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바늘이 비단실을 꿰고
한 마리 숭어처럼 옥양목 위를 헤엄치면
지나간 자리마다 봄은 피어난다
꽃대 위에 소담히 내린
산수유 꽃숭어리의 노란 설렘
아름다움에 입맞춤하는
흰나비의 순백한 마음
나비의 코끝에 향기를 수놓는다
꽃의 가슴속에 사랑을 떠 넣는다
들판 같은 자수 천 위에서 맺히는
희망의 씨앗들
꿈의 열매들
새봄은 어디쯤 왔을까
저 뒷산 너머에서 까치발 하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지
오색실 감아 놓고 약속이라도 하듯
봄 햇살의 새끼손가락에 걸어 둔다
문이 열리면 이 세상을
더 환한 빛깔로 수놓아 주기를
간절한 가슴마다 스며들기를
저 대문 사진은 제가 수놓은 작품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는 사생활'의 도깨비 신부님 작품입니다.
시는 시적 화자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것이므로 저 자신과 꼭 일치하지만은 않습니다. 아이들 어릴 때는 이것저것 만드는 욕심이 많았지만 요새는 집중해서 들여다보는 일을 잘하지 못합니다. 눈이 너무 아픕니다.
아이들 애기 때 뜬 것들. 20여 년 전
프랑스자수 작품을 검색해 보다가 떠오른 발상입니다. 글이 잘 안 써져서 멱살을 붙잡고 썼습니다.
수틀 안에 꽃피는 세상처럼 이 춥고 답답한 날이 어서 지나가고 봄이 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아침에 뉴스를 틀어 놓고 잠을 깨는데 헛웃음 밖에 안 나옵니다. 국민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아웃 오브 안중 같습니다.
그래도 봄이 온다는 것은 가슴 뛰는 일입니다. 메마른 대지를 뚫고 나오는 여린 새싹을 떠올리면, 깜깜하고 꽉 막힌 단단한 대지 속에서 이겨낸 쪽은 결국 힘없는 새싹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밝은 세상으로 가고 싶었던 한 가지 희망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결국 봄은 올 것입니다. 그것만 믿고 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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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는 사생활' 도깨비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