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음악 사이, 나의 짧은 Interlude

01. TAEMIN, The 4th Mini Album <Guilty>

by 금요일


Track 1. Guilty *Title

- 작사 : 박태원

- 작곡 : Jonatan Gusmark / Ludvig Evers / KOLE / Maxx Song / Kriz

- 편곡 : Moonshine

- 총괄디렉터 : 김욱


첫 번째 Guilty, 우리를 점점 더 옭아매는 우리의 사랑


마치 기승전결이 몰아치는 한 편의 고전 영화를 보는 듯한 감상을 준다. 극적인 현악기 멜로디라인과 묵직한 드럼 소리. 그리고 그 끝이 둔탁하지 않고 묽게 퍼지는 효과는 긴 여운을 남긴다.


보컬로는 역시 태민의 미성과 부드러운 목소리가 강렬한 사운드와 대비되어 더욱 돋보이며 더욱 곡 중 화자의 감정과 서사에 집중하게 된다.


젠더리스를 대표하는 아티스트기도 하듯이, 가사에서도 성별을 지우고 너와 나로만 이야기를 채운 것이 누구나 자신을 혹은 누군가를 대입하게 될 것 같다.


3년 전, 스톡홀름 증후군에 걸려 자신을 더 망쳐달라고 읊조리던 태민이, 이제는 너를 아프게 하는 사랑도 나의, 우리의 사랑 방식이라는 말을 건네며 돌아왔다.


Track 2. The Rizzness


두 번째 Guilty, 우리를 집어삼키는 서로의 시린 말들, 시선들


첫 번째 트랙에서 웅장함과 몽환적인 느낌을 강하게 안겨주었다면, 이번엔 808 베이스와 신스 베이스를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미니멀하게 곡이 시작된다.


세상의 차가운 시선에 대한 묘사와 그보다는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뚜렷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일까, 힙합이라는 장르를 이렇게 강렬하게 시도한 것이 조금 놀라우면서도 납득이 되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랩핑을 무의식 중에 생각했던 것보다 잘 소화해서 한 번 더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딕션이 좋고 음악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서일까 래퍼가 아닌데도 이질감은 덜했다고 생각한다.


벌스를 거듭할수록 왜곡되는 듯한 비트와 점점 강해지는 일렉트릭 기타의 트레몰로 주법이 클라이맥스까지 치달았다가 다시 간결하게 메시지를 던지며 곡을 마무리하는 것에서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Track 3. She Loves Me, She Loves Me Not


세 번째 Guilty, 어차피 사라질, 지독히도 아름답고 잔인한 감정


2번 트랙과 마찬가지로 힙합이 베이스긴 하지만, 보다 서정적인 느낌이 강한 곡이다. 마이너한 화성과 노이즈 섞인 소리의 질감 때문일까? 가사가 나오기 전 인트로 부분은 배인숙의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같은 곡처럼 80년대 한국 대중가요가 떠오르기도 했고 2010년대에 유행했던 I.F의 <rainbow>와 같은 어두우면서도 절절한 힙합 곡이 떠오르기도 했다.


후렴에서 태민의 목소리 뒤로 더욱 외치듯 받쳐주는 보컬들은 마치 화자의 담담한 겉모습과 아우성치는 내면을 동시에 표현한 듯하여 감상이 극대화됨을 느꼈다.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후렴 멜로디라인은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 트랙에서의 깔끔한 마무리는 명료한 스피치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 트랙에서의 마무리는 미련 없이 돌아서는 느낌이 들어 곡의 주제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Track 4. 제자리 Not Over You


네 번째 Guilty, 극복할 수 없는 네가 남긴 흔적들


전반적으로 몽환적이고 악기 소리의 여운으로 꽉 찬 듯한 트랙들이 많다는 느낌이 드는 앨범이다. 앞선 트랙보다 부드러운 보컬과 리드미컬한 드럼이 앞서 달려온 감정들을 잠시 나를 앉히고 쉬게 하는 기분.


벗어나고 싶지만 지난 사랑이 남긴 상처와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계속해서 되감기 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담하면서도 단단하게 풀어내는 듯하다.


Track 5. 오늘 밤 Night Away


다섯 번째 Guilty, 아니 사실은 Not Guilty


요즘 많이 들리는 이지리스닝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보다는 샤이니 1집 앨범의 <눈을 감아보면> 같은 노래가 떠올랐다. 샤이니 특유의 편안하면서도 가벼운 발라드. 태민의 미성이 이러한 따뜻하고 밝은 곡을 만나면 노래가 한층 더 화사해지는 느낌이 들고, 이 노래는 분명 연인 간의 사랑에 대한 노래인데 위로받는 기분까지 든다.


이 앨범에서 정말 가장 행복한 감성으로 들을 수 있는 노래인 것 같고, 어쩌면 Guilty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한 줌의 희망, 사랑 등을 나타내는 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달빛 아래 서로를 아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충만한 연인의 모습이 그려지는,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곡이었다.


Track 6. Blue


여섯 번째 Guilty, 우리의 아픈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태민이라는 아티스트가 이래서 좋다. 그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다시 닫지 않았다. 즉, 그가 풀어내는 세계에서 희망은 더 이상 상자 속에 갇힌 존재가 아니다. 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수많은 Guilty들 중에서 마지막 두 곡을 통해 서로에 대한 사랑과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역설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현실은 힘들고 내일은 더 힘들 수도 있지만, 그래도 겁내지 말고 가자. 그러면 마침내 너무도 멋진 풍경이 모습을 드러낸단다. 라는 메시지가 가사를 통해서도 잘 느껴졌다.


경쾌한 비트와 초반부의 맑은 신스 소리는 이 곡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해 주고, 후반부로 갈수록 많이 이용되는 가성 보컬이 노래의 감성을 더욱 끌어올려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또한 시원한 태민의 보컬이 확장되는 느낌을 만들어 줘 곡의 제목인 Blue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마무리하며

솔로 아티스트 태민의 제대 후, 30대가 된 후 첫 앨범.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었고 군대도 다녀왔으니 ‘섹시’라는 키워드를 콘셉트로 잡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행보라고 생각했다. 아, 물론 태민이라는 아티스트의 정체성 자체가 ‘섹시’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기도 하고. 다만, 어떤 ‘섹시’를 보여줄지가 궁금했다. 이 아티스트는 여태까지 Move, Criminal, Advice 등 많은 노래를 거쳐 오면서도 단 한 번도 뻔한 섹시함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섹시함을 넘어서 아름다움에 가까운 음악적 콘셉트로 비주얼라이징까지 연결시켜 그가 보여주는 모습들은 성인 남자로서의 섹시함보다는 심미주의 예술가들이 추종한 아름다움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역시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섹시함’ 아니, ‘관능’을 들고 나타났다. 세상의 모든 일, 모든 관계는 마냥 아름답고 매혹적이기만 하지 않다. 때로는 상처를 남기고 상처를 받을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 길을 선택한다. 가서는 안될 길을 갈 수밖에 없는 힘, 이것이 얼마나 관능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지를 잘 표현한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듣기 편안한 곡들이 범람하는 요즘의 유행을 따르기보다 본인이 아티스트로서 가지는 정체성 안에서 세련되면서도 매력적인 음악들이 주를 이룬다. 미니멀하기보다 악기 소리를 채우며 감정의 격랑을 음악으로도 잘 풀어냈다고 보인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두 곡에서는 다시 경쾌함과 화사함을 살려 마치 한 차례 실컷 울부짖고 난 이후 개운함을 느끼는, 일종의 카타르시스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앨범이라기보단 폭풍이 휘몰아친 후 맑게 갠 하늘 같은 앨범이다.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그 역시 예측하기 쉬운 범주를 벗어난 구성이라 재미있다고 생각되었고 이제 다시 걸어 나가기 시작한 태민이라는 아티스트가 앞으로 또 어떤 음악으로 우리를 즐겁게 할지, 놀라게 할지가 더 기대되는 앨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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