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하는 늑대 Jul 19. 2021

똥인지, 된장인지?

 오늘은 어떠한 주제로 써 볼까 하고 내심 생각을 했지만 뭐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쓰면 이건 그냥 일기가 될 텐데…. 그래도 써 보자. 글쓰기 연습으로 생각하면서….     

 


 어린 시절에 일기를 써 보려고 나름 노력을 많이 했다. 더 솔직히 말하면 노력이라기 보단 일기를 써 보자 하는 의지만 컸던 것 같다. 그 큰 의지를 바탕으로 한 두어 번 일기를 쓴 적은 있지만, 그리 오래 지속되진 못하고 매번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의지가 큰 것도 아니었나 보다.     

 


 40여 년간 살아오면서 쓰지 못한 일기, 지금이라도 글쓰기 연습이지만 써 보도록 하자. 내 기억이 맞다면 최근에 쓴 글의 양이 살아오면서 써 온 일기의 양보다 많을 것 같다.     

 


 책을 꽤 읽는 편이다. 인문학 서적이라든지 베스트셀러 혹은 자기 계발서 그리고 판타지 소설, 대하소설 등 책을 적잖이 읽는 편인데 책을 읽을 때마다 간간히 생각해본다. 이런 책을, 이런 글을 어떻게 쓰는 걸까? 모든 내용이 머릿속에 다 그려지는 걸까? 아니면 한 두어 가지 소재를 바탕으로 글을 써 내려가면서 살을 붙이는 걸까?     

 


 어느 쪽이 되었건, 지금의 내가 생각하기엔 보통일은 아닌 것 같다. 그 방대한 양이 머릿속에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고, 한 두어 가지 소재를 바탕으로 써 내려가면서 살을 붙이는 것 역시 어마 무시하게 대단해 보인다. 우선 그 많은 양이 머릿속에 다 있을 수 있다는 게 믿겨 지질 않고, 몇 가지 소재를 바탕으로 살을 붙여가는 것도 과연 가능한 일인가 싶다.     

 


 오늘 있었던 일도 온전히 생각이 나질 않는데, 어떻게 그 방대한 양이 머릿속에 다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일상적인 대화 한, 두 마디 하는 그 짧은 순간에도 두서없이 말한다거나 내가 한 말도 까먹곤 하는데, 도대체 최초의 소재를 바탕으로 한 설정을 어떻게 끝까지 유지해 나간단 말인가? 놀랍고도 놀랍다.     

 


 그런 그들을 따라 해 보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과연 그들의 발끝이라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와 동시에 유튜브도 해 보려 하는데 도대체 영상 촬영 도중 멘트 정리가 안 된다. 내가 그리 말을 못 하는 사람은 아닌데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 건지, 영상을 만들 때마다 영 볼품이 없어 보인다.     

 


 그나마 글은 그래도 주저리주저리 이렇게 매일 쓰고 있는데, 유튜브 영상 촬영이 너무 안 된다. 말하는 것과 쓰는 것 그리고 생각하는 건 방법이 다르니까, 말하기를 잘하는 사람이 쓰길 어려워할 수 있고, 쓰기를 잘하는 사람이 말하기를 어려워할 수도 있다.     

 


 그에 반해 생각하기는, 못하는 사람이 있다 라기보다는 누가 더 자주 하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생각만큼 제한의 경계가 없는 행위도 없을 텐데, 그 생각마저도 못한다면 과연 살아갈 가치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생각, 공상, 몽상 나도 잘하는 편이다. 때론 망상이라고 해야 되나? 지금도 공상과 몽상 그리고 망상에 의해 이렇게 글을 쓰고 유튜브를 해 보겠다고 나대는 걸 수도 있다.     

 


 그저 머리 박고 50이 되건 60이 되건 직장생활만 해도 아니 할 수 있다고 해도 그냥저냥 살아지긴 할 텐데…. 그런 삶을 무시하거나 폄하하고 싶진 않다. 다만 평생을 메여서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물론 사람은 결국 무언가에 메이긴 한다. 그게 무어라 할지라도….     

 


 그럼에도 그 메이는 대상이 내가 통제할 수 있고, 오롯이 나만의 것이면 더욱 좋겠다 라는 생각을 계속한다. 그런 생각을 망상이라고 욕을 해도 상관없다. 틀린 말도 아니니. 그런 망상으로 지금 이 밤에 이 짓을 하고 있다. 정말 막연하긴 한데 그래도 해 볼 것이다.     

 


 이거 그런데 쓰다 보니 늘 언제나 항상 마무리할 즈음엔 글을 계속 써 보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 같다. 나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는 것일 게다. 그만큼 막연하고 불안하고 뭐 하는 건가 싶은 마음이 아직은 커 그런 마음 다 잡고자, 훗날 이 짓거리가 그저 봄날의 바람이었구나 하면서 피식 웃게 될지라도 시작을 했으니, 이번만큼은 똥인지 된장인지 진짜 끝까지 찍어 먹어 보자고 이러고 있는 것일 게다.     

 


 그래 맞다. 난 너무 계산적이기도 하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하는 계산이 그 무엇보다 먼저 머릿속에 이뤄진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막연하지만 무턱대고 하는 망상의 결과로 이런 짓을 곧잘 하면서, 또 동시에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발 빠른 계산된 포기도 언제나 항상 염두 해 두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아이러니하고 우습고 안쓰럽고 뭐 그렇다.     

 


 그럼에도 이 번만큼은 계산이 빠삭하게 되어 도저히 뭐가 안 될 거 같아도, 찍어 먹어 봤더니 결국 똥이라 할지라도 분명히 끝까지 찍어 먹어 보리라. 내 다짐, 내가 하고 싶은 것들, 내 시간의 흐름에 맞춰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아내가 빵 만드는 거 도와주고 싶은 마음, 우리 딸아이가 커 가는 모습을 온전히 옆에서 함께 하고 싶은 마음, 이 마음들이 있기에 이 번만큼은 실패가 뻔히 보일지라도 끝까지 가 보려 한다.




작가의 이전글 비워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