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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Nov 22. 2024

근 손실

https://groro.co.kr/story/12741



 나는 특별한 운동을 안 한다. 살면서 시간과 돈을 들여 운동을 해 본 적이 없다. 아! 초등 시절에 육상부와 축구부로 활동을 했고 중학교 시절에 6개월 정도 합기도 도장에 다닌 적은 있다. 그럼 이 글에서 말하는 운동의 정의를 조금 달리 해야겠다. 건강을 위해 하는 근력운동이나 걷기나 달리기 등의 유산소 운동에 한해서 하는 이야기다.



 그런 운동이라면 특별히 해 본 적이... 생각해 보니 몇 번 있다. 지금은 자랑스러운(자랑스럽다는 게 맞는 표현인지 모르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두께의 허벅지지만 군대 가기 전 스무 살의 나에겐 너무 두꺼운 무식해 보이는 허벅지였다. 그래서 허벅지 살을 빼 보겠다고 운동을 했다. 지금으로 따지면 홈트고 자세는 스쿼트였다.



 아 하하하하하하하하, 웃기지 않은가? 허벅지 살을 빼겠다고 한 운동이 스쿼트라니, 오히려 강화하는 운동이었다. 그리고 당시엔 그저 두꺼운 허벅지가 싫어 다 지방인 줄 알았지만 애초에 그냥 다 근육이었다. 뺄 것도 없는 지방을 빼겠다고 스쿼트를 한 꼴이라니, 물론 지금은 그때의 내가 상당히 고맙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상당히 건강한 허벅지를 만들었으니.



 더불어 팔 굽혀 펴기도 같이 했다. 그 때문인지 한창나이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후에 군대에 가서 팔 굽혀 펴기를 해 봤는데 1분에 60~70개를 우습게 했던 거 같다. 지금은 뭐 5개 정도 하면 벌벌 떨면서 바닥을 끌어안기 바쁘다. 그렇다. 그 이후로 운동이란 걸 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마흔이 넘어가면서 그야말로 건강을 위해, 조금 더 오래 살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운동을 했는데 다름 아닌 빨리 걷기다. 일 마치고 들어오는 길에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정도 동네 산책로를 걸었다. 여름엔 땀이 흥건히 날 정도였고 겨울엔 얇은 옷을 입고 있어도 춥지 않을 정도까지만 걸었다. 물론 그 기간도 최장 3개월 정도가 최고였다.



 조금 더 설명할 수 있지만 이 정도가 내가 한 운동의 전부다. 그 덕에 40대 중반을 넘어서는 지금 이 시점에 허벅지는 그냥저냥 튼실하니 괜찮은데 팔은 아내가 부러워할 만큼 하얗고 여려 아리땁게 봐줄 정도다. 임신부도 아닌데 속도 모르고 나오는 배만 겨우 부여잡고 D라인이 되지 않게 애쓸 뿐이다. 물론 운동을 통해서가 아니라 야식을 줄여 가면서...



 이런 나에게 근 손실 따위는 없다. 애초에 손실될 만들어 낸 근육 따위가 없기 때문이다. 앞에 다 이야기했지만 운동을 많이 하지도 않았지만 간혹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운동 중에 시간과 특히 돈을 들여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취향이 아니다.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뭐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저 돈이면 치킨하고 국밥을 사 먹고 차라리 동네를 빨리 걷고 말지... 뭐 이런 성향이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 최근에 조금 문제가 생겼다. 근 손실은 없는데 글 손실이 생기고 말았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책을 내고 말고를 떠나 나름 글쓰기를 취미 삼았고 추후에 가능하다면 책도 내면서 제2의 인생을 작가로 살아 보고 싶기에 글을 꾸준히 쓰면서 소위 ‘글력’을 키워야 하는데 그 습관이 망가지면서 근 손실이 아니라 글 손실이 나고 있다. 이건 문제다.



 비싼 돈 들여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열심히 운동하고 땀 내고 조금 더 도움이 될까 싶어 단백질까지 열심히 먹는 사람에게 근 손실이 최대한 막아야 하는 과제인 것과 정확히 같은 맥락의 문제다. 같이 글 쓰는 사람들과 일주일에 두 편의 글을 써서 2년 넘게 공유해 왔는데 일주일 기준으로 글을 쓰는 시점이 자꾸 뒤로 밀리면서 이제는 아예 금, 토, 일요일에 쓰는 걸로 자리를 잡아 버렸다.



 밀리면서 써도 내용이 괜찮거나 소재가 참신하면 상관없는데 그마저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4년 넘게 글을 써 오면서 나름 나만의 글력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이런저런 소재를 머릿속에서 뒹굴뒹굴 굴리다 어느 시점이 되면 봇물 터트리듯이 써 내려가는 거였는데 요즘엔 그게 안 된다.



 소재가 잘 떠오르지도 않고 그러니 잘 굴려지지도 않고 그마저도 흐지부지... 그렇게 돌아보면 어느덧 금요일. 결국 아무 이야기나 아무렇게 써서 겨우 숙제나 마치는 수준이다. 그 과정 속에 건정하고 긍정적인 의미의 글력은 없다. 그러니 글 손실이 오는 건 당연하다. 신기한 건 근육을 키워내는 근력이라는 단어와 글을 써 내려가는 힘인 글력이라는 단어의 발음이 같다.(확인해 봐야겠지만 참고로 ‘글력’이란 단어는 표준어가 아니고 글 쓰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표현일 것이다.)



 여하튼 제대로 된 글력을 키우기 위한 습관으로서 글쓰기가 무너져 내려 글 손실이 오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 노력의 첫 번째가 밀려 쓰기일지라도 계속 써 내려가자 뭐 이런 걸로 합리화하면서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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