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28 / 병을 알아간다는 것은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
요새 내 상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공황 장애라는 병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가장 많이 하는 말이기도 하다.
"아, 이 증상도 공황 장애의 증상 중 일환이었구나."
공황 장애에 대해 공부하면서 가장 많이 깨닫고 있는 사실이다.
내가 약의 부작용이라고 여겼던 사실들, 그저 컨디션 난조 때문이라고 여겼던 증상들 역시 공황 장애 증상들에 하나같이 속해있었다.
공황 장애를 진단받은 첫날, 의사 선생님께서 내미신 검사지에서 확인했던 증상들은 빙산의 일각이었던 거였다. 아니 정확히는 그 빙산이 왜 만들어지는지, 왜 그 빙산이 공황 장애라는 이름으로 불리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7번째 일기를 쓰면서 나는 내내 공황 장애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고 말해왔다. 실제로도 그래왔고, 나름대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찾아봤다. 하지만 결국 또다시 돌아온 곳은 전문 서적이었다.
나는 공황 장애를 진단받고 처음 빌렸던 공황 장애 전문 서적을 또다시 빌려왔다. 완독하지 못하고 반납했던 책이었다. 완독하지 못 했던 이유는 간결하다.
무서웠다.
너무나 상세히 적혀있는 나의 증상들과 그 이유들을 알아가는 것이 무서웠다.
생각해 보면 나는 지금까지 공황 장애 치료, 완치, 인지 행동 치료 등 병의 내실을 파악하기보단 치료를 위주로 자료를 찾아다녔다. 내가 앓고 있는 병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기엔 너무 무서웠던 거였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책을 빌려온 지 한주가 다 지나가는데 아직 3분의 1가량의 분량만을 읽었다. 한 챕터 한 챕터 넘기는 것이 너무나 무섭다. 책에선 공황 장애를 무섭게 표현하지도 않았는데도 나는 다음 챕터를 읽기 위해 잠시 책을 덮고 심호흡을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정도였다.
왜 공황 장애에 대해 자세히 알아가는 게 무서운건 진 나도 잘 모르겠다. 책을 완독해도 그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다음 진료 때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려 한다. 아마 그럼 또다시 빠르고 긴 타이핑 소리를 들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요새 계속 때때로 몰려오는 불안감과 초조함에 계속 잠식당하고 있다.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평소에 좋아하던 장소인 서점을 찾아가면 우울증, ADHD 등 다양한 정신병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찾아낸 멋진 작가님들의 책들이 즐비하다. 그들은 어려운 상황에도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끊임없이 계획을 세우며 꿈을 꾸고 미래를 그려나간다.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 공황 장애 하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한 채 멈춰있다.
나는 계속 멈추어있는 것 같다. 제 딴엔 걷기도 달리기도 해서 앞으로 나아간 것 같은데 발밑은 여전히 정돈되지 못 한 비포장도로 길이다. 나는 비포장도로에서 피어나는 꽃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나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최근엔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즐기러 갈 준비도 끝마쳤다. 나의 비포장길에 피어난 가장 아름다운 사랑스러운 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초조하고 불안하다.
만약 내가 평소에 즐겨 하고 좋아하던 이 취미 생활에서 이번에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나는 괜찮은 걸까? 애당초 제대로 보러 갈 수나 있을까? 숨조차 쉬기 힘들어하는 이 몸으로?
책에선 공황 장애를 호랑이에게 쫓기는 것과 같은 불안감이라고 자주 표현했다. 호랑이에게 쫓기는 것 같은 이 불안감으로 나는 내가 사랑하던 것들을 여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여전히 나의 다정함을 지킬 수 있을까? 나는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나는 감정이 사람을 성장시킨다고 생각한다.
나를 성장시킨 감정은 다정함과 사랑이다. 나는 나를 성장시키고 나를 만들고 나를 지켜 온 이 감정들을 잃고 싶지 않다. 몇 번 생각 했지만 정말 본격적으로 사랑과 다정함에 대한 글을 적어야겠다. 신경 안정제가 잠재우는 나의 신경 속 나의 감정 속 잠자서는 안 될 사랑과 다정함을 글로라도 깨워야겠다.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된다. 신경 안정제만 먹으면 그냥 빨간색은 빨간색이고 주황색은 주황색일 뿐이니깐. 하지만 나는 다시 빨간색에서 사랑을 주황색에서 따스한 다정함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글로서 남길 것이다.
병은 여전히 무섭지만 무서움을 떨쳐 낼 또 다른 방도가 있다면 병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지금보단 덜 무섭지 않을까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