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 않은 손님
어젯밤에 잠을 잘 잔 건지 못 잔 건지 알 수가 없다.
잠이 통 안 와서 뒤척이다가 선잠이 들어서 계속 꿈만 꾸고, 화장실 가느라 깨고
그걸 여러 번 반복했는데 막상 아침에 눈 떴을 때 그렇게 피곤하지 않았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나서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먼지가 발에 자꾸 붙어서
화딱지가 났다. 원래는 침대에 누워서 좀 쉬려고 했는데 성질이 나서 분노의 청소를 시작했다.
이놈의 꼽쟁이들은 왜 치우고 돌아서면 밟히고 치우고 돌아서면 그대로인지..... 지긋지긋하다.
마음속에 반갑지 않은 손님이 들어왔다.
우울, 절망, 자책 등
얼마 전 인스타에서 친구 스토리를 보다가 남편과 사내 메신저를 주고받는 사진을 보았다.
보면서 생각했다. '아 나도 사내 메신저 해서 편했었는데. 재밌었는데. 좋았는데'
또다시 과거로 돌아가 버렸다. 또 한 친구는 외국으로 출장을 가고, 다른 친구는 곧 있을
첫 출장에 가족들과 함께 간다 하니 내 처지가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다.
나는 왜 암에 걸렸지?
내가 조심했으면 걸리지 않았을까?
하느님은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셨을까?
이겨낼 수 있는 걸까?
또 또 비집고 들어오는 나쁜 생각들.. 마치 지긋지긋한 꼽쟁이 같다.
늘 어딘가에 있고, 들추면 보이고, 치워도 보이는 끝이 없는 먼지 덩어리들.
요즘 들어 일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이라도 하고자 마음먹고 찾아가 봐야지... 한지가 벌써 2달이 넘어가고 있다.
'이번 결과만 보고 가야지..'
'음.. 이번 달엔 검사랑 외래가 많네.. 요양병원 일정까지 겹치면 빠지는 날이 많겠어..'
'다음 달은 가족들과 여름휴가가 잡혀있으니 끝나고 가야지..'
'일하다가 몸이 나빠져서 금방 그만두게 되면 어쩌지.. 민폐일 거 같은데..'
어쩌면 핑계일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저렇게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하물며 정상적인 회사 출근은 꿈도 못 꾼다. 그래도 환우 단톡방을 보면 일하시는 분들도 많다.
회사에서 편의를 봐주거나, 컨디션이 괜찮고 일 자체가 힘든 일이 아닌 분들은 일을 하신다.
너무 부럽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대로 해결책을 찾아야겠지.
그래서 그런가? 의도한 건 아닌데 무의식 적으로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가는 중인 것 같다.
요즘 물건 버리기에 한창이다. 지난번 글에서도 살짝 언급했었는데 여전히 진행 중이다.
창고에 있는 것들 중 안 써지는 건 버리고, 아들 장난감도 야금야금 정리 중이다.
집이 깨끗하면 좋겠다. 쓰지 않는데 계속 둬버리면 꼽쟁이만 쌓일 뿐이다.
딱 딱 필요한 것만 보이면 맘이 편안해진다. 환경도 중요한 부분이다. 지저분하게 있으면
내 머릿속에 또 어김없이 불청객들이 찾아오니깐. 원래 이사 오면 미니멀리스트로 살아야지
마음먹었는데, 아파서 살림 주도권을 조금씩 뺏기는 바람에 완벽하게 구현할 수는 없었다.
나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집에만 있으면 다운되고 우울하니까 외출을 꼭 하려고 한다.
점심을 먹으러 나가든 약속을 잡아서 가든.. 일주일 계획표를 항상 생각하며 지낸다.
몸 컨디션을 생각해서 무리한 일정을 잡지는 않으니 적당히 사부작 거리는 선에서 하루가 끝난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인가?
사실 아프지 않고 이렇게 살고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하는데. 내가 너무 이기적일까?
아파보면 또 이런 날들이 그립고, 제발 그때만큼 움직일 수 있게 해 주세요 하고 하느님께 빌겠지.
나란 사람 참 간사한 녀석이다......
집안 정리가 대충 끝나고 나면
또 나만의 일거리를 찾아봐야겠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가족들과 지인들이 늘 지지해주고 있다.
용기 내어 도서관도 찾아가 봐야지. 일단 닥쳐보는 게 좋겠다. 파이팅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