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망할지도 모르겠다
일개 직원의 분수 모르는 회사 걱정
나는 그럭저럭 규모 있는 일본의 제조업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회사의 역사는 내 나이의 두배를 여유롭게 뛰어넘을 넘을 정도이고 이곳에서 근무한 직원들의 연차나 내공들을 생각했을 때 "이러다 회사 망할 것 같아요"라고 운을 띄우면 이제 갓 걸음마 땐 갓난아기가 무슨 말을 하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분명 그렇게 생각하실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입사 1년반차 새내기 신입 직원이 생각해도 우리 회사의 앞날은 너무나도 위태로워 보인다. 더 윗분들의 생각은 어떠할지 모르겠다. 언제나 있어왔던 일이고 특별히 신경 쓸 것 도 없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는 상황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개 말단 직원으로서 나는 주변 동료들을 보며 나를 보며 그리고 현장의 총체적인 상황을 보며 여기서 무엇인가 바뀌지 않으면 몇 년 안에 회사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나의 기우이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우리 부서에는 외국인 직원 4명(일본 입장에서) 일본인 직원 4명 총 8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야간근무와 주간 근무로 나뉜 2교대근무를 하고 있으며 야간과 주간 근무가 일주일 단위로 바뀌는 형태이다. 휴일은 월 8일 정도로 보통 월 1회 휴일 출근이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월 7일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일 년 전에 비해서 직원수는 큰 변동이 없거나 한 두 명 늘었지만 문제는 부서의 경력 있는 사람들이 빠지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기 때문에 전력은 결코 같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 회사에서는 이 점을 간과하고 인원수 만으로 그 부서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지 않나 싶다. 어떻게 같은 부서 5년 차와 2개월 차의 작업 속도가 같을 수 있을까. 아마도 위에는 똑똑한 바보들이 앉아있겠거니 싶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일의 양은 늘었다. 지금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팀원 중에 한 명이라도 쉬게 된다면 납품 스케줄이 밀리기 시작하고 생산관리팀에서 잔업에 대한 압박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러한 배경을 베이스로 최근 2주간 벌어진 상황은 더더욱 가관이다. 8명 중 4명의 팀원 개개인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간단히 정리해보려 한다.
팀원 1. 필자
나는 엄밀히 말하자면 두 달 전부터 타 부서로 이동한 상태인데 전 부서의 일손이 부족한 때가 많아서 반반 겸하고 있는 상태이다. 전 부서의 일도 좋아했기 때문에 지원을 가는 게 싫지는 않지만 그만큼 새로운 부서에서 일을 배울 시간이 줄어들어 이도 저도 아닌 입장이 된 것이 현 상황이다.
팀원 2.
다둥이 아버지. 나이가 꽤 있으시고 몇 달 전 넷째가 태어났다. 폐렴에 걸리셔서 일주일 길게는 다음 주까지 일을 쉬실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주부터 몸상태가 안 좋으셨다.
팀원 3.
나를 포함해 몇 안 되는 현장직 여사원으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심신적인 스트레스로 추정. 인사이동과 시프트 조 재편성으로 인해 업무강도가 강화된 후부터 주변으로부터 표정이 안 좋아졌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외국인 직원으로 주변에 가족이나 지인이 없는 것도 더욱 걱정되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지난주부터 장기간 휴가를 내고 쉬고 있다.
팀원 4.
반장님 다음으로 의지가 되는 리더급 사원. 역량으로는 리더급이나 직책은 없이 리더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작업 속도와 업무량, 회사일에 임하는 마인드, 이것저것 정말 대단한 사람이지만 입사한 지 3년이 채 안되었다는 게 놀랍다. 아마 열악한 상황이 이분을 더 빠르게 성장시켰으리라 예상. 반장님 반대 반의 리더 역할을 하고 계신데 지난주 미스로 불량제품을 하나 내고 당장 다음 주부터 다른 부서로 이동하신다.
정상적인 페이스로 일을 하고 있는 직원은 절반에 불과하며 그중 한 명인 반장님은 사무일도 겸하고 계시기 때문에 전적으로 현장일을 돌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위의 상황으로 정신적으로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계신 듯하다.
물론 지금의 상태가 계속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힘든 순간이 지나가고 좀 더 여유로운 상황이 올 수도 있고 바닥인 이 상황보다 더 바닥을 치게 하는 사건이 또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에는 사원을 대하는 회사의 태도가 있다는 것이다. 현장직 직원을 대하는 회사의 태도는 마치 갑질 사장이 알바생을 대하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둬. 너 말고 일할 사람 많아."
마치 당신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듯 회사는 매 순간 우리를 비웃는 것 같았다.
개인의 의사를 묻지 않는 무분별한 인사이동 및 근무 시간 조정은 이 회사에서 십 년 이상 근무해온 베테랑 직원들마저 등 돌리게 하였고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은 전무한 채 실수에만 엄한 평가 방식은 그나마 남아있는 직원들의 사기를 점점 떨어뜨렸다.
개인이 있고 난 다음에 회사가 있다. 국가가 존재하기 위해선 국민이 있어야 하듯이 한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에선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맡은 바 일하고 있는 사원이 있음에 가능하다. 당장 대체 가능 한 사원 따윈 없다. 그를 대신해서 누가 들어오던 그 일에 적응하고 어느 수준에 도달하기까지는 일정기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 시간 동안은 회사도 새로운 사원도 적응기간이기에 그때까지 내오던 성과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고 발전은 더더욱 힘들다. 사원이 회사를 위해 쏟은 시간과 경험을 함부로 하는 회사는 절대로 크게 될 수 없다. 우리 회사도 사원을 부품으로 생각하는 경영 방침을 바꾸지 않는 이상 망조의 길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사진출처 : https://news.gallup.com/poll/249098/americans-stress-worry-anger-intensified-2018.as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