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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테라를 받았을 때 2 립이 있었는데 1 립은 이미 연두색 싹이 나와 있었고 1 립은 싹이 나오려는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싹이 나온 녀석과 비슷한 위치가 약간 뾰족해 보이길래 조만간 싹이 나오겠다 싶어 바로 심었다. 안내 문자에도 이미 발아가 되고 있으니 바로 심으라는 내용이 있었고 바로 심지 않고 보관하려면 이래라저래라 하는 과정이 영 귀찮을 거 같아 간만에 발 빠른 실천력을 발휘해 심었다.
그로로팟 4기 때 받은 화분에 적환무를 심었다가 바질도 심어 뜯어먹었는데 적환무는 화단으로 옮겨 심었고 바질은 뜨거운 여름을 버티지 못하고(식집사가 관리를 못 해서) 말라죽었다. 그 화분에 몬스테라를 다시 심었다. 다시 말해 여러 이야기가 담긴 화분에 몬스테라를 심었다고 할 수 있다. 2 립을 사이좋게 나눠 심었다. 싹이 나온 녀석은 싹을 빼꼼히 흙 밖으로 내줬고 다른 녀석은 이 부분에서 싹이 나오겠지 하는 곳을 하늘로 향해 살살 묻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이미 싹이 나온 녀석은 보란 듯이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보여 줬는데 다른 한 녀석은 영 소식이 없었다. 요즘 나이가 들어 차 노안이 슬슬 오고 있는데 눈에 있는 힘껏 힘을 주고 화분의 흙을 노려봐도 싹 비슷한 게 보이지 않았다. 한 두어 번은 연두 빛이 살짝 도는 무언가가 보여 드디어 나오나 싶었는데 연두 색 물이 든 아주 작은 돌이었다.
시간이 흘러 흘러 처음부터 싹이 나왔던 녀석은 작지만 잎까지 펼쳐 보이기 시작했지만 다른 녀석은 갔다. 흙으로 갔다. 저기 저 멀리 초록별의 흙으로 그렇게 갔다.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을 정리하는 동시에 어! 그러면 싹이 나온 녀석을 화분의 가운데로 옮겨야 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지금은 가운데로 옮기는 것보다 적환무를 받을 때 같이 받은 토끼 피규어로 먼저 간 녀석이 남긴 공간을 꾸밀 생각이다.
아 참! 꺼뭉이는 몬스테라의 이름이다. 이름을 딱히 지을 생각이 없었다. 만약에 짓는다면 몬스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 몬스테라를 같이 보고 있던 44개월 딸아이에게 아무 생각 없이 이름 뭐라고 지을까 하고 물으니 ‘꺼뭉이’로 하라고 했다. 왜 꺼뭉이야 하니까 그냥 꺼뭉이야 하기에 그래 알았어하고 ‘꺼뭉아, 잘 자라라.’하고 아이와 같이 인사했다.
분위기를 전환해서 국어와 역사 시간에 배운 하여가何如歌를 한 번 공유해 보겠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 년까지 누리리라
-다음 백과에서 발췌했습니다.
갑자기? 이유는 지금 화단의 모습이 이렇기 때문이다. 심어 놓고 방치해 둔 적환무와 수박 그리고 잡초가 한 몸이 되어 이리저리 얽히고설켜 있다. 손을 대기 어려울 정도로 한 몸이 되어 있는데 날도 너무 더워 뭘 하기도 힘들었고 장마에 의해 잡초가 창궐하기도 했다. 날이 조금 나아지면 해야지, 장마가 끝나면 한 번에 뽑아야지 하다가 휴가를 다녀오면서 지금까지 그냥 손을 놔 버린 결과다. 적환무와 수박을 심은 장본인인 나는 알아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어떤 게 잡초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푸르게 푸르게 물들어 버렸다.
가을에 그냥 다 갈아엎어 버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