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하는 늑대 Sep 01. 2024

언제부터 썼어요?

https://groro.co.kr/story/11677



 2020년 8월 어느 날 문득 글을 쓰기 시작했다. 특별한 이유나 동기 등은 다른 질문에 맞게 다른 글에서 조금 자세하게 풀어 보고 이번엔 언제부터 썼는지 정도만 간단히 이야기해 보겠다. 코로나가 한창 창궐하고 아내는 임신을 해서 6개월 차가 된 어느 더운 여름날, 일이 하기 싫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일이 줄어 큰일이라고 하던 때 직업 특성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감사하게도 오히려 일이 늘었다.



 그런 감사함을 마음에 담고 일을 열심히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를 가끔 하기도 하지만 여하튼 그런 감사함은 저기 구석 어딘가에 집어던지고 일을 때려치우고 싶었다. 이 얼마나 무책임한가? 일이 조금 늘었다고 일이 조금 잘 된다고 하는 게 영원할 것도 아닐 텐데... 더욱이 아내가 임신을 해서 장차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 더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는 게 정상일 텐데 일이 하기 싫었다.



 그래서 다른 무언가를 찾고 싶었다. 최고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거지만 그럴 수는 없기 때문에(제발 그러고 싶다.) 무언가를 찾고 싶다가 아니라 찾아야만 했다. 대충 엎어 치고 매치고 넘어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이란 놈은 그렇게 녹록한 놈이 아니라 마음에도 없는 무언가를 반드시 찾아야 했다.



 이왕 찾아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수월하고 마음에 드는 걸 찾아야 했다. 그게 바로 글이었다... 왜 글이었는지는 다른 글에서 자세하게 이야기하겠지만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솔직히 모르겠다. 여하튼 글을 선택했다. 일을 때려치우고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기 이전에 해 본 일이라곤 드럽게 못한 영업과 아이들 가르치는 일 그리고 커피를 다루는 바리스타였다. 즉, 글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일을 했다는 이야기다.



 영업은 드럽게 못 했기 때문에 다시 찾아야 할 일 중에 후보 대상이 될 수 없었고 아이들 가르치는 일은 오래 해서 지겨웠기 때문에 역시 후보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바리스타가 가장 좋은 선택지일 수 있는데 결혼도 했고 아이도 곧 태어날 40대 초반의 남자가 선택하기엔 쉽지 않을 일이었다. 카페를 차린다면 모르겠지만 그럴만한 돈도 배짱도 뭐도 없어서 역시 결과적으로 후보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 외에 몇 가지 마음속에서만 정확하게는 공상 속에서만 가능한 후보군으로서 직업들이 있었는데 공상은 공상으로 족하기로 했다.



 그렇게 고민하다 선택한 게 작가... 글을 쓰는 거였다. 이 이상한 인과관계, 설명이 안 되는 인과관계에 의한 결정은 다른 글에서 자세하게 이야기하겠다. 여하튼 맥락 없이 갑자기 글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썼다. 나름 열심히 썼다. 지금까지 만으로 4년 넘게 썼다. 생각해 보니 4년 전에 처음으로 글을 쓴 건 아니었다. 바리스타로 일을 하던 2011년 즈음에 어쩌다가 네이버 블로그에 잠시 글을 썼었다. 내가 쓴 글이지만 우연찮게 찾은 건데 그야말로 그냥 일기였다. 바리스타를 하면서 커피 관련한 공부와 손님들에 대한 응대 등에 대한 이야기를 썼었다. 몇 권의 책에 대한 서평까지는 아니고 리뷰도 조금 남긴 흔적이 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그때가 시작이었지만 그 이후로 흐지부지 됐고 글 자체를 쓰겠다고 마음먹고 쓰기 시작한 건 분명 4년 전 여름이기에 그때를 시작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 중요한 문제는 아닌데 내가 지금 이 짓을 하고 있는 시작의 문제이기 때문에 최소한 나에겐 중요해서 나름 정리해 본다.



 혼자 쓰다 흐지부지될 즈음 지역에서 글쓰기 강의 비슷한 걸 들으면서 다시 쓰기 시작했다. 거의 동시에 브런치를 알게 돼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역시 열심히 쓰다 이거 아닌 가 그만할까 하는 시점에 글쓰기 모임인 ‘라라크루’를 만나 지금까지 글을 쓰고 있다. 중간에 ‘그로로’라고 하는 식물과 일상 이야기를 담는 플랫폼을 만나 그로로에도 브런치와 거의 동일하게 글을 올리고 있다.



 이 외에도 이전에 쓰다 만 네이버 블로그,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건드리기 시작한 티스토리, 오마이뉴스, 튜비컨티뉴드, 헤드라잇(지금은 망함),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팟빵 그리고 유튜브까지 여러 SNS에 동시다발적으로 글을 올리다 힘들어서 지금은 브런치와 그로로만 집중하고 있다. 여기저기 그야말로 저인망식으로 글을 올린 이유는 누구라도 혹시라도 내 글 좀 보고 연락 좀 달라고 한 짓거리였는데 딱히 쓸모없음을 느끼고 지금은 그냥 쓰고 있다.



 분명히 글을 쓰는 목적과 목표는 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그냥 일주일에 좋은 습관의 의미로 두 편 정도의 글을 글쓰기 모임인 라라크루와 함께 쓰고 있다. 언제까지 쓸지 정말 책을 낼지 그래서 누가 뭐라고 해도 당당하게 작가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잘 모르겠는 올지 안 올지 모를 미래는 일단 접어두고 오늘 쓰는 글 정도만 나름 잘 써 보자 아니 잘 쓸 것도 없이 그냥 써 보자 하면서 쓰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사회악과 필요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