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코의 시간
중학교 1학년
내게서 시작된 첫 시간은
부모의 손이 아닌
셋째 작은아버지의 손목에서 왔다
쉐이코, 반짝이는 숫자들
체육 끝난 뒤, 수도 옆
손과 얼굴을 씻느라
잠깐, 정말 잠깐
시계를 벗어 놓았고
종이 종소리에 끌려 교실로 돌아갔다
나중에 가보니
시간이 사라져 있었다
금속의 차가움만 빠져나간 자리에
내 심장만 남아 쿵, 쿵
집에 가서 말했을 때
엄마는 물어보지 않았다, 단정했다
누구한테 갖다 줬냐고
애들한테 맞고 빼줬냐고
말 사이사이, 손이 먼저 날아왔다
나는 아니라고, 아니라고
혀를 세워도 소용없었다
욕이 먼저였고
내 말은 또 중간에서 접혔다
그날 나는 알았다
시계를 잃은 게 전부가 아니란 걸
내 편을 잃고
내 얼굴의 온도를 잃고
내가 나를 믿는 힘이 흔들렸다는 걸
그래도 나는 배웠다
시간은 돌아온다
남이 준 시계는 잃어도
내가 세운 경계와 말은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