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공황장애 약

24.12.05 / 반년 만에 돌아온 공황장애 약

by 정윤

안녕하세요.

반년만에 새로운 일기를 적어 올립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일기를 적어 올린 지 벌써 반년이나 지났네요.

그동안 글이 뜸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 상태가 비교적 좋아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저는 공황장애가 나아가는 걸 적겠다고 포부 한 것치곤 나아가는 과정을 기록하진 않았습니다. 뭐랄까, 제겐 그게 당연하게 느껴졌거든요. 내가 이렇게 약을 꾸준히 챙겨 먹고, 꾸준히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데 나아지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네, 아니었습니다.

저는 오늘 반년만에 다시 공황장애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공황장애 약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용량을 줄여가던 우울증 약까지 용량과 종류를 늘려야 했습니다.

저는 약을 꾸준히 챙겨 먹고, 꾸준히 규칙적인 생활을 했지만, 그랬지만 죽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지게 하진 못했습니다. 죽어서 편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제 목을 감싸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감각은 평범히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제 숨을 틀어막았고, 약을 챙겨 먹는 손을 무력하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된 이유 역시도 간단합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입니다.

제가 그렇게 말하자 의사 선생님께서 짧은 심리학 연구 하나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와 같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는 그들을 추적 관찰하면서 시작됩니다. 훗날 이들을 다시 찾아간 연구진들은 다양하게 변해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월등히 상태가 좋아진 이들과 조금은 좋아진 이들 그리고 여전히 힘듦을 겪고 있는 이들을 말입니다. 다양하게 변한 대상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죽고 싶어 하던 때를 묻자 모든 대상자들은 말합니다. 그땐 내가 왜 그렇게까지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니 다 아무 일도 아니더라.

좋아진 사람도 있고, 아직 좋지 못한 사람들이 있음에도 그런 일괄적인 대답이 나왔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럽습니다. 지금 이 시기를 어찌 됐든 지나간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말입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원래 연말, 연초가 되면 다들 조금씩 일어나는 불안감이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불안감을 너무 무겁게 느끼지 않게끔 하고 싶어서 하신 말씀이시겠죠.

저는 저 추적 관찰을 받은 사람들처럼 이 시기를 잘 보낼 수 있을까요? 그런 날이 올까요?

오늘도 진료실에서 눈물을 흘리고 끊었던 공황장애 약을 다시 진단받은 제게도 그런 날이 올까요?

의사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제게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제 안 좋은 생각들, 죽고 싶다는 생각들은 약을 복용하면 끊어질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 그 기분을 다루는 건 바로 저라고 하셨습니다.

하고 싶은 걸 하며 기분을 전환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이겨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글을 적었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바로 글을 적는 거니깐요.

부디 저는 미래의 제가 추적 관찰의 대상자가 되어 아무 일 아니었다고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망각은 신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