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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장일기 Nov 08. 2019

일 년 전 오늘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일기를 쓰면 좋은 점 feat. 구글 포토 사랑해요


나는 매일 일기를 쓴다.


일기를 쓰기로 다짐한 것은 4년 전 겨울. 대학교 1학년의 한 해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법적으로 성인이 된 첫 해이자 그때까지의 어느 해보다도 자유로웠던 한 해였기에 잘 놀고 잘 먹고 적당히 공부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가슴 한구석 어딘가가 휑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만끽한 즐거운 한 해였는데 뭔가 이상했다. 뭘 했다고 일 년이 렇게 훅 가버렸지? 난 분명 뭔가를 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일 년을 돌이켜보았을 때 남은 것은 좋았다는 막연한 느낌뿐, 구체적인 실체는 없었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기록하기로 했다.




무언가를 매일 지속적으로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단 한 문장이라도 좋으니 그날의 굵직한 사건들을 적으면 그걸로 되는 것이었는데 그것마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애당초 내 일기 쓰기의 목적은 그날의 일을 기록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당일 일기를 쓰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그날 있었던 일을 기억하면서 최대한 빈칸을 메꾸어 나갔다. 심한 때는 일주일 이주일이 통째로 비어있기도 했었다. (예를 들면 시험기간이라던지..) 지금 생각하면 그 주에 공부에 열중했다는 증거이니 그건 그것대로 기록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빈칸 메꾸기 스킬. 과연 공부에 열중했을까?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써온 일기도 올해로 어느덧 5년 차에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사건 위주로 기록했었지만 최근에는 그날의 나의 감정상태라던지 고민 등을 적는 날도 늘고 있기 때문에 5년이나 10년 후의 내가 지금 내가 하는 고민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기대된다. 과연 10년 후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공감해 줄 수 있을까?



그 외에 내가 나를 기록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에는 생각날 때마다 구글 포토 백업 버튼 누르기가 있다. 매일매일 일기 쓰기보다 훨씬 간단하고 시간도 안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그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나는 칠칠맞지 못한 성격에 자주 핸드폰을 잃어버리는 편이었는데 그때마다 폰과 함께 사라지는 사진과 내 기록들이 사라진 핸드폰만큼이나 가슴 아팠던 기억이 있다. 우연찮게 구글 포토가 자동 업로드 해준 사진으로 구원받은 경험을 하고부터는 구글 만세를 외치며 가끔 시간 날 때마다 어플을 열고 백업 버튼을 눌러주고 있다.


구글 포토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가끔 1년 전의 오늘, 2년 전의 오늘이라는 항목으로 정확히 1년 전에 내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 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 있었던가. 사진 한 장으로 그날의 기억이 삭 스치는 게 이래서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나와 내 동생의 사진을 거의 강박적으로 찍으려 하셨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들 한다.


그래서 나는 많이 찍고 많이 적으며 나의 일상을 꾸준히 기록해 나가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조선의 역사를 손으로 한땀한땀 적어나가던 선조들을 생각해보자.  시대의 기록은 왕들의 특권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제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카메라, 스마트폰 등의 기기를 활용하여 보다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고 화재나 지진 등으로 집이 무너지고 불타더라도 기록은 웹 저장공간에 온전히 남아있다. 오늘 느낀 오늘 하루는 별 볼일 없을지 몰라도 몇 년 후 몇십 년 후에 되돌아본 오늘은 한없이 소중한 순간이었을지 누가 알겠는가. 인생의 왕이 된 느낌으로 오늘도 나는 한땀한땀 내 인생을 기록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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