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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고 Apr 09. 2019

장수長壽한 사람을 일컫는 말, 슈퍼센터네리언

장수長壽의 역사#1. 슈퍼센터네리언이란

죽음. 단순히 세상을 등지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정말 간단한 정의다. 그러나 사람들은 죽음에 갖은 곁다리를 붙여왔다. 사후세계를 상상하고, 유령으로 공포와 두려움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쉽게 말하면, 죽음은 피해야 할 대상이었다. 오죽하면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사형집행에 앞서, 슬퍼하는 제자들에게 죽음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면서 울고만 있느냐고 나무랐겠는가. 그러나 이 설득은 제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세상 사람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20세기의 명민한 철학자 사르트르도 죽음이 목전에 이르렀음에도, 이를 애써 무시하려 노력했다. 떠지지 않는 눈으로 병상에서 다음 저작활동을 계획하며. 자신만큼은 죽지 않을 것이라는 언질을 남겼지만, 그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처럼 인간에게 주어진 유일하면서도 명백한 생의 법칙이 있다면 죽음일 것이다.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마저 인간이라면 죽음에서 도망칠 수 없다고 표현할 정도. 그럼에도 이를 회피하기 위한 시도는 많았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만들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닌 것은 이미 유명하고, 여러 시대에 걸쳐 등장했던 연금술사들은 엘릭서라는 만병통치약을 만들기 위해 맨드레이크와 용의 피를 구하려고 기를 썼다. 


이처럼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는 법. 대신 죽음과의 접선일을 최대한 미루는데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센터네리언(Centenarian). 우리나라 백수(白壽)와 비슷한 격으로, 100살이 넘어가면 불리는 용어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센터네리언 멤버 중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거쳐 110살이 되면 슈퍼센터네리언(Super-centenarian) 혹은 울트라센터네리언(Ultra-centenarian)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이다. 

"딱 100살 차이" Margaret Ann Neve(1792~1903)와 1892년생 헨리.

센터네리언(Centenarian)의 의미를 더 살펴보자. 100을 전문으로 수식하는 라틴어 형용사인 centēnārius는 본래 사람이 아니라 측정할 때나 물건을 수식하는 데 쓰인 단어였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100년 동안 지속된다'는 의미가 더해졌고, 18세기 중반에는 'annus(year)'와 합쳐지면서 '100세 이상 산 사람'이라는 의미로 영어사전에 등재된다. 이후 센터네리언(100세)를 넘어 110세 이상을 살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종종 등장하한다. 100세 이상을 산 것도 대단한데, 110년을 넘어서다니! 사람들은 감탄하면서 그들을 울트라센터네리언 혹은 슈퍼센터네리언이라 칭했다. 근래에 들어서는 슈퍼센터네리언으로 통일하는 추세다. 

최초로 공인받은 슈퍼센터네리언 네덜란드 Geert Adrianns Boomgaard(1788~1899)

두려움의 대상인 죽음을 최대한 미룬 슈퍼센터네리언. 센터네리언이 되는 것도 어렵지만, 슈퍼센터네리언이 될 확률은 로또에 당첨될 확률보다 낮다. 2015년 UN에서 발행한 World Population Prospects에 따르면 센터네리언은 2015년 기준, 451,000명으로 추산 중에 있다. 이에 반해, 공인받은 슈퍼센터네리언 생존자 수는 100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선이다. 최초로 공인받은 슈퍼센터네리언이 생긴 건 1899년, 기네스북을 통해서다. 1788년생이던 네덜란드인 Geert Adriaans Boomgaard이 110세가 넘었다는 걸 출생기록 등을 통해 공인하면서부터다. 현재에도 생존한 슈퍼센터네리언이 100명 대인 것을 감안한다면, 110세의 벽을 뚫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센터네리언에서 슈퍼센터네리언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유독 까다롭기도 하다. 슈퍼센터네리언을 집중관리하는 단체 중 하나인 GRG(Gerontology Research Group)는 슈퍼센터네리언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더블체크 및 자료의 신빙성을 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찍이 인구통계적 자료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온 미국, 영국, 일본 등을 비롯한 나라들은 쉽사리 그 절차를 통과할 수 있지만 그 외 나라는 힘들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기록상으론 부산진구에는 1808년 생 할아버지가 그 생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8세기 슈퍼센터네리언들 (출처. Ultra-centenraian longevity, Duncan Gibb)

그렇다면 공인받기 전 슈퍼센터네리언들의 존재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Duncan Gibb이 1876년에 쓴 저널에는 울트라센터네리언이라는 명단으로 그 기록이 남아있다. 신뢰성을 차치하고 명단의 특이점을 꼽자면 120대들도 많았는지 130대 이상 노인들만 적어놨다는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1780년, 175세에 죽었다는 루이자 트루소(Louisa Truxo)다. 그녀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F. O. 헤이븐스가 1896년에 쓴 <200살까지 살 가능성(The possibility of living two hundred years)>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투쿠만(Tucuman)에서 살았던 그 흑인 여성은 1780년 7월에 죽었다. 그녀가 살았던 도시에서도 그녀의 나이에 의문점을 갖고 여러 번 찾아왔었다. 이때, 루이자는 1614년에 죽은 그녀의 첫 남편 페르난도 트루소(Fernando Truxo)를 기억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이자 120살을 넘겼던 다른 흑인여성인 마누엘라 역시 그녀가 어렸을 때 루이자는 중년여성이었다고 회상하면서 루이자의 나이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슈퍼센터네리언에 대한 공식적인 인증제도가 생긴 후에도 120을 넘긴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신빙성은 떨어진다. 


이외에도 슈퍼센터네리언을 넘어 장수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여럿 있다. 청나라 시절 인물이자 한약상과 병법가였던 이청운(李淸雲, Li Ching-Yuen)은 1677년 혹은 1736년에 태어나서 1933년에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이야기는 1930년대 뉴욕타임즈에 실리기도 했다. 우리나라로 넘어오면 고구려의 태조가 47년에 태어나서 165년에 죽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논란이 분분하다. 그렇다면 먼 과거의 사람들은 슈퍼센터네리언으로 결코 인정할 수 없는 것일까. 다음 글에서 19세기 의사 덩컨의 기록으로 살펴보겠다.


참고,

(기사)

김민주(2017.11.23) 110세 이상이 6000명?... 가족등록부(옛 호족등본)에만 있는 유령들. 국제신문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171124.22002011210


(인터넷)

Gerontology Research Group (http://www.grg.org/SC/SCindex.html)

Dictionary.com


(책)

F.O. Havens (1896) The possibility of Living Two Hundred Years. bkp CU-BANC


(학술논문)

Duncan Gibb(1876) Ultra-Centenarian Longevity. The Journal of the Anthropological Institute of Great Britain and Ireland Vol. 5 (1876) pp.82-101

Ira Rosenwaike, Leslie F. Stone (2003) Verification of the Ages of Supercentenarians in the United States: Results of a Matching Study. Demography. 40(4):727-739

Isabel Fraga Alves (2017) A general estimator for the right endpoint with an application to supercentenarian women's records. Extremes(2017) 20:199-237

Masaki Takao (2016) Neuropathology of supercentenarians- four autopsy case studies. Acta neuropathol commun.2016; 4(1): 97

Yasumichi Arai (2015) Inflammation, But Not Telomere Length, Predicts Successful ageing at Extreme Old Age: A Longitudinal Study of Semi-supercentenarians. EBioMedicine2 (2015) 1549-1558.



(기타)

UN (2015) World Population Prospects https://esa.un.org/unpd/wpp/publications/files/key_findings_wpp_2015.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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