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나아지는 내 삶을 위하여

없을지라도

by David Dong Kyu Lee

세월이 흐르고 흘러

여기까지 왔건만

나아갈 길은

이젠 얼마 남지 않았음을

더 깊이, 더 또렷하게 느낀다.


야속하게도

나는 갈 길 머잖았고

내가 없어도

세월은 마냥 흐르고 흘러

끊임없이 변화를 데려온다.


내가 멈춘다 해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내가 사라진다 해도

세상은 여전히

꽃을 피우고,

바람을 불러오고,

다시 또 하루를 시작하겠지.


없을지라도

내가 없을지라도

이 세계는

아무렇지 않게

자기 일을 해내겠지.


그 사실이

조금은 서글프고

조금은 편안하다.


나는 지금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내 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내가 남긴 흔적을 바라본다.

매거진의 이전글좀 더 나아지는 내 삶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