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 소음

by 고운로 그 아이


빗물이 발끝 적시는 수목원의 천변

개천에는 물안개가 뿌옇게 피어오르고

발걸음은 쫓기듯 박물관한다


선조들이 사용하던 목제품을 보다

눈길이 멈 곳, 물레

귓속 어딘가에서 드르륵 드르륵

물레 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열두 시만 되면 위층에서 들리는 소리

드르륵 드르륵

그것은 무엇인지

어째서 꼭 한밤중이어야 하는지

미스터리를 안고 있는 층간 소음

어쩌면 그건 층간 소음이 아닌

까마득히 거슬러 올라가는

태곳적 기억인지도 른다는 생각

환청을 뚫고 간다


등잔불이 모두 꺼진 자시(子時)

머리 위 보름달을 불빛 삼아

밤마다 물레로 실을 잣던 여인

삼, 목화. 쌓인 물레질을 끝내려고

졸면서도 일감을 붙들고 있던 그녀

엉켜버린 실타래의 끝을 찾듯이

고단함의 끝을 찾아 선잠 속을 헤맬 때

보름달은 그녀 대신 물레를 돌리며

달빛을 곱게 자아내고 있었으리


그것이었나 보다

밤 열두 시가 되면 씨년스럽게 들려오

의문스러운 그 소리의 정체








밤 12시가 넘으면 윗집에서 드르륵 드르륵 소리가 들린다.

가족들은 추측했다. 청소기 소리일 것이다, 아기 보행기 소리다.

하지만 크게 거슬리거나 오래가지 않아서 찾아가 보지는 않았다. 그저 소리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국립수목원에 간 어제는 예보와 다르게 하루 종일 비가 질척거렸다.

속시원히 와서 자동차 먼지라도 씻겨 주든지 나들이 시간에 맞춰 비가 그쳐주면 좋을 텐데 흙먼지와 뒤섞이기만 하고 갔다.


산책하기에 좋지 않았다. 내린 비가 살얼음을 만든 곳도 있어 조심스러웠다.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실내로 향하고 산림박물관 투어로 산책을 대신했다.

산림박물관은 국립수목원에 있는 나무들의 역사와 생태계에서의 역할, 우리 생활 속에서의 쓰임새 등이 기록되고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지금 1층에는 참나무 특별관이 열려 있다.


나무는 예로부터 광범위하게 쓰이는 재료이다. 집, 배, 수레 등을 비롯해서 문갑, 장롱, 소반, 방망이 등 생활 전반에 쓰인다.

삼, 목화, 누에고치 등으로 실을 잣는 도구인 물레 역시 나무로 만들어졌다.

물레 돌아가는 소리를 상상하면서 윗집 층간 소음과 결이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의 시를 써 보았다.



방문한 곳에서 몇 컷을 남겨 보았습니다.

추적추적 비가 오는 수목원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봉선사천



산림박물관 내 참나무 특별관



참나무라는 이름의 나무는 없다.

그것은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이 여섯 나무의 통칭이다.

모두 도토리를 맺는 나무이다.

참된 나무. 진짜 이로운 나무라는 뜻이다.



거북선의 앞면과 방패판 등 충돌 부위는 단단한 참나무로 보강했다고 한다



배의 주재료인 나무



광릉숲의 나비를 전시한 나비 기둥



열대온실관 건물에 있는 관람객 휴게실인 트로피칼 라운지로 자리를 옮겼다. 갈 때마다 이용객이 우리밖에 없었다.

이곳을 잘 몰라서 못 오는 건지 모르겠다



라운지 복도에는 여러 가지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솔방울을 물들여 만든 장식품이 예뻤다.



수목원을 나와 어디로 갈까 하다가

샛별반점이란 음식점에 갔다.

리뷰에 참여하면 탕수만두는 서비스로 제공된다.



창이 넓은 카



한 것이 별로 없어서 받아온 활동지로 참나무에 관한 퀴즈를 풀어보았다. 꽤 어렵다.



어제는 궂은 날씨로 언덕길을 오르지도 못하고 숲길을 걷지도 못하고 육림호 쪽에 가보지도 못해 아쉬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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