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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꾼 Aug 04. 2015

더위를 먹다

먹고 싶진 않지만

지난주 수요일은 에브리바디스 연재를 올리는 날이었다. 

(에브리바디스 바로가기 ☛ https://brunch.co.kr/@keithekeyhmv3/2?m)


에어컨이 없는 작업실에서 나는 점점 더위를 먹고 방귀를 뀌어내듯 헉헉 되고 있었다.

끈적하게 녹은 내 팔이 타블렛 위에서 눌어붙은 달걀처럼 타들어 갈 때쯤 나는 찬물로 샤워를 했고.

추운 것보다 낫다는 위안은 오후 3시를 넘기지 못하고 나는 오늘 일과를 포기하기에 이르렸다.


그래서 더위가 불러온 재해(?)에 대해 얘기를 해보겠다.


매년 덥다. 지난 여름보다 올해가 더 덥고 자꾸만 더워지고 있다. 

일단 더위를 먹고 나면  우리는 당연히 땀으로 코팅이 되고, 곧 입맛을 잃는다. 배는 고픈데 밥은 먹기 싫고

한 끼 굶어 볼까 싶지만 결국 밥을 먹으려 나간다. 


이열치열, 더위에는 더위라는 망언을 차갑게 뒤로 하고 '냉면집'을 찾는다.


나는 여름이 되면 비빔냉면을 무지하게 섭취하고 결국엔 배탈이 나는 패턴을 겪곤 하는데 나는 그 원인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왜 냉면을 먹으면 배탈이 날까?


사실 나는 이미 한차례 폭풍의 사흘을 보냈었는데, 주인공은 바로 '냉면'이었다. 집 근처에 있는 '고기 주는 냉면집'에서 호기롭게 곱빼기를 시켜먹고 배탈을 맞이했다. 나는 변기에서 10m 이상 벗어나면 몹시 불안했고 분명 내 속이 비었음을 알고 있었지만 마법처럼 또다시 무언가 나올 것만 같은 불안감에 초조했다.


나는 '사는 이유가 뭘까?'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며 '내면적인 무소유'를 이뤄냈을 때 배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는 매번 배탈로 시작해 해탈로 마무리되는 이 인연을 끊어내고 싶어 졌다.

비냉같은 여자를 벗어나기란 어려울 것이다.



비냉을 배탈 나지 않게 먹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이참에 본격적으로 비냉을 배탈 나지 않게 먹는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과연 있다. 분명 비냉을 배탈 나지 않게 먹는 방법은  존재했다.


그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뽑아 보았다.


How to eat naengmyeon right?


1. 고명으로 올라가 있는, 계란, 야채, 배 등을 먼저 먹는다.


2. 비냉의 경우 뜨거운 육수를 함께 섭취하는 게 좋다.


3. 꼭 겨자 & 식초를 곁들인다.


'왜 이렇게 먹어야 하는가?'에 대해 말하기 전에  집고 넘어가면 매콥새콤한 비빔냉면은 함흥냉면, 깊고 담백한 물냉면은 평양냉면이라고 한다. 물론 서울의 냉면집은 대부분 전통 평양냉면과 달리 육수가 새콤한 편이다.

나는 비냉의 순수한 양념의 맛을 느끼는 걸 좋아해서 아무것도 뿌리지 않고 그대로 섭취하길 좋아한다. 꼭 겨자와 식초를 넣어 먹어야 한다니! 하지만 그 이유를 들어보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냉면은 차가운 메밀이 뜨거운 겨자를 만나 완성된다.


본토 평양 사람들은 말한다. 겨자를 넣기 전에 냉면은 메밀면에 불과하다고.

냉면의 메밀은 저칼로리의 장점이 있지만 차가운 성질로 인해 배탈을 일으킨다. 겨자는 차가운 메밀을 따듯하게 감싸줌으로써 온전한 냉면으로 승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식초는 쉽게 뭉쳐는 메밀을 마사지하듯 부드럽게 풀어내면서 냉면의 소화를 돕는 것이다. 고명으로 얹은 소고기, 계란, 배 등을 미리 섭취해 위가 차가운 냉면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다. 또한 비냉의 매운 양념은 차가워진 위에 통증을 더해 배탈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꼭 따듯한 육수로 위를 달래 주는 게 좋다.


결국 내 배탈의 원인은 무지에서 비롯됬다. 평소 냉면 마니아를 자청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올바르게 먹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가! 주변에 무지한 냉면인이 있다면 이 정보를 함께 공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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