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groro.co.kr/story/11454
정확히는 나만의 주간 잡지, 그로로다. 물론 나 말고 읽어 주는 고맙고도 감사한 다른 분들이 있긴 하다. 이 글을 빌어 한 두어 번 스쳐 지나가셨거나 자주 들러 별스러울 거 없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읽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바다. 꾸벅
이전의 여러 글에서 몇 번에 걸쳐 밝힌 바 있듯이 4년 전 8월,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 일이 하기 싫어 글을 쓰기 시작했고 다음 해, 그러니까 21년 5월에 브런치 작가가 됐으며 또 다음 해 9월, 그로로의 메이커 이제는 ‘그리니’가 됐다. 브런치에 올린 글을 기준으로 500여 편(현재 기준 547편)이 넘는 아주 짧거나 혹은 긴 글을 썼으며 그로로엔 150자 제한이 있어 그보다 적은 400여 편(현재 기준 398편)이 올라 와 있다. 4년 전 여름휴가를 다녀오고 난 뒤 심경의 변화가 일어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거의 정확하게 글을 쓴 지 4년이 됐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500여 편이 넘는 작은 조각 같은 글들을 어떻게든 꿰어 맞추면 책 한 두어 권은 나올 거 같은데 아직은 그럴만한 수준이 아닌 거 같아 조금 더 뒤를 보고 있다. 사실 인터넷상에 흘러 다니는 글이니 읽어 주지 누가 돈을 주고 책까지 사서 읽어 줄까 하는 두려움과 책을 내는 과정 자체의 귀찮음이 가장 큰 요인이긴 하나 여하튼 조금 더 뒤에 책은 그래도 한 번은 내보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의 미래를 점 처 본다. 틀리면 말고...
글의 주된 내용은 스스로를 소개하는 문구로 대체하면 ‘살아온, 살고 있는 그리고 살아갈 이야기’를 쓴다고 아주 멋있고도 거창하게(?) 설명할 수 있지만 그냥 대한민국의 지극히 평범한 40대 중반 남자의 이야기다. 그야말로 일기 그 자체를 쓰기도 하고 이러저러한 일들에 대한 생각을 쓰기도 하고 해 왔던 그리고 하고 있는 커피 일과 학생 가르치는 일을 이리저리 쓰기도 한다. 더불어 그로로와 함께 하면서부터는 식집사로써(식집사로써의 능력 여하를 떠나 식물을 키우고 있으니) 식물 이야기도 쓰고 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시점부터 브런치 작가가 되고 1년 정도 더 지난 시점까지는 중구난방, 두서도 없이 그저 생각나는 대로 글을 올리는 시기나 기간 등도 정하지 않고 되는 대로 써서 올렸다. 그러다 소위 글럼프 혹은 글태기에 빠질 즈음 브런치에서 글쓰기 모임을 만나 매주 2편 정도는 글을 씁시다 하는 약속을 지금 까지 2년째 유지해 오고 있다. 조금 뒤의 일이지만 그로로와 만나고 현재까지의 기간이 모두 앞의 기간 속에 들어 있기에 그로로에도 일주일에 최소한 2편 이상의 글은 계속 올리고 있다.
그래서 지은이는 ‘이야기하는 늑대’이며 펴낸이는 ‘브런치’와 ‘그로로’가 공동으로 힘을 써 줬고 인터넷판본이기에 초판이니 몇 쇄니 하는 단어는 별 의미가 없는 마음 좋은 분들이 찾아와 주시는 그런 주간 잡지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잡지가 어떤 의미가 있겠나 하고 스스로도 생각하지만 삶을 다시 돌아보고 싶은 사람, 지금 삶이 어떤지 확인해 보고 싶은 사람,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하는 사람 그리고 이 시대를 열심히 살아가는 잘났든 못났든 모든 사람들에게 아주 조금이나마 손톱만큼이라도 사람 사는 게 뭐 다 적당히 힘들고 즐겁고 그냥 그렇구나 하면서 용기 아닌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얻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쭉 써 보려 한다.
특히 어떠한 이유와 동기에 의해서건 글이라는 걸 한 번 써 보고 싶은 사람과 식물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에겐 미미하게나마 소위 동기부여라는 걸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런 글(어? 저런 사람도 글이라는 걸 쓰고 식물을 키우는 데 나도! 뭐 이런 느낌적인 느낌으로 ㅎ)을 모아 놓은 부끄럽지만 나에게만큼은 충분히 작품(4년의 시간을 담은)이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하는 늑대의 주간 잡지를 민망하니 지나가는 말로 슬쩍 권해 보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