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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에 심은 몬스테라 꺼뭉이는 얼마 전에 일식이에 이어 이식이 그리고 삼식이 까지 씩씩하게 형제들을 보여 줬다. 일식이와 이식이는 연년생 느낌이고 삼식이는 터울이 조금 있는 느낌으로 본인들의 존재감을 내비쳤다.
이렇게 몬스테라의 잎이 뻗어 나가는 거 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추석 연휴 휴가를 가게 됐다. 짧다고 할 순 없지만 2박 3일간의 휴가여서 물주는 부분을 신경 쓸 필요가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가을을 대표하는 추석 연휴 기간에도 여름 추석이라는 표현을 할 만큼 덥고 습해서 많은 걱정이 들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괜찮겠지 하면서 그냥 휴가를 다녀올 수는 없었다. 경험이 많고 아는 게 많은 식집사가 아니라 딱히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는 않았다. 아는 거라곤 ‘저면관수’밖에 없었다. 작년 여름에 그로로팟을 통해 키우던 아이들을 그냥 두고 갈 수 없어 화분을 1cm 정도 물이 찰박찰박한 용기에 담아 뒀었는데 그게 바로 저면관수 방법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이번에도 저면관수를 활용하기로 했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라 물을 찰박찰박하게 담을 용기 하나만 구하면 됐다. 뭐가 마땅할지 두리번거리다 아이 빨래를 담아 두는 노란 대야를 이용하기로 했다. 아이 빨래를 일단 다른 빨래 통에 잠시 담아 두고 대야에 1cm 정도의 물을 채웠다. 그리고 화분을 그 안에 살짝 넣었다. 끝이다. 아주 간단하다. 혹시 몰라 휴가를 떠나면서 화분 자체에도 분무기로 약간의 물을 줬다.
그렇게 2박 3일간의 거제, 통영으로의 휴가를 다녀왔다. 휴가는 어딜 가든 그냥저냥 그 감흥은 비슷비슷한데 짐을 싸고 어딜 향해 가고 하는 그 자체가 좋은 거 같다. 여하튼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꺼뭉이를 먼저 확인하고 짐을 풀었다. 다행히 꺼뭉이는 아무 일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2박 3일 간 그야말로 아무 일 없이 잘 자라기만 한 건 아니었다. 글쎄 이식이가 삼식이 키를 넘어 버렸다. 형님을 따라잡는 동생이라니 흐뭇할 따름이다. 다만 조금 아쉬운 건 삼식이는 성장의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지나가는 길에 여기저기에서 본 몬스테라를 본 기억을 바탕으로 짐작해 보건 데 삼식이도 더 뻗을 거 같긴 하지만 아직은 그 부분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일식이와 이식이 사이에 다른 녀석이 하나 보일 듯 말 듯한 거 같은데 사식이로 불러줘야 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거 같다.
여하튼 별 다른 관심과 정성을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잘 자라주는 꺼뭉이가 고맙다. 이제 걱정은 몬스테라인 꺼뭉이와 어울리지 않는 가을이 드디어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워낙에 더웠던 여름이라 가을이 반갑긴 한데 덥고 습한 걸 좋아하는 꺼뭉이는 기분이 별로일 거 같다. 지금까지 보다 많은 주의와 정성을 들여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Winter is co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