표면을 대충 다지고 검지 손가락으로 두 개의 구멍을 푹푹 냈다. 몬스테라 씨앗은 정말 발아가 진행 중이었다. 한 립은 선명한 연두색의 싹이 나왔고 또 다른 한 립은 싹이 나오려는 건지 원래 그렇게 생긴 건지 한쪽이 뾰족하게 돌출돼 있었다. 손가락으로 낸 구멍에 두 립의 몬스테라 씨앗을 싹이 나오는 쪽을 하늘로 향하게 담고 가지고 있던 흙(상토인지 배양토인지 뭔지 모를 남아 있던 흙)을 살살 덮어 줬다. 어느 정도의 물을 줘야 될지 잘 몰랐지만 분무기를 이용해 나름 흥건하게 적셔 주고 베란다 창 한편에 자리를 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