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다투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그리워지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더라.
이상하지.
내가 싫어하던 걸 네가 하고 있고,
너는 아무렇지 않게 웃고,
나는 그 웃음이 미워서 더 사랑하게 된다.
출장 갔던 밤,
빈 컵에 김도 안 서리던 부엌,
따라갈 걸—혼잣말이 식탁에 남아 있었다.
너랑 살다 보니 알겠더라.
이 모든 건 사랑해서 그러는 거지,
미워해서 그런 게 아니더라.
내가 늦게서야 배운 말:
사랑은 때로 미움의 옷을 빌려 입는다.
### 시조 버전(네 책 분위기에 맞춘 담담한 호흡)
살다 보니 서운함, 미안함 번갈아 서고
그리움도 다툼도 버릇처럼 오가더라
미워한 줄 알았더니 사랑이라 알겠다
출장 밤에 빈 부엌 불 꺼진 잔 하나
따라갈 걸 중얼대다 식은 마음 만지니
내가 싫다 하던 것들 너에게서 배웠네
살다 보니 너와 나의 틈 사이로 비치니
서늘함도 다정함도 같은 몸의 그림자
결국은 사랑이라 늦게나마 깨닫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