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른아이 Apr 11. 2020

한국과 일본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



얼핏 보면  세계에서 일본과 한국만큼 닮아있는 나라가 없다.  나라 모두 전쟁 이후 무서운 속도로 급성장을 이루었국민 개개인의 성실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브라질 친구에게 들었는데 브라질에 있는 한국 자동차 회사 공장에 다니는 친구는 매일같이 회사 욕을 한다고 한다. 일을 너무 열심히 하고, 또 너무 많이 시킨다고. 가 다녔던 일본의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일본 직원들의 눈에 외국인 직원은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외국인 직원들은 그들 나름대로 열심히 일한 것이었다.


일본과 한국의 닮은 점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두 나라 모두 급격한 성장을 이루어 경제력으로는 선진국 반열에 들어갈 정도가 되었지만, 가치관이 변하는 속도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상명하복의 보수적인 기업문화나 성평등 문제 등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업이 많. 사회적으로 약자인 노동자와 강자인 기업의 대립, 약자인 여성과 강자인 남성의 대립, 국민과 정부의 대립이 그렇다. 그리고 이 공통점이 많은 두 나라의 가장 큰 차이는 각 대립 대하는 약자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위의 세 가지 대립 양상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태도를 내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하여 적어보도록 하겠다. 



1. 노동자와 기업의 대립

나는 첫 직장이 일본이었다. 너무나 좋은 동료들과 상사를 만나서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0에 수렴했다. 일도 적성에 맞는 것 같고 순탄한 직장생활을 보내고 있었으나 문득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 들었다. 왜 사장님은 산성도 떨어지고 직원들을 고생시킬 뿐인 정을 계속 내리는가? 왜 직원들은 그것을 보고만 있는가? 문제의식을 느낀 나는 동료들과 상사들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그리고 모두가 그 점은 잘못되었고 회사를 위해서라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하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없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했던가. 알고 보니 우리 회사는 딱 그런 상황에 놓여있었다. 지금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목소리를 내던 사람들은 다 회사의 압력을 받아 그만두거나 더 나은 직장을 찾아 떠난 상태였다. 혹은 한때는 이런저런 시도를 했었나,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것을 보고 체념한 채 남아있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의아했던 것은 그 누구도 여러 명이서 같이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 여럿이서 모여 동시에 문제제기를 했었다면, 혹시 윗분들도 한 번쯤 더 생각해 봤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회사도 유능한 인재 여럿을 한 번에 잃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모으자고 생각하여 동료 및 선배들에게 제안을 하기 시작하였지만 내 제안을 받아들여준 사람들은 외국인 직원들 뿐이었다. 물론 세대차이나 가정의 유무에 따른 영향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외국인직원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아직 젊고 가정이 없는 경우가 많았고 일본인 직원은 3-40대로 대개 처자식이 있었다. 하지만 독신 일본인직원에게 묻더라도 대답은 같았다. 대로 가면 회사가 망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견에는 모두 동의했지만,  함께 하겠다고 나서주는 사람은 없었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노동자들끼리 무리를 짓는 것 자체에 큰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고서는 힘없는 노동자의 의견은 받아들여지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 아있는 일본인 직원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단 두 가지, 싫어도 참고 계속 일하거나 이 회사를 떠나거나 둘 중에 하나인 것 같았다. 



2. 여성과 남성의

회식자리에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했다가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남자 직원들이 여자 직원들에게 성적인 농담을 던져도 다들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이어갔다. 옆에 앉아있던 다른 외국인 동료가 표정이 안 좋은 나에게 "이곳의 문화니까 네가 아들여야 한다"라고 진정시키려 했지만 기분이 정말 별로였다. 나중에 언니들에게 물어보니 언니들 또한 별로 상관이 없다고 하고 내가 괜히 나선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똑같은 농담을 친자식이 들으면 어떻겠냐고 물었을 때는 당연히 괜찮지 않단다. 성적 농담이 오가는 것이 보통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언니들은 그것에 무뎌졌거나 혹은 괜찮은 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굳이 분위기 험악하게 만들어서 회사생활하는데 좋을 것 없으니까.


회사언니들과 점심을 먹던 도중 심심풀이 땅콩으로 "복권에 당첨되면 뭐가 가장 먼저 하고 싶어?"라는 얘기가 나왔다. 세명 중 두 명의 언니는 "이혼"이라고 말했다. 농담이 너무 지나치다고 웃으며 흘려보내려 하였으나 아무래도 진심인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일본에서는 여성 직원의 결혼 후의 퇴직(寿退社ことぶきたいし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젊은 여성 스스로도 빨리 결혼하여 퇴직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도 가정을 위해 경제력을 포기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선택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아온 교육이나 주변 환경 등의 이유로 성역할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각인된 것이라 생각된다.


또 한 번은 클럽에서 벌어진 성범죄 관련 얘기가 나왔는데, 여자인 친구 한 명이 그건 클럽에 간 여자의 잘못 아니냐고 말한 기억이 난다. 그 외에도 밤길에 혼자 다니거나 술집에서 합석을 했다가 안 좋은 일을 당해도 조심하지 않은 여자 책임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애초에 가능성을 차단했다면 그런 일이 안 벌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피해자를 나무라기 전에 욕구를 절제하지 못한 남성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같은 여자조차 성범죄에 대해 그렇게 말을 하는데 이 나라의 성의 인권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건지 심란한 마음이 들었다.



3. 국민과 정부의 대

내가 일본에 있었던 때는 한창 한일관계가 좋지 않은 시기였다. 자연스럽게 대화 도중에도 양측 정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이 오갔는데 도중에 일본 정부가 어떤 말을 하고 잘못을 했든, 자신은 정치에 관심이 없고 투표도 안 하기 때문에 정부 자신과는 관계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 사람만의 생각인가 싶어서 그 후로 여러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일단 주변 사람들 중에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이 태반이었고 본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한 친구랑 대화를 하다가 "한국에서는 정치 얘기를 꺼냈다가 시끄러워지는 경우가 많아서 조심하는 편이야"라고 얘기했더니 일본은 그런 일 없어서 신기하다는 응을 보기도 하였다.


이렇듯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나 하나 투표를 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는다"라는 생각에서 오고 있었다. 한국에도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일본은 그 비율이 현저히 높다고 생각된다. 들 개인의 가치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내가 느낀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이렇다. 한국에는 자기가 약자의 위치에 놓여있을지라도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아 보다 강한 세력에 대항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지금까지 한국이 외세의 침략에 강하게 저항해온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위기의 상황에서 하나로 뭉치며 그때마다 그 위기를 극복하고 한 걸음씩 나아간다.


하지만 내가 겪고 일본은, 약자가 힘을 가진 사람에게 저항하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생각하여 체념을 하고 참고 버티는 사람들이 많았다. 회사나 국가와 같이 자신이 속한 집단과 자신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모습도 보였기에 굳이 그걸 바꾸기 위해서 에너지를 쏟을 이유를 못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그보다는 혼자서 참는 편이 간단하니까.


 일본의 역사에 관해서는 아직 잘 모르지만 섬나라이니만큼 한국처럼 외세의 침략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되고 그보다는 내전이 많았다고 한다. 근현대사에서 일본은 독일과 함께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가 미국의 원자폭탄으로 온 나라가 쑥대밭이 었었다. 일본은 그 외에도 내가 모르는 그들이 겪어온 역사로 인해 하나로 뭉치기보다는 힘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진출처: 허프포스트 코리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