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6.11 / 망각은 신에게 부여 받은 선물이다.
망각은 신의 선물이다.
문득 이 구절이 떠올라 이렇게 글을 씁니다.
글을 쓰는 것조차 힘들어 키보드를 놓은 지 언 3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저는 망각하지 못한 것들로 인해 고통받고 울부짖으며 살아오고 있습니다.
낫기 위해, 나음을 다짐하기 위해 시작했던 글은 어떻게 보면 나음을 강요하고 나음을 재촉하는 촉진제가 되어 저를 괴롭혀왔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충동적으로 적기 시작한 글이라 오늘 이 글이 차후에 남아있을지조차 모르겠습니다.
저는 철저히 망가져 내려가고 있습니다.
매일이 고통이고 삶이 지옥입니다.
우울증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악화된 우울증은 나았다고 으쓱 됐던 공황발작을 일으켰습니다.
도망칠 구석도, 도망갈 여력도 없습니다.
한없이 괴롭고 지쳤습니다.
저는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걸까요.
요샌 그래서 계속 과거를 곱씹습니다. 사람은 과거에 머물러서도 미래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는데 저는 계속해서 과거와 미래를 번갈아 머물며 지나간 고통과 오지 않을 고통에 몸부림치며 울부짖고 있습니다.
이 울부짖음이 누군가에게 닿아 저를 구원해 줄 수 있을까요?
아니 애당초 제게 구원받을 가치가 있을까.
삶은 왜 이렇게 고단하고 지나치게 힘든 것일까요?
저를 구원하고 구할 수 있는 것은 저 뿐이라는 사실을 지독히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저를 구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게 너무나 힘듭니다.
저는 저 하나 구원하는 게 힘든 지나치게 자그마한 인간입니다.
곱씹은 과거에서 실낱같았던 행복을 읽고 그곳에 매달리거나 지나간 과거에 남은 칼날에 베이고, 오지 않은 미래의 화살촉에 미리 몸을 갖다 바치며 저는 고통받고 있습니다.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망각은 신의 선물입니다.
과거의 실낱 같았던 행복도, 그곳에 남아있는 칼날 같은 시간들도 모두 다 망각해버리면 미래의 화살촉에 제 몸을 갖다 받칠 일 또한 없겠죠.
그러니 망각은 신의 선물이 맞습니다.
너무나도 좋은 명문을 가지고 우울감에 찌들어 적은 헛소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 잊지 말아 주세요.
망각은 정말로 신께 부여받은 선물이 맞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