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찾아올 겨울이 두렵다
지난주에 부모님을 모시고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아들이 바다를 보러 가고 싶어 했으나
내가 멀리 이동할 컨디션이 아니라서
늘 가던 파라다이스 호텔로 호캉스를 갔다.
막바지 여름이 기승을 부리는 듯하다.
햇볕이 한여름 때만큼 뜨거웠다.
야외 수영장에서 놀다가 다 같이 익을 뻔했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는 병원 투어를 했다.
어깨가 아파서 정형외과를 가고
질염이 생겼는지 너무 가려워서 산부인과에 가고
사마귀가 또 퍼져서 피부과도 갔다.
여행의 스케줄을 모두 소화할 수는 있어서
체력이 얼추 올라왔다 생각했지만
너무 오래 돌아다니면 꼭 탈이 난다.
나의 면역체계는 아직 약해져 있는 상태인가 보다.
내년엔 해외여행도 생각했는데 아직일까..
아니다. 아들이 노래 부르던 바다만 가도 좋겠다.
아들은 여전히 쑥쑥 잘 크고 있다.
배변훈련도 잘하고 있다. 쉬야만 가리더니
이제는 변기에 응아도 잘 싼다. 곧 다음 단계로
(외출 시 팬티 입기, 잘 때 팬티 입고 자기)
넘어가도 될 듯싶다. 기특하다. 우리 아들.
얼마 전에는 혼자 책도 읽었다. 엄마 아빠가
읽어주던 책 내용을 기억해서 혼자 책을 넘기며
중얼거린다. 근데 들어보니 내용이 얼추 맞다.
핵심 내용만 골라서 말하는 게 신기하다.
다만 아직 감정 조절 능력이 부족해서 짜증은
더 늘었다. 그놈의 소리만 좀 안 지르면 좋겠다.
소리 지르기 말고 다른 대안을 알려주는데도
그때뿐이다. 아직 더 커야 하나보다.
지금 먹는 항암제가 효과가 있어서 좋긴 한데
부작용 측면에선 조금 아쉽다. 피부 발진이 나고
쉽게 피로해진다. 맨 처음 먹었던 약은 효과도
좋고 부작용도 없어서 해외여행까지 다녀왔었다.
지금 상황에 만족하며 감사하게 지내긴 하지만
그때가 그리워서 자꾸 생각하게 된다.
곧 겨울이 온다.
12월이 되면 투병 2년째다.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면 좋겠다.
겨울에 아프기 시작해서 겨울마다 내성이 왔었다.
아들의 첫 번째 생일도 두 번째 생일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서 슬프다. 많이 울었지만
지금도 생각만 하면 또 눈물이 난다.
여름을 힘들게 보내서 겨울이 낫겠다 싶었지만
날씨랑 별개로 내 마음이 시려오는 것 같다.
이번 겨울은 아프지 않고 지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