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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Nov 17. 2024

라라크루 지원서

https://groro.co.kr/story/12712



 2024년이 가고 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시간은 참 빠르다. 아니 시간은 원래 빠른 건가 보다. 그 빠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는 인간이 부여잡고 싶어 툭하면 시간은 참 빠르다고 한탄을 하는 게 더 맞는 거 같다. 여하튼 2024년 11월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매해, 매월, 매주 그리고 매일 느끼는 거지만 삶을 참 뭐 같이 살아도 하루하루 또 새롭게 주어지는 오늘이 늘 고맙다. 누구에게 혹은 무엇에게 고마운 건지 모르겠지만 믿는 종교가 없으니 신은 아닌 거 같고 굳이 따지자면 그렇게 굴러가는 세상이 고맙다. 그 세상 틈바구니 어딘가에 껴 줘서 고맙다.



 올해 3월 딸아이가 드디어 유치원에 갔다. 만으로 세 살을 채우고 3개월 정도 더 가정보육을 하다 유치원에 보냈다. 딸아이가 태어나면서 세상이 한 번 바뀌었는데 다시 한번 세상이 바뀌었다. 바뀐 세상을 자축하듯 아내와 몇 년 만에 극장에 갔던 기억이 난다. 연애하면서 결혼하고 신혼을 보내면서 자주 갔던 별스럽지 않은 극장이 왜 그리 낯설고 어색하든지...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고 한 달 뒤에 이사를 했다. 6년 조금 안 되게 살았던 신혼집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야말로 감회가 남달랐다. 아무것도 없던 그지 깽깽이가 좋은 사람 만나 결혼을 하고 대출은 잔뜩 받았지만 여하튼 ‘내 집’이란 걸 마련하고 근 6년이란 시간 동안 살다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첫 집의 대출은 집을 팔면서 강제로 다 갚아 버렸지만 새 집을 구하면서 다시 대출이 잔뜩 쌓였다. 괜찮다. 대출 그까이꺼 갚으면 그만이다.



 모두 빛나는 순간들이었다. 그리고 난 오늘도 빛나고 있다. 매일매일 끈덕지게 달라붙는 불안이란 놈이 있지만 그런 불안이란 놈을 끌어안는다고 해도 늘 새롭게 시작하는 오늘 하루가 빛나지 않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런 불안이란 놈을 끌어안고 있으니 더 빛나는 거 같다.



 그 불안 중에 가장 큰 불안은 지금 하는 일과 글쓰기다. 일을 잘하고 있는 건지, 바꾸려고 계획 중인데 잘 되려는지, 어느 정도 찬 나이에 의해 쓰이지 못하고 버려지는 건 아닌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치킨 집을 차리는 건 아닌지, 그런 삶을 바꿔 보겠다고 글을 쓰는데 글은 잘 쓰고 있는 건지, 아니 그런 상황을 벗어나고자 글을 선택한 게 맞는 건지, 그런 불안함이 타고나길 게으른 천성에 기름을 부어 불안하면서도 글쓰기를 계속 미루고 있는데 이거 뭐 그냥 이도 저도 아닌 나가리가 되는 건 아닌지 그래서 일주일에 두 편 정도의 글쓰기를 미루고 미루다 금요일이 되어서야 겨우 꾸역꾸역 쓰기 시작하는 내가 너무 불안하지만 또 그렇게라도 글을 쓰고 나면 뭔가 후련함이 있다고 생각하는 내가 정상인 건지 모를 지경이다.



 하지만 그런 후련함은 혼자만의 후련함은 아닐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고 자주 본 적도 없고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아니지만 라라크루라는 이름 아래 같이 글을 쓰는 분들 역시 모르긴 몰라도 그런 후렴함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뭐 마는 거긴 한데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 최소한 난 그렇다.



 당장 내일부터 글을 안 쓸 수도 있지만 또 돌아보면 어찌저찌 글을 쓰면서 라라크루와 2년이라는 시간이 넘도록 함께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이 앞으로도 꾸준하기를 바라면서 쓰기 싫어서 미루고 미뤘던 이번 주 글을 그야말로 하기 싫어 죽겠는 숙제를 하듯이 마무리한다. 아, 아직 한 편 더 써야 하는데... 괜찮아! 토요일과 일요일이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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