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타인을 기준으로 두었을 때

주체가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by 투게더미

인스타 릴스를 보다가 아르바이트생이 손님에게
“28,800원 나오셨습니다”라고 하자 손님은 3만 원을 내민 뒤 추가로 300원을 내밀었다.
그 릴스의 제목은 ‘일하다가 수학 실력이 들통날 때’였던 것 같다.
아르바이트생은 멘붕이 온 듯 뚝딱거렸고, 그걸 보던 나는 그 마음이 너무 공감돼서
계산이 빠른 H에게 바로 영상을 보내며 말했다.
“나 같아… ㅜ”


H는 킬킬 웃으면서 자신의 계산법을 설명해 줬다.
“난 저러면, 손님에게 300원을 깎아줬다고 생각하고 28,500원으로 계산해.”


나는 반대로 생각했다.
‘나는 손님에게서 총 30,300원을 받은 거다’라고.


그 단순한 계산 차이가 내 흥미를 끌었다.
H는 본인이 300원을 ‘깎아줬다’고 생각했고,
나는 손님에게서 300원을 ‘더 받았다’고 해석했다.


주체가 달랐다.


평소 누구를 기준으로 생각하는지,
누구를 삶의 중심에 두는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 같았다.


나는 늘 타인에게서 무언가를 ‘받는 입장’으로 사고한다.
내가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타인의 행동과 태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 사람으로 나를 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이제는 고치고 싶어졌다.


회사에서 트러블이 생길 때마다
나는 상대의 태도에 휘둘리고, 그로 인해 하루 에너지를 소모했다.
사건이 생긴 순간부터 머릿속에서 다음 행동을 시뮬레이션하고,
그 행동을 실행하고 나서야 에너지 소모가 멈췄다.


반면 H는 다르다.
언제나 자기 자신이 기준이다.
이기적인 게 아니라,
그냥 스스로를 1인분으로 충만하게 세워 두는 사람이다.


연애 초반에 특히 놀랐던 부분이 있다.

인간관계 얘기를 하다 보면,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라고 말하는 순간
H는 이렇게 말했다.


“그럼 날 싫어할 분명한 이유를 만들어.”


타인이 나를 싫어하는 건 그 사람의 자유고,
이유를 설명해 줄 의무도 없다.
나도 이유 없이 누군가를 싫어할 때가 있으니까.


알 수 없는 것에 에너지를 쓰느니,
납득 가능한 이유를 내가 만들어서
내 에너지 소비를 멈추는 것이다.


나는 반대다.
미움받지 않으려 애쓰고,
혹시 누군가 불친절하면
‘내가 뭘 잘못했나’ 끊임없이 나를 검열한다.


그래서 요즘 강하게 느낀다.
이 방식은 이제 고치고 싶다.


지금 내가 세운 기준은 이렇다.

나를 우선에 두는 건 이기심이 아니다.

배려하지 않는다고 인성이 나쁜 건 아니다.

타인이 내 기분을 망치면, 그걸 감수할 의무는 없다.

타인에게 허용하는 것을, 나에게도 허용하자.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게 아니라, 정당한 대우를 나 자신에게 먼저 하자.


바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를 바꿔 가며 성장하는 걸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계속 연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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