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있게 처리하는 회사는 무엇을 가졌길래
책임자, 책임을 지는 사람
조직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은 거의 항상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 조직 내에서 권한과 권력을 많이 가질수록 그에 뒤따르는 책임이 커지고, 흔히 말하듯 그 책임을 지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받는다.
Ownership은 책임감보다 한 단계 더 넓은 개념처럼 사용된다. 잘못의 귀책보다는 일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주인의식, 자발성, 문제 해결 의지가 강조된다. 그래서 종종 이렇게 말한다.
“좋은 회사일수록 오너십이 강한 사람들이 많다.”
각자의 영역에서 자발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일이 잘 돌아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좋은 회사에 그런 사람들이 많은 이유로는 대개 '채용을 잘해서', '조직문화가 좋아서', '연봉이 높아서' 같은 것들이 생각난다. 그럴듯하지만, 이것 역시나 원인을 '사람'에게서 찾게 한다. 반대로 말하면, 오너십이라는 정형화되지 않은 능력을 지닌 사람만이 좋은 회사에 가서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고, 회사는 오너십 가진 사람을 채용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진짜?
오너십은 개인의 성향인가, 아니면 조직이 만들어낸 결과인가.
첫 직장으로 대기업을 다닌 뒤 퇴사했고, 여러 중소 규모의 스타트업을 거쳐 8년 만에 다시 대기업으로 돌아왔다. 다시 큰 조직에 와보니, 사람들이 특별히 더 성숙해 보이진 않았다. 흔히 말하는 ‘초천재’들은 오히려 스타트업에서 더 자주 만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은 스타트업보다 일이 잘 돌아간다. 사람들은 특출 나지 않았는데 일이 잘되는 것을 보니 낯선 안정감이 온다. 사업의 안착 정도를 배제하고 본다면, 이 차이는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구조라는 점을 발견했다.
일이 돌아가도록 만드는 구조는 사실 너무 뻔한 내용이긴 하다.
첫째는 목표. 전사의 방향성, 사업 단위의 목표, 부서의 할 일, 개인이 맡은 역할이 문서로 정리되어 있고, 연중 지속적으로 추적된다.
둘째는 성과 측정. 주간 단위로 지표가 오르내리는 단순한 수준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봤다’는 기록이 남고 리뷰의 대상이 된다.
셋째는 회고. 좋게 표현하면 회고지만, 현실에서는 종종 질타로 나타난다. 질타가 가능한 이유는 단순하다. 모두가 합의한 목표가 있었고,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넷째는 보상. 회고와 평가의 결과는 승진, 역할 조정, 성과급 등 어떤 형태로든 반영된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몸을 갈아 넣으며 야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맡은 목표를 달성하고 싶어서이고, 그 결과를 인정받고 싶어서이며, 동시에 질타를 피하고 싶어서다. 그리고 그 끝에는 승진과 성과급이라는 명확한 보상이 있다.
이 구조 안에서는 개인의 ‘오너십’을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 책임과 보상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역할을 끝까지 가져간다. 평균적으로 적정한 수준의 오너십을 갖게 되는 구조이다.
싸우면서도 어쨌든 일은 된다
역설적이지만, 책임 구조가 잘 작동하는 조직일수록 조용하지 않다. 기여도에 대한 이견이 생기고, 목표 해석을 두고 충돌한다. 뭔가 맛있는 아이템이 진행되면 너도나도 숟가락 얹기 바쁘다. "너희가 그 일을 왜 해?"라는 눈치를 오고 나서 정말 많이 느꼈다. 하지만 이는 부서와 개인 간의 감정싸움일 뿐, 어찌 됐든 회사 관점에서 일은 진행된다. 적어도 '못한다', '늦는다'는 말이 나오기 어렵게 한다.
일이 안 되는 곳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은 목표-측정-회고-보상 사이클이 무너졌기 때문인 듯하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성과측정을 안 하거나, 측정만 하고 그것에 대해 의견을 나누지 않거나, 잘하던 못하던 회사생활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경우. 그럴 때 책임은 결국 개인에게 귀속된다. “그래도 네가 더 신경 썼어야지” 어쩌면 이렇게 오너십을 강요하는 말은, 책임구조가 갖춰져있지 않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기업 vs 스타트업 문제가 아니라
흔히 하는 “대기업은 체계가 있으니까”, “스타트업은 아직 미성숙하니까” 같은 말을 떠올리며 대체 '대기업의 체계'란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서른 살, 첫 대기업을 퇴사할 때는 ERP가 잘 갖춰져 있는지, 품의와 결재를 통해 업무가 진행되는지, R&R이 촘촘한지 등을 생각했었다. 8년이 지난 지금 생각하는 회사의 체계란 조금 더 넓은 범위의 추상적인 의미로 느껴진다. 잘했을 때 무엇이 달라지고, 못했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조직이라면 그 회사가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상관없다. 그것을 만들기 위한 회의체, 업무도구, 용어, 전담 관리부서 등의 차이가 있을 뿐. 잘해도, 못해도 달라지는 게 없는 조직이라면 아무리 자유롭고, 수평적이고, 열정적인 사람들로 채워도 끝까지 오너십을 개인에게 요구하게 된다. 그건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설계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