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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현지 Aug 14. 2021

[일상]틈

우린 이어져 있기 때문에, 상처 받는다.

틈은 상처다. 틈은 마치 이어져 있는 듯했던 맞닿은 면에서 발견된다. 애초에 이어져 있다는 인식이 없다면 그것은 간극이라 불려야 할 것이다. 틈을 무던하게 받아들이긴 참 쉽지 않다. 아니다, 너무 온화하게 표현한 듯하다. 마치 뒤통수를 누군가 세게 때린 듯한 타격함을 선사한다. 깊이 기뻐했다면, 상처는 더욱 진하게 흔적을 남길 것이다.


그러나 참 슬프게도, 우리는 늘 틈을 발견하며 살아간다. 깊은 이해와 헌신으로도 서로가 타인이라는 사실은 절대 넘어설 수 없다. 마음에 쏙 드는 친구들 사이에서, 날 때부터 나를 알아 온 가족들 사이에서 때때로 틈을 느끼게 되고 발견자는 선택에 기로에 놓인다. 우리 사이에 틈이 있다는 것에 집중할지, 아니면 그럼에도 우리가 이어져 있다는 것에 집중할지.


선택지는 두 가지다. 왜냐하면 ‘틈을 메꾼다’라는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임시방편으로 틈을 메꾼다 하더라도 결국 서로의 또 다른 틈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틈을 메꾸는 시도를 반복할수록 피로감은 쌓이고 연속된 피로감의 결말은 헤어짐이다. 어느 누구도 누군가에게 절대적 존재일 수 없다.


틈을 인지한, 모든 가까운 관계들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이어짐’에 집중한 결과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틈이 있다는 것’에 집중하지 않은 결과다. 흥미로운 지점이다. 집중하지 않기 위해선 오히려 정면으로 이를 마주해야 한다. 즉, 틈이 있다는 것에 집중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틈의 깊이와 너비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다. 정오의 태양 빛만큼이나 깊숙이 들여다봐야 한다.


그중 몇몇 관계들에서 발견되는 틈은 유독 깊다. 정말 깊어 존재의 당위까지 그 가시가 뻗어 있을 정도다. 말 한마디에도 틈은 자꾸만 발견되고 상처는 존재를 뒤흔든다. 아주 깊은 틈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참 잔인한 일이다.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고 고심의 시간이 필요하다.


틈은 모순성이다.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발견된다. 이어짐은 살아갈 힘이 되지만 동시에 이어지지 않음은 고통이 된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틈을 인지하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틈엔 늘 양쪽이 존재한다. 결국 모든 가까운 관계란 상대방도 우리가 이어져 있음에 집중할 것이란 믿음의 연속이다. 신뢰함으로 우리는 불완전성을 극복하며, 불완전하기 때문에 서로의 신뢰는 더욱 가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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