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브런치에 글을 업로드하지 않은 것 같아서 그동안 쭉 미뤄왔던. 하지만 줄곧 쓰고 싶었던 주제의 글을 쓰는 것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원래 일어나려 했던 시간보다 한 시간 늦게 일어난 것도 있어서 반성의 기분으로 바로 브런치를 열고 이전에 쓰던 부분에 이어서 살을 붙여가는데, 오늘따라 느낌이 좋고 글을 쓰면서 내 생각이 더 정리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쓰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서 시도해보았더니 생각대로 만족스럽게 잘 정리되었던 것 같다. 물론 묵혀둔 후에 다시 읽어보면 엉망인 글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힘없이 술술 써내려 가지는 게 얼마만인지 쓰면 쓸수록 들뜨고 어린아이처럼 설레기까지 했다. 별로 그런 내용의 글은 아니었지만, 그냥 재밌고 즐거웠다.
중간에 한번 물을 마시러 부엌에 다녀왔는데 어느덧 2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 되어 있었다. 무언가에 몰입을 하면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구나 하고 스스로가 기특하기까지 했다.
이쯤에서 한번 끊고 밥을 먹을거나 환기를 시킬까 잠깐 생각했는데, 이런 때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일단 끝까지 써내려 초고는 완성을 하고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때 끊고 저장을 눌렀어야 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 글을 써 내려가다가 무엇이 발단이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새 하얀 화면에서 뒤로 가기 버튼을 눌렀고 갑자기 글미리보기 화면으로 돌아가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그것도 오늘 글을 쓰기 시작하기 이전 저장상태로. 나 홀로 방 안에서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잠시 후 "내가 쓴 글이니까 다시 쓰면 되지"라고 마음을 다잡고 폰을 잡아도 딱 전의 글 그대로 재 구현해 낼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했다. 아까 그 글은 다른 날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쓰자고.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지금 시도를 해보면 뒤로 가기를 아무리 많이 눌러도 "작성 중인 내용을 저장하지 않고 나가시겠습니까?" 재차 확인을 해준다. 글을 쓰던 도중 인터넷 창을 열거나 카톡을 확인하거나 왔다 갔다 해서 버그가 뜬 것일까? 테스트를 해보니 그 확률이 제일 크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기종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내 폰(노트1 0)에서는 다른 어플 화면을 보다가 브런치로 돌아오면 아래와 같이 키보드를 제외한 하얀 화면이 뜬다.
나를 절망에 빠뜨린 화면
화면이 하얘서 보기 힘들지만 이 상태에서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면 저장을 하지 않은 채로 글 미리 보기 화면으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브런치 작가분들도 혹시 모르니 한번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이 글은 시작할 때는 이런 슬픈 일이 있었다는 푸념 글에 지나지 않았었는데 글을 쓰면서 이런저런 테스트를 하다 보니 확실한 이유를 알게 되어 정보글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글의 성격이야 어찌 되었건 변치 않는 것은 내 오전 시간을 바친 소중한 글이 한순간에 날아갔다는 것이다.다신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글이 조금 길어졌을 때는 습관적으로 저장을 하고, 혹시나 나타날 저 하얀 화면을 조심할 것이며 근본적으로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브런치 팀에 연락을 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