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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아이 Jun 13. 2020

내가 우울했던 이유

어쩌면 당신이 우울한 이유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하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일하는 지역도 바뀌었고 주변 환경과 동료들도 바뀌었고 업무내용도 전의 회사에서 하던 일과 전혀 연관이 없어서 다시 신입의 상태로 돌아가 처음부터 시작하는 중이다. 써놓고 보니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다.


하지만 나의 우울한 감정은 상하게도 주중이 아니라 주말에 극대화되는데 며칠 전까지 나는 그것을 외로움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족도 친구도 없는 지역에 홀로 와있기 때문  주말에 다른 사람과 만날 일이 없다. 고작 하루 이틀 혼자 있었다고 이런 기분이 들다니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근생각하다 보니 이상했다. 2년 전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에도 비슷한 처지였지만 그때는 이런 기분을 느끼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빨리 배우고 적응해서 한 사람 몫을 하게 되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었지만 주말에 혼자 있다고 해서 우울하기는커녕 새 동네를 탐방하거나 외국어를 부하거나 나름대로 알차게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별 걱정 없이 또다시 타지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같은 타지 생활이라고 할 지라도 그때와는 다른 여러 가지 차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살고 있는 지역도 다르고, 주변 환경도 다르고, 하나하나 꼽자면 끝도 없겠지만 장 달라진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첫 직장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가지 있다.


첫째.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라는 것은 중요하다.

둘째.  순간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내 미래가 달라진다.


일을 시작하기 전의 나는, 에 대한 절박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집에 돈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돈이 없어서 못 입고 못 먹지는 않았다. 물욕도 없는 편이라 굳이 돈을 많이 주는 대기업에 가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정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그만두고 아르바이트만 해도 월세내고 식비 내면서 먹고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고 나보다 한 두 세대 위의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다 보니 알게 되었다. 집을 사고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사실을 깨닫고 집 가격을 검색해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그들이 다니고 싶지 않은 회사를 그만둘 수 없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집을 사든 결혼을 하든 언제나 내 인생의 선택권은 나에게 있기를 바랬다. 하지만 진정한 자유는 싸다는 것을 깨닫고  많은 연봉을 주는 회사를 알아보고 돈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시간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보자.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일을 하면서 무언가를 배우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1년쯤 지났을 때 퇴근 후의 시간도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리도 금씩 하고 싶었고 잘하는 운동이 하나 있었으면 했고 내친김에 영어도 일본어도 더 공부하고 싶었고 글도 쓰고 동영상도 만들고 싶었지만 그 모든 것을 하기엔 퇴근 후의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중 며칠은 계획한 모든 것을 다 해낸 날도 있었다. 하지만 여러개에 분산투자하는 시간을 한 가지에만 집중적으로 쏟는다면 그 한 가지를 더 잘하게 될 것은 분명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다 할 수는 있어도 다 잘할 수는 없다.


모든 일을 다 해볼 수도 없고 다 잘할 수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나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하고 싶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하루의 절반가량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 직장인은 시간을 자율적으로 사용기가 힘들다. 최소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업으로 삼거나 일을 안 해도 수입이 생하는 경제적인 자유부터 얻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최대한 알차게 활용하여 공부하고, 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두 가지의 깨달음을 얻고 나는 지금의 직장으로 옮기게 되었다.  첫 직장을 다닐 때는 퇴근 후는 해방의 시간이었다. 맛있는 것을 먹고 밤늦게까지 친구들이랑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주말에도 여행을 다니거나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자유를 만끽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생산적이게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자유시간이 주어져도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치 고3이 공부를 안 했을 때 오는 죄책감 비슷한 것을 느꼈다. 내가 우울했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생각만큼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었다.

거기에 경제적 자유를 위해서는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은  트레스를 풀만한 수단을 차단해 를 더 힘들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스스로에게 너무 과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 정작 나에게는 모든 것을 다 하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난 강하지 않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주말마다 찾아오는 우울함의 원인을 찾기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힘들 때는 쉬어도 된다. 기대를 높이 가지는 것은 좋지만 그에 못 미쳤다 해서 자신을 나무랄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내일은 좀 더 잘하지 뭐"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루하루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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