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0 / 새로운 병원, 두 번째 검진
안녕하세요.
오늘은 새로운 병원의 두 번째 검진을 다녀온 날입니다.
두 번째 검진이라고 해도 특별할 것은 없었습니다. 저번주에 받았던 검사 결과들의 내용을 듣고 그에 맞춘 상담과 약을 처방받는 것이었습니다.
만성적인 우울증에 고통받으시는 분들은 많이 느끼셨겠지만 심리검사를 할 때,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대부분의 긍정적인 질문엔 전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부정적인 질문엔 매우 그렇다.라고 반복적으로 대답하고 있는 스스로를 보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그렇게 수 없이 좋지 않음을 명시하고 반복한 심리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이라 솔직히 그다지 좋은 결과를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예상외로 긍정적인 말씀을 들었습니다.
제가 다행히 스트레스 지수가 심각하지 않고, 만성적인 상황에 놓여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셨습니다.
만성적인 공황장애로 성장할까, 우울증에 끝이 오지 않을까. 수많은 날을 고민했던 저로서는 전혀 상상도 못 했던 말씀이었습니다.
항상 부정적인 결과만 상상했던 터라 생각보다 좋은 검사 결과가 나왔음에도 저는 당황해 기뻐하지도 못했습니다. 그저 가만히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고 네? 또는 예? 하는 의문문을 남발할 따름이었습니다.
그 말씀들을 듣다 보니 느꼈습니다. 저는 제 스스로를 낮게 얕잡아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저는 스스로 공황에 좀 먹히고, 우울증에 빠져서 수면장애에서 허덕이고 있다고만 생각했지. 스스로 호흡의 중심을 잡을 줄 알고 공황을 이겨내고 있으며 정신적 우울증의 척도는 낮으며 기타 사항들을 잘 컨트롤하면 수면제를 섭취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남들은 그것도 좋은 상태는 아니지 않냐고 물을 지 모르지만 저에겐 상상 못 했던 긍정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제가 지금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상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오히려 극도로 지쳐서 웅크려져 있는 상태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어떻게 보면 두 상태는 닮아 있습니다.
극도의 예민과 극도의 지침은 상호 서로를 부르는 관계이기도 하죠.
저는 일단 예민함이 일종의 상태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항상 예민했거든요. 그 말은 제가 항상 일정 이상의 스트레스 지수에 노출되어 있었으며 그에 따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오늘 새롭게 배웠습니다.
오늘은 그것 외에도 그동안 조금 고민하던 걸 의사 선생님께 털어놓았습니다.
며칠 전부터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를 나무라는 말들로 가득 찬 목소리들이요.
그것 역시 극도의 예민한 상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태라고 하셨습니다.
극도의 예민함.
이건 도대체 뭘까요.
뭐기에 저를 이렇게 좀 먹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