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다이어리를 쓰고, 감사 일기를 쓰다 보니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러나 나는 쓴다.
돌이켜보면 바뀌고자 했던 날들은 많았는데,
정작 바뀐 순간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언제 내가 이렇게 바뀌었지?’ 하고 묻게 된다.
다만 분명히 느낄 수 있는 건,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와
내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이전과 다르다는 것이다.
내가 바뀌었는지 아닌지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척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상대’다.
혼자 있을 때보다, 사람 속에 있을 때
내 변화가 훨씬 분명하게 피부로 느껴진다.
조금 씁쓸하지만, 동시에 가장 명확하다.
예전의 나는 천성이 예민했고,
한 번 남은 감정은 오래도록 마음에 잔흔처럼 머무는 사람이었다.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집에 와서까지 계속 복기했고,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버려
점점 사람을 피하게 됐다.
회사에서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시간대를 일부러 피해
조용한 곳으로 숨어들곤 했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그저 숨을 고르기 위해서.
지금 친해진 친구의 말로는
그때의 내가 꽤 이상하고 특이해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자라온 환경이 전혀 다른 그 친구의 눈에
내가 그렇게 보이는 것도 당연했을 것이다.
그 시절의 나는
‘나만 빼고 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꽤 강했다.
웃긴 말 같지만, 진심이었다.
사람들과 섞이면 ‘물들까 봐’ 일부러 거리를 두었고,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오히려 더 어지러워져
대화 자체를 피하려 했다.
왜 이렇게 주제들이 휙휙 바뀌는지,
왜 저렇게 쓸데없는 말들을 계속하는지,
그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르다.
그 희희거리는 말들이,
휙휙 바뀌는 이야기들이
테니스공을 주고받는 놀이처럼 느껴진다.
이렇게라도 웃는 거지,
늘 진지한 건 재미없잖아
그리고 이 사람들도 나름대로 진지한 면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계기가 있었다.
내가 힘들 때 말없이 지지해주고,
기다려주고,
내가 마음을 열고 모든 걸 말할 때까지
묵묵히 곁에 있어준 사람들이 있었다.
한때는 말도 섞기 싫고
일만 하는 사이로 남길 바랐던 내가,
이 사람들 덕분에 웃게 되고
장난을 치게 될 줄은 몰랐다.
그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온 게 아니라
조금씩, 아주 천천히 왔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음도, 삶의 방향도
어느 날 갑자기 바뀌는 게 아니라
그저 매일 조금씩 출렁거리며 자리를 옮겨간다는 것을.
어제의 나는 분명 어제의 나였고,
오늘의 나는 오늘의 나일 뿐인데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완전히 안정된 것도 아니고,
완벽하게 단단해진 것도 아니다.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생각이 많고,
여전히 가끔은 혼자 있고 싶다.
다만 예전처럼
그 흔들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이 조금 어지러워질 때도 있고,
집에 돌아와 하루를 다시 곱씹게 될 때도 있지만
이제는 그것이 삶의 일부라는 걸 안다.
바뀐 것은 삶이 아니라,
출렁거리는 나를 대하는 나의 태도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도
완벽하게 단단하지 않은 채로,
조금 흔들리면서,
그저 이 자리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정도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