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하는 늑대 Jul 22. 2021

독서를 꼭 해야 되는 거예요?

 우리는 책을 읽는 행위를 좋아합니다. 여가 시간을 보내는 여러 행위 중 독서는 유독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의 취미 중에 하나가 독서입니다. 정말 취미가 독서이든, 그렇지 않든 독서만큼 그럴싸한 취미가 또 없습니다.     

 


 독서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일단 조금 있어 보입니다. 다른 말로 꽤 고상해 보입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음악을 들으며 독서하는 모습이 주는 이미지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물론 진짜 이유는 독서를 통해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다양한 간접경험까지 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개인이 평생 겪지 못할 일을 독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 있을 법한 일뿐만 아니라 가상의 세계도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지식과 지혜를 얻고, 있을 법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으니 그 속에서 사람은 창의력이란 걸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독서의 여러 가지 장점 중에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특히 청소년층의 독서가 권장됩니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이쯤에서 부모님들의 개입이 시작됩니다. 이렇게 좋은 독서, 창의력에 좋은 독서, 우리 아이가 많이 했으면 좋겠다 하는 부모님들의 바람이 개입하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은 독서와 멀어지게 됩니다. 정말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독서를 통해 창의력을 키워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바라는 부모의 순수한 마음이 여지없이 깨지는 순간입니다. 아이들은 인위적인 상황을 기가 막히게 알아챕니다. 아이들이 이런 말을 흔히 합니다. ‘공부 좀 해 보려 하는데, 마침 엄마가 공부하라고 하니 하기 싫어졌다.’ 아이들뿐만이 아닙니다. 사람이 그렇습니다. 내가 알아서 무언 갈 하려 하는데 뒤에서 등을 떠밀면 왠지 누가 시켜서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즉, 자존감에 문제가 생깁니다. 누구나 삶 속에서 자주 겪을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 보다 순수한 아이들은 순수하기에 자존감도 고결해 더 강력하게 거부반응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흔히 제시하는 해결책이 부모가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역시 확실한 해결책이라 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단 한 번도 책을 읽으라고 하지 않고, 스스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 줬음에도 아이들은 독서를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아이와 부모가 다 다르고, 집안 환경도 다르기에 일반화해서 해결 방법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해결책 이전에 나름의 문제점을 찾아본다면 스스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 줬다’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문제가 되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분명히 문제입니다. 말은 안 했지만 몸으로 표현했습니다. 다시 말해 순수하게 부모 본인의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책을 읽은 겁니다. 분명히 인위적인 행위입니다. 아이들은 눈치를 챕니다. 물론 이런 행위에 의해 부모를 따라 책을 읽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고마운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 주려 하지 말고, 독서에서 오는 만족을 스스로가 느끼기 위해 아이가 있으나 없으나 독서를 하면 됩니다. 아이를 위한 독서가 아닌 독서라는 행위 자체를 부모가 아닌 나라는 존재로써 느끼는 겁니다. 그런 순간과 공간에 아이들이 함께 있건 그렇지 않건 그냥 스스로를 위한 독서를 하는 겁니다. 그 순간에 아이들이 잠을 자건, TV를 보건, 게임을 하건 그냥 두는 겁니다.     

 


 부모는 책을 읽고, 아이는 하고 싶은 걸 하는 즉, 부모와 아이가 동등한 인격체로 여가 시간을 즐기는 그런 상황, 그 상황조차도 만들려 하지 말고 그냥 두는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상당한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낍니다. 창의력을 뽑아내기 위해 반 강제된 독서가 좋은 걸까요? 그런 순간을 공유하는 것이 좋은 걸까요? 단연코 후자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좋은 것이라고 해서 강요되어야 할 그 어떤 명문도 없습니다. 아름답지 않습니까? 부모도 역시 스스로가 즐기고 싶은 걸 즐기고, 아이도 부모 눈치 보지 않고 스스로의 재미를 찾는 다면 꼭 독서가 아니라도 바라마지 않는 아이들의 창의력은 자연스레 샘솟을 겁니다.     

 


 왜 꼭 독서만 억지로 시키면서 있지도 않는 창의력을 뽑아내려고 닦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돌을 보며 미래를 꿈꾸고, 유튜버를 보며 나도 나를 표현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해 볼 수도 있는 겁니다.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승부욕도 키울 수 있을 것이고, 독서를 통해 다양한 간접경험을 할 수도 있는 겁니다.     

 


 즉, 유튜브 시청, 아이돌 따라 하기, 게임하기, 독서 등은 근본적으로 다른 행위가 아닙니다. 내가 즐기기 위한 하나의 거리일 뿐입니다. 이 중에서 왜 유독 독서라는 행위만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걸까요? 더욱이 세상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활자의 시대에서 영상의 시대로 이미 넘어왔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영상을 통해 보다 빨리 정보를 습득하는 세대입니다. 이런 세대에게 독서를, 스스로가 원하지 않는 독서를 백날 천날 이야기해 봐야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겁니다.     

 


 다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 준다는 이야기로 돌아와서 아이들에게 보여 주려 하지 말고, 부모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한 독서를 하는 겁니다. 그럼 한 두어 번은 다가와 관심을 표할 겁니다. 엄마가 뭘 저리 읽는 걸까? 책을 읽는 게 재미있나? 이런 궁금증과 호기심이 생긴다면 그 아이는 독서의 세계로 한 발 들어서게 된 겁니다.     

 


 물론 절대 다가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럼 그냥 두세요. 그리고 생각하세요. 우리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속에서 우리 아이는 어떤 재미를 느끼는 건지? 그 재미를 보다 극대화시켜 주기 위해 내가 무엇을 지원해 줘야 하는 건지? 아이는 죽어도 책이 읽기 싫은데 계속 독서를 강요하는 것보다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아이와 어떻게 하면 게임을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같이 고민하는 것이 보다 아이의 창의력 발전과 부모와의 친밀도라는 측면에서 훨씬 더 긍정적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 아닌가 할 수도 있습니다. 이상적인 이야기 맞습니다. 하지만 우린 이상을 바라보고 이상을 이루기 위해 실천을 해야 합니다. 이상을 이상으로만 바라본다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독서를 시키려 하지 말고 아이가 하고 싶은 걸 지원해주세요. 부모가 책을 읽으면서 즐거워하는 것과 아이가 게임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하고 싶은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