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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고 Apr 23. 2019

잔 칼망은 정말 122살일까(2)

장수長壽의 역사 #5. 공인받은 세계 최고령자 잔 칼망을 둘러싼 의혹들

#2. 의심쩍은 잔 칼망의 발언들

"잔, 학교 갈 때는 친구들이랑 갔나요 아니면 혼자 갔나요?"

"아빠랑... 아니면 하녀랑 같이 가곤 했어요. 그녀 이름은 마르타, 마르타 토우천Marthe Touchon이요."


칼망 가家에서 일했던 하녀, 마르타. 그녀는 1885년생이다. 잔보다 자그마치 10살이나 아래. 갓난아기가 아이를 학교에 데려간다는 건 누가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늘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많다.

영화 <빈센트와 나>처럼 잔은 정말로 고흐를 만났을까.

먼저, 잔 칼망과 빈센트 반 고흐의 일화에도 허점이 있다. 1888년 2월부터 1889년 5월까지. 고흐는 잔의 삶의 터전이었던 프랑스 아를 시에서 그림을 그린다. 그 유명한 아를의 침실도 이곳에서 탄생한다. 잔 칼망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고흐가 머무르는 동안 그녀의 아버지의 샵에 방문했고, 그에게서 물감을 팔았다고 한다. 하지만 전편에서 말했듯이 칼망의 아버지는 배를 만드는 목수였다. 그녀의 성격 상으로도, 비록 나중 일이긴 하지만, 내성적이던 그녀는 남편의 가게에도 두문불출했었다. 


사적인 생활에 대해 지나치게 애매한 지점을 남기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그녀는 개인적인 일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가족이 그녀보다 일찍 죽으며 남긴 슬픔의 잔재 때문일 수도 있겠다. 허나, 잔은 너무나 조심스러웠다. 일례로, 어렸을 때 라이프스타일을 물으면 "어린아이들은 보통 8시에 일어나곤 하죠"라고 답한다던가, 딸이 처음 태어났을 때를 물으면 "애기들은 다 예쁘잖아요"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시청에서 무슨 일을 했었냐고 질문했을 때도, "자문들이 하는 일 있잖아요"라며 특정할 수 없는 일반론적인 대답을 늘어놓았다. 

잔 칼망의 CT 사진(출처: Karent Ritchie, 아래 논문)

잔 칼망의 개인적인 생활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그녀가 110살 이후. 즉, 지나치게 늙은 이후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그녀의 정신건강을 검진한 결과도 살펴야 한다. 잔이 118살이 됐을 무렵, 정신과 의사 카렌 리치Karen Ritchie는 'Mental Status Examination of an Exceptional Case of Longevity'를 제목으로 잔의 정신 건강을 의학적으로 분석한 글을 내놓는다. 논문에 따르면, 잔은 118살임에도 불구하고, 고학력자인 80대와 비슷한 수준의 지능과 언어능력을 가졌다고 한다. 어휘 선택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정신 의학적 측면에서는 어떠한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되려 테스트가 진행된 6개월 동안 잔의 지적 및 언어능력은 향상되기도 했다. 잔의 미심쩍은 발언들이 슈퍼센터네리언이라고 마냥 덮어둘 수 없는 이유다.


#3. 그을린, 그리고 탐탁지 않은 사진들

 

"잔 칼망이 하라면 하란대로 해야 했어요. 집안에 있는 오래된 사진들을 다 불태우라고 하더군요. 거역할 수 없었죠. 다 타고 몇 장 건지긴 했지만...." 장 칼망의 친척이자 상속인 비고네Bigonnet 부인


잔 칼망은 양로원으로 떠나기 전, 세월의 체취가 묻은 사진과 서류들을 불태웠다. 인생을 정리하는 개인의 측면으로 바라보자면 이상하다고 언급할 정도는 아니다. 혈족이 없다고 해도 무방할 상황도 이에 힘을 보탠다. 그러나 이 행위로 인해 잔 칼망은 그녀의 장수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들을 없앤 셈이 됐다. 


얼마 남지 않은 잔 칼망의 사진들. 그중에는 그녀의 딸 이본 칼망Yvonne Calment의 사진도 있었다. 그런데, 가장 최근 잔 칼망의 장수를 의심한 니콜라이 자크Nicolay Zak는 특이점을 발견한다. 사진 속 콧대와 슈퍼센터네리언인 잔의 콧대가 달랐던 것이다.

(A)는 잔 칼망의 사진을 모핑(디지털 기법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변화시키는 것)해서 늙은 잔 칼망에 대입시킨 것. (B) 코에 종양이 있었을 가능성 (C) 117살의 잔 칼망. 

잔 칼망은 생전에 딸 이본이 자신과 닮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 아빠 페르난드Fernand를 더 닮았다고. 실제로 모녀는 스타일이나 성격은 비슷했을지라도, 외양에서는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콧날이 그러한 걸로 추정된다. 확실히 말할 수 없는 건 모녀간의 외모 차이를 뚜렷이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이 없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사진 속 잔 칼망은 둥근 콧대를 가졌다. 그러나 늙은 잔 칼망을 보면 꽤나 날렵한 콧날을 지닌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잔과 이본이 외모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잔의 삶을 살고 있는 이본이 과거 사진들을 없애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4. 잔 칼망이 사실은 딸 이본이라면,

1997년에 죽은 슈퍼센터네리언이자 세계 최고령자로 알려진 잔 칼망이 실은 그녀의 딸 이본 칼망이라면, 그녀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니콜라이 자크는 급변한 프랑스 세금제도를 지적한다. 1791년부터 1901년까지 프랑스에서는 물려받는 재산의 1~2% 정도를 세금으로 부과했었다. 그러다 1901년부터 오르더니, 1920년에는 대규모 재산에 한해 35%까지 치솟았다. 현재는 40%에 이른다. 이러한 과세는 상류층에만 집중됐다. 따라서 상속인으로 과세할 바에야 법의 궤적을 피할 가능성이 충분했고, 추정하는 바로는 이본 부부는 그만한 세금을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이본이 잔 칼망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려운 선택지는 아니었다. 먼저, 잔과 이본의 스타일이 비슷했다. 조용한 성격인 데다가,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았고 스타일은 비슷했다. 의심받을 새가 있으면 여러 별장들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었다. 이본의 할아버지 되는 니콜라스는 살아생전 호탕한 성격으로 손녀와 자주 교류했었기에 과거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할 말은 있었다. 덧붙일만한 의견으론, 칼망 가家는 과세의 주원인이 되는 소셜리스트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C. 이러나저러나 아직은 공인받은 122살

작년, 이 글의 주요 참조가 되는 니콜라스 자크의 글은 잔 칼망에 대한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10살에서 122살까지 살 확률은 0.5%라던가,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물었더니 대다수가 잔 칼망을 90대 할머니로 봤다는 등 입증의 요소로 보기엔 부족한 근거들도 담겼지만, 이외의 근거들에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잔 칼망이 살아있을 당시에 그녀를 직접 검진했던 장 마리 로빈Jean-Marie Robin이나 마이클 알라르Micahel Allard는 의사들이 그녀의 실제 나이를 과학적으로 이미 증명을 끝낸 상태라며 반박했다. 그녀의 나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기네스북은 기록은 이어가되, 사태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1875년부터 1997년까지. 긴 세월을 견뎠던 잔 칼망. 그녀는 정말 122살일까. 그녀는 왜 미심쩍은 발언과 행동들을 했었던 걸까. 그리고 의학적으로 발전했다는 오늘날에 20년이 넘도록 최고령 기록이 깨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참고,

*글 속 대부분의 근거들은 Nikolay Zak(2018), Jeanne Calment: the secret of longevity, Research Gate.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29773795_Jeanne_Calment_the_secret_of_longevity 에서 참조. 


(학술논문)

Bernard Jeune, Robert Young(2010) Jeanne Calment and her successors. Biographical notes on the longerst living humans. Research Gate.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26813486_Jeanne_Calment_and_her_successors_Biographical_notes_on_the_longest_living_human 


Karen Ritchie(1995) Mental Status Examination of an Exceptional Case of Longevity J. C. Aged 118 Years. British Journal of Psychiatry (1995). 166. 229-235


Lamy J.-C.(2013) Le mystere de la chambre Jeanne Calment/Fayard, 2013. 264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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