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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꾼 Sep 01. 2016

서민형 커플을 위한 자기주도적 결혼 지침서.




운 좋은 당신은 괜찮은 사람을 찾았고, 심지어 그와 사랑에 빠졌으며, 차고 넘치는 현실의 문제를 극복하기로 두 사람은 결정했다. 두 사람 모두 다행히(?) 한 번도 결혼을 해본 적이 없으며, 그래서 결혼을 준비해본 적도 없다.

덕분에 꽤 많은 커플들은 일생일대의 이벤트를 종종 남의 손에 맡기거나, 타인의 결정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몇 가지 사실만 인지한다면 결혼 초심자도 주도적으로 결혼을 준비할 수 있다.




#1. 부모의 재정적 지원에서 독립해보자.

개인차는 있겠지만 결혼에 있어서 부모의 도움이 존재(?)하리라는 믿음은 약간씩 존재한다. 노골적으로 구체화된 금액은 아니더라도 어딘가 내가 알지 못하는 통장이 존재하리라는 기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부모에게 손을 벌리기 전에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부모님에게 지원받을수록 수월한 결혼을 할 수 있지만, (두고두고) 갚아야 할 돈이란 건 분명하다.


좋은 집에 좋은 가구를 들이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부모님에게 손을 벌린다면 미래 장인 장모(시댁 시 어른)의 주 3회 방문도 기대해볼 수 있겠다.(feat. 내 거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집)




#2. 상견례는 늦을수록 좋다.

결혼이 부모님의 손에 넘어가는 순간 당신이 원하던 결혼과는 한 발짝 멀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여기에 몇 가지 이유를 들어보겠다.


1. 그들은 딱 한번 해봤고, 그것은 이미 30년 전에 벌어졌다.


그러니까 지금 부모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지디가 서태지에게 요즘 음악의 트렌드를 묻는 것과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나마 서태지는 한때나마 문화대통령으로 불렀던 사람이다.) 어떤 조언을 들었을 것 같은가? 이미 번지수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확 오기 시작한다. 그들은 애써 요즘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하려고 하지만 일단 그들은 요즘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공감에는 한계가 있다. 즉 그들도 요즘의 결혼에 대해서는 당신만큼 아는 바가 없다는 것이다.



2. 당사자에겐 일생 일대 이벤트, 부모에겐 다시없을 M&A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들의 무기는 "사랑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또한 "사랑으로 극복"할 수 없는 일이 다반사인 게 결혼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부모는 사랑으로 극복할 수 없는 현실을 30년이나 함께 보내며 사랑의 무기력함을 잘 알고 있다. 그들에게 결혼은 기업과 기업 간의 인수합병에 가깝고 그것은 상견례에서 어떻게든 그 모습을 드러낸다.



3. 부모 역시 자신을 위한 결혼을 꿈꾼다.


결혼은 당사자끼리 하는 것은 아니다. 까놓고 말하면 결혼은 결혼식에 참석하는 모든 사람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객들은 날씨보다 그날의 메뉴가 내 입맛에 맞길 바라고, 부모들은 환갑잔치 이상으로 자신의 안녕을 만천하에 공고히 하는 날이기도 하다. 즉 당신의 결혼식이 부모님의 환갑 디너쇼를 동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3. 예산을 확보하자.

대출은 내 미래의 월급을 담보 잡히는 짓이다. 가용금액 내에서 예산을 짜 보자.

신혼초는 당신의 상상보다 복잡하고 미묘한 일들이 쉴 틈 없이 벌어진다. 커플은 결혼 전에 볼 수 없었던 각자의 모습에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이 시기에 대출이자를 갚느라 전전긍긍하며 보낸다면 그것은 부부가 된 커플에겐 끔찍한 선택이 될 것이다. 만약 가용금액에 맞춘 신혼집이 다소 실망스럽더라도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4. 웨딩박람회, 웨딩업체와 미팅 예약부터 잡고 보는 건 옳지 않다.


그 많은 업체 중에 내 입맛 맞는 곳이 하나 없을까? (없을 확률이 높다.)  또한 숙달된 웨딩플래너에게 생전 처음 결혼을 준비하는 당신은 만만한 상대임이 틀림없다. 당신은 망망대해 위를 떠다니는 기분을 느끼게 될게 확실하며, 수많은 업체와 미팅 후 진이 빠진 당신은 현실과 타협하며 스스로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지."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널뛰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일단 구글링을 통해 당신이 원하는 웨딩의 이미지들을 최대한 끌어모아라. 그 과정에서 당신이 원하는 장소, 콘셉트에 대한 개념부터 정리하는 게 좋다.




#5. 시작은 "장소"부터!!

일단 두 사람이 잠정적으로 "결혼"하기로 결정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예식장 섭외부터다.

웨딩홀을 원하는지, 하우스웨딩을 원하는지 , 전통 혼례를 원하는지 콘셉트부터 정하자. 본인이 억대 연봉자라면 당장 내일이라도 장소를 섭외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우린 아껴야 하고 발품이야 말로 우리의 밑천이다. 무난하게 웨딩홀을 선택하는 것도 좋지만, 상황에 따라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무료 대관은 그보다 나을 수 있다.


 ex) 양재 시민의 숲은 상당히 좋은 장소를 무료로 빌려준다. (단, 무사히 섭외하기 위해선 1년 전에 찾아가 봐야 한다.)




#6. 하객들에게 좋은 결혼식이란 곧 "맛있는 음식"이다.

반드시 시식을 하자. (한 끼를 무료로 때우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객들은 음식으로 결혼식을 기억한다. 식이 다소 지루했다거나 정신이 없었다고 해도 음식이 맛있었다면 하객들은 그 결혼식이 "좋았다."라고 기억할 것이다. 좋은 음식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은 하객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먹을 게 없는 뷔페보다는 제대로 끓인 된장찌개에 공깃밥이 나을 수 도 있다.




#7. 궁극의 가성비 "SDM 패키지"


바쁜 직장인 커플에게 스드메 패키지는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다. 오늘도 야근을 한 당신의 아까운 시간을 벌어주고, 발품이 엄청나게 줄어들며, 당신의 선택지를 줄여주며, 별도로 준비했을 경우 발생할 시간적 비용을 고려하면  가격마저 납득이 간다. 특별히 결혼식 자체에 로망이 있는 게 아니라면 스드메 패키지를 선택하는 것은 지름길인 게 사실이다. 스드메는 적당히 트렌디한 유행마저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당신을 만족시킬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이 만약 특별한 결혼식을 꿈꾼다면 스드메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원한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그들은 기존의 것들 중 적당히 당신의 취향을 존중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할 뿐이다.(그러니까. 실제로 존중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8. 셀프 웨딩, 에코웨딩의 시대


똑같은 포즈와 몸매에 얼굴만 바꾼 듯한 스튜디오 촬영이 식상하게 느껴진다면, 지금 당장 검색창에 '셀프 웨딩'을 검색하자. 전문 모델이 아니므로, 사전에 원하는 사진들을 찾아보고 포즈와 구도, 소품 등을 미리 공부해두는 것이 좋다. 요즘은 셀프 웨딩을 위한 촬영 용 드레스 대여 업체도 많고, 이런 촬영만 해주는 스냅 작가들도 많이 있다.


#9. 신혼집 찾아 "삼만리"


앞서 험난한 모험을 이겨낸 당신에겐 아마도 "파이널 보스"가 될 확률이 높다. 집 근처가 안전한지, 출퇴근이 멀지 않은지, 문화생활이 가능한지 등등 이 조건들을 충족시키기 이전에 당신은 어느 정도 공간에 살아야 하는지 판단을 해야 한다. 집은 넓을수록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당신의 주말을 청소로 가득 채울 20평 이상의 집은 아이 키우는 부부에게 양보해보자.  청소도우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라면 이미 서민형 신혼부부의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Thumbup...


결혼은 현실이라고 말하면서 능력 밖의 넓은 집과 필요 이상의 혼수를 들이느라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는 커플들이 적지 않다. 물론 그것은 대개 자의라기보다는 타의에 의한 선택인 경우라고 보이지만 자의로 시작한 결혼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선택일수록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고 자의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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