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아니잖아요

프롤로그— 아이들은 거울이고, 우리는 그 앞에 선다

by David Dong Kyu Lee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깨끗한 종이처럼 세상에 내려온다.
그 종이에 무엇을 적을지는
아이들의 선택이 아니라
어른들의 선택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던진 말투를 따라 하고,
어른들이 보여준 표정을 흉내 내고,
어른들이 만든 규칙 속에서
어른들이 남긴 상처를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며 자란다.

그래서 아이들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어른을 비추는 거울이다.

사회가 급하면
아이들은 숨을 헐떡이고,
학교가 무너지면
아이들의 마음도 함께 무너지고,
정치가 아이들을 뒤로 미루면
아이들의 미래도 뒤로 밀려나고,
가정이 침묵하면
아이들의 목소리도 사라진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늘 아이들에게만 묻는다.
“왜 이렇게 변했니.”
“왜 이렇게 약하니.”
“왜 이렇게 버릇이 없니.”

그건 아니잖아요.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든 세상에서
어른들이 남긴 상처를
어른들이 가르친 방식으로
살아갈 뿐이다.

폭력은 아이들이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먼저 보여준 것이고,
왕따는 아이들이 만든 구조가 아니라
어른들이 만든 서열의 그림자이고,
무책임은 아이들의 성향이 아니라
어른들의 회피가 물려 내려온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든 세상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다.

그러니 이 책은
아이들의 문제를 말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어른들의 문제를 말하는 책이다.

우리가 먼저 변해야
아이들이 변한다.
우리가 먼저 바로 서야
아이들이 바로 선다.

이 책은
그 당연한 진실을
다시 꺼내어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말하고자 한다.

“그건 아니잖아요.”
이 말은
아이들을 향한 비난이 아니라
어른들을 향한 질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어른들이 해야 할 약속이다.

우리는 거울 앞에 선다.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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