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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뭉이 자리를 옮겼다. 겨울이 되면서 베란다에 있던 꺼뭉이를 밤이 되면 공부방으로 옮겼다.(공부방은 그야말로 공부도 하고 책도 보고 책장도 있고 업무도 보는 그런 방이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밤만 되면 꺼뭉이를 베란다에서 공부방으로 옮겼다. 이유는 단 하나, 겨울밤의 베란다는 춥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뭐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공부방은 보일러를 틀지 않아서 많이 따뜻하지 않았다. 그래도 베란다보다는 덜 추웠는데 겨울이 깊어질수록 베란다와 별반 차이가 없어졌다.
즉, 추운 곳에서 또 다른 추운 곳으로 옮길 뿐이었다. 별수 없이 다른 곳을 찾아야 했다. 가장 적합한 곳은 사실 정해져 있었다. 거실 한 구석 어딘가에 두면 그만이었다. 처음부터 거실로 옮기려고도 했다. 다만, 세상모르고 신나게 거실을 누비는 딸아이가 저도 모르게 꺼뭉이를 걷어찰까 싶어 거실은 제외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베란다와 거실의 경계를 이루는 창의 거실 쪽에 꺼뭉이를 두기로 했다. 더불어 아이에게 꺼뭉이 여기 있으니 조심해야 된다고 주의를 줬다. 기우였나 보다. 거실로 옮긴 지 꽤 됐는데 꺼뭉이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따뜻한 거실에서 햇빛까지 받아가며 잘 자라고 있다. 그러고 보니 몬스테라의 이름을 꺼뭉이로 지어준 건 아이였는데 아이가 조심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더불어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다. 마지막 잎이 나온 지 한참 됐다. 이제 잎은 그만 나오려나? 몬스테라인데 잎은 언제 찢어지나? 등등의 기대를 하며 바라보며 일상을 보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새로운 잎이 나오고 있는 걸 확인했다. 아직은 몸을 말고 있어 뾰족한 창 같지만 조만간 기지개를 켜듯이 둥근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렇다면 다섯 번째 잎, 오식이가 된다.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