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아니잖아요

결혼 - 5. 모두가 위만 보는 결혼 시장

by David Dong Kyu Lee

사람들은 결혼을 말할 때
사랑보다 먼저
불안을 꺼낸다.

“요즘 세상에 결혼이 쉽나.”
“경제가 불안한데 어떻게 가정을 꾸려.”
“집은 어떻게 구하고, 아이는 어떻게 키워.”

사랑은
불안 앞에서 작아지고,
불안은
사랑 앞에서 커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을 고르는 대신
조건을 고른다.

조건은
불안을 잠시 잊게 해주지만
사랑을 오래 지켜주지는 못한다.

사람들은
사랑을 선택하는 대신
불안을 피하려고
조건표를 만든다.

연봉,
직업,
학력,
집,
가정환경,
미래 가능성.

사랑은
조건표에 적히지 않지만
조건표는
사랑을 밀어낸다.

사람들은 말한다.
“현실적으로 생각해야지.”
“사랑만으로는 안 돼.”

그 말은
사랑을 보호하는 말이 아니라
사랑을 포기하는 말이다.

불안은
사랑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가로막는 그림자다.

사랑은
불안을 이겨내는 힘인데
사람들은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사랑을 포기한다.

그건 아니잖아요.

불안이 만든 조건표는
사랑을 안전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랑을 위험하게 만든다.

사랑은
조건을 넘어설 때 자라고
불안을 이겨낼 때 깊어진다.

결혼은
불안 때문에 망설이는 일이 아니라
불안 속에서도
서로를 선택하는 일이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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