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작가 후기

사랑이라는 이름의 착각들

by 디자이너 야니

이건 한 사람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한때 자신을 잃어가며 사랑했고, 이제는 자기 자신을 회복하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보낸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쓰고 나서, 나는 한참 동안 커서만 깜빡이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단순한 '이별 극복기'라고 하기엔 너무 날카롭고, '성장 서사'라고 하기엔 너무 아프다.

어쩌면 이렇게 말하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한 사람이 자신을 해체하고 재조립해가는 과정을 따라간 기록이다.




서연이라는 헌신


서연은 전형적인 헌신 중독자였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지워가는 사람. 상대방의 감정에 과몰입하고, 그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착각하며, '내가 더 잘해주면 그 사람이 변할 거야'라고 믿는다.


헌신을 사랑으로, 집착을 깊은 애정으로 포장하면서.

그녀의 내면에는 구원자 콤플렉스와 자기애 결핍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타인을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려 하고, 상대방이 자신을 필요로 할 때만 안전함을 느끼는 사람.


서연의 성장 과정은 단순한 이별 극복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지우던 태도로부터 천천히 걸어나와, 마침내 자신만의 기준으로 살아가기로 선택하는 감정의 재조정이었다.




지혁이라는 늪


지혁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그가 전적으로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는 단지 미성숙했고, 자신의 상처를 돌보는 법을 몰랐으며,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에 익숙했다.


회피형 애착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다. 가까워지는 것이 무서워서 밀어내지만, 동시에 버려지는 것도 두려워한다. 그래서 애매한 거리를 유지하며 상대방을 감정적으로 착취한다. 의도한 것이 아니라서 더 잔혹하다.


서연과 지혁의 관계는 전형적인 '불안정 애착'과 '회피형 애착'의 만남이었다.

한 사람은 더 가까워지려 하고, 한 사람은 더 멀어지려 한다. 그 과정에서 둘 다 상처받지만, 더 많이 상처받는 쪽은 언제나 먼저 손 내밀었던 사람이다.




민준이라는 평온


민준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건 '사랑은 원래 평온한 것'이라는 진실이었다.


사랑이 롤러코스터 같아야 한다고, 아프고 격렬해야 진짜라고 착각하며 살았던 시간들.

하지만 진짜 사랑은 안전하고 따뜻하며, 무엇보다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준다.


민준은 서연을 구원하지 않는다. 대신 그녀가 스스로 서는 것을 조용히 지켜본다. 진짜 사랑은 그런 것이다. 상대방을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




심리학이 아닌, 심리의 이야기


이 소설을 쓰면서 많은 심리학 서적을 읽었다.

애착 이론, 코드펜던시, 구원자 콤플렉스... 하지만 이론을 나열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그저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감정들의 실체를 좀 더 정확히 들여다보고 싶었을 뿐이다.


어쩌면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 했던 순간들을.

혹은 사랑받기 위해 자신을 완전히 상대방에게 맞춰버렸던 기억들을. 상대방이 변하기를 바라며 끝없이 베풀었던 시간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실은 사랑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깨달음을.


우리는 때로 사랑을 핑계로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유지한다.

상대방을 통제하려 하고, 의존하려 하고, 심지어 상처주려 하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을 '진심'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면서. 상대방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실은 불안한 나 자신을 달래려는 것일 때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진짜 사랑은 자유다. 나도 자유롭고, 상대방도 자유로운 것.

서로를 구속하지 않으면서도 선택적으로 함께하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랑은, 먼저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줄 알 때만 가능하다.




인물 심리 분석


작품을 쓰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건, 인물의 감정이 아닌 심리 구조였다. 각 인물이 보여주는 태도와 선택은 모두 어떤 심리학적 토대 위에 있다. 아래는 주요 인물의 심리 분석을 간단히 정리한 내용이다.


서연 : 헌신 중독, 감정 과몰입, 자기애 결핍, 회복 탄력성, 경계 설정, 자기애 재구성 / 코드펜던시(공감 중독), 구원자 콤플렉스, Resilience, Boundary Setting

지혁 : 감정 회피, 책임 회피, 자기연민, 후회하지만 변화 없음 / 회피형 애착, 방어기제, 인지 왜곡, 비가역성 인지, 상실 회피

민준 : 정서적 안정, 감정 표현의 일관성 / 안정형 애착, 존중 기반 사랑


이 정리는 단지 학술적 해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왜 어떤 사람에게 끌리고, 어떤 사람에게 상처받는지를 이해하는 데 실마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넣었다.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결국 이 소설의 핵심은 제목에 있다.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서연이 지혁과의 관계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기 자신과의 화해였다.

타인의 인정이나 사랑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한 선택이었다.


흥미롭게도 서연은 자신의 구원자 콤플렉스를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

대신 건강한 방식으로 승화시켰다. 과거 지혁을 '구원'하려던 에너지가 이제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격려하는 건전한 멘토링으로 바뀐 것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 자체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자신을 잃어버리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였다.


자기애라는 건 이기적인 게 아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을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이다.

하지만 나조차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겠는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혹시 이 글을 읽으며 가슴 한편이 아팠다면. 아마 그 이유는 이 이야기가 너무도 익숙한 감정을 건드렸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스스로를 뒤로 미뤘던 기억. 애써 웃으며 참았던 순간.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 외로움.


지금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면, 혹은 과거의 그런 기억으로 아직도 아파하고 있다면, 이 소설이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당신은 누군가를 구원할 필요도, 누군가에게 구원받을 필요도 없다.

당신은 그 자체로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사랑은,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사랑은 때로 가장 아픈 감정이지만,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치유이기도 하다.

단, 그 사랑이 나 자신을 향할 때만.


"사랑은 때로 우리를 무너뜨리지만, 그 모든 감정의 끝에서 나 자신을 다시 껴안을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사랑으로 완성되는 삶일 것이다."


이 문장을 쓰며 이 소설을 마친다. 그리고 오늘도, 나를 사랑하기로 한다.


서연의 테마곡 - 나를 위한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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