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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꾼 Oct 06. 2015

씨스타 아니 시에스타(Siesta)

낮잠은 아이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야.

한국에는 씨스타가 있고,


스페인에는 시에스타(Siesta)가 있다.

따스한 햇살아래 잠에 빠진 스페인 미녀는 상상만으로 흐뭇하다.

스페인에서는 종종 점심시간에 문을 걸어 잠근 식당을 찾을 수 가 있는데,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맛집을 발견했더라도 꼭 전화를 걸어 오픈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장사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지역에 따라 관공서 역시 문을 걸어 잠그는 경우가 있으니 스페인을 찾는 여행객들은 참고하는 게 좋겠다.(은행의 경우 오후 2시까지 열린다.) 시에스타는 스페인의 낮잠을 자는 풍습으로 포르투갈과 라틴 아메리카 전역으로 퍼져있다. 스페인의 시에스타는 시대에 맞지 않는 '게으름'의 표현으로 여겨지기도 해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오랜 풍습으로 자리 잡은 만큼 대부분 지지하는 추세이다. 무엇보다 생물학적으로 분명히 존재의 이유가 있다.


한낮에 스페인의 햇빛은 대략 이런 느낌이다.

같은 태양을 맴돌며 살고 있지만 스페인의 햇빛은 한국의 것과는 다르다.

가을에 접어든 9월의 스페인산(産) 햇빛은 선글라스를 써도 눈이 부시고, 자외선은 3mm의 메이크업을 뚫고 들어 온다.(선크림 + 풀메의 아내는 어느새 인디언 처녀가 되어 있었다.) 여름에 스페인은 40도 까지 오르는데 가히 '직화구이'에 버금가는 더위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한낮의 스페인은 간신히 숨이나 쉴 수 있을 정도였으니 당연히 휴식이 필요했고, 오후에 일을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잘 먹고 더위를 식히기 위해서 와인도 한잔 맥주도 한잔씩 해야만 했을 것이다.


시에스타는 '게으름'도 '여유'도 아니다. 생존이었다.


시에스타는 노동력의 효율뿐만 아니라, 미인 인구의 증가도 가져왔을 것이다. 스페인에는 화려하고 멋진 미녀가 많은데 그 증거로 미녀가 많은 나라 탑 15중 8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탑 15에 포함된 상당수의 나라 역시 시에스타와 같은 풍습을 갖고 있었는데 어쩌면 더운 기후가 미녀를 만드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대구'를 들 수 있겠는데 대구시민들에게 낮잠문화가 퍼져 있는 건 아닐까?(진지해지지 말자.)


한국의 더위가 습기 가득한 '사우나'식 이라면, 스페인의 더위는 달걀 굽는 '맥반석 불가마'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 불쾌지수로 괜한 경쟁을 하고 싶진 않으니 비교하는 건 이 정도로 마치고 싶다. 다만 스타일은 다르지만 무더운 여름을 보유(?)하고 있는 스페인에 있는 시에스타가 우리나라에는 없었을까?


우리나라에는 새참이 있었다.

새참은 '사이참'의 줄임말로 삼시세끼 외에도 끼니 사이에 식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새벽부터 일을 시작한 노동자들은 아침과 점심 사이와 점심과 저녁 사이에 새참을 먹었다. 요즘 말로 하면 '브런치' 되시겠다. 해가 지면 자연스럽게 일을 마치던 옛날에도 노동력의 효율성과 극대화를 위해 한국식 시에스타 '새참'이  존재했던 것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호롱불 아래 서로의 체온을 나누던 그 시절,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노동시장의 지각을 뒤흔드는 사건이 터졌다. 1879년 10월, 에디슨의 전구 발명으로 인간은 밤에도 어둠을 밝힐 수 있게 되었지만 대신 야근을 낳음으로써 우리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빛은 인간을 삶을 밝히는 걸까? 숨어 있던 어둠을 들추는 것일까?

새참은 휴식과 함께 먹거리와 마실거리로 재충전을 하며, 잠시 일과에서 떨어져  재정비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왔다. 모름지기 일이란 가속보다는 지속이 어려운 사실을 선조들은 일찍 깨우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성장을 위한 속도의 전쟁터에 살고 있는 나에게 스페인의 '시에스타'는 부러움보다는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것'을 다시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삼시 세 끼가 로망이 되어버린 지금의 우리에게 어느 때보다 '새참'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하지만 시스타(Sistar)가 아니다.

나를 포함한 30대들이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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