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수면 내시경의 공포
우선 지난주 업데이트를 하지 못한 점
구독자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그간 있었던 일을 쭉 적어보자 합니다.
9월 9일 화요일 저녁
이날이 시작이었다.
자려고 누웠는데 목이 너무 아파오기 시작했다.
느낌이 싸했다. 역시나 다음날 수요일 아침
약한 몸살기와 함께 목이 띵띵 부었다.
열이 나는 게 수상하여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나는 A형 독감 판정을 받았다.
매년 지겹지도 않나... 그놈이 또 오고야 말았다.
약을 받아서 먹었는데 너무 독했는지
구토를 했다. 구토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항암제 먹고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하루 정도 고생하고 잘 먹지를 못해서
흐느적흐느적거리다가 다음날 목요일 저녁에
혈변을 보았다. 똥 싸고 소스라치게 놀란 건
또 몇 년 만인지. 물이 새빨개져서 변이 안보였다.
지피티야 도와줘 얍!
응급실 가세요.
응?그래 알겠어
부랴부랴 아빠를 다시 집에 소환해 놓고
아들에게 떨떠름하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응급실에 도착하니 밤 11시. 대기가 24시간
이상일 수도 있다 한다. 어쩌겠나 기다려야지.
배가 너무 고파 메슥거리는 걸 참고 하루를 보냈다.
그다음 날 금요일 오전. 드디어 나를 불렀다.
피검사. 시티검사. 엑스레이. 소변검사. 직장내시경
싹 다 해봤지만 출혈 부위는 찾지 못했다.
그렇게 만신창이로 응급실을 나와서 첫 끼를
먹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고생한 만큼의
결과를 본 것도 아니고 원인도 못 찾고 돌아가는 게
심히 분했다. 역시나 이 와중에 침착맨 남편은
표정변화 없이 다음 계획을 짜고 있었다. (독한..)
대장을 살펴봐야 했다. (위는 덤으로)
다행히 다음날이 토요일이라 오전 일찍
로컬 병원(건강검진이 가능한)으로 달려갔다.
의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급하게 내시경을 잡았다. 근데 폐질환으로 수면이 안된다고 한다.
우르릉 쾅쾅 "네...?" 우르릉 콰과과광.. 쏴아아..
응급실에서 비 수면으로 직장 그 짧은 부위
들어가는데도 심히 아팠는데 대장을 비 수면으로
하라니 미쳤구나 싶었다. 의사는 너무 강경했고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알겠다고 했다. 심지어
위 대장 모두 비. 수. 면이다.
식이와 약 먹는 건 문제가 없었지만
(이것도 끔찍한 건 매한가지)
주말 내내 어린애처럼 폭풍 눈물을 흘렸다.
남편이 짜증을 참고 있는 게 보이긴 했지만
어쩌라고!!! 고통을 견디는 건 나란 말이다!!
전날 밤에는 잠도 잘 안 왔다. 새벽부터 일어나는
일도 짜증 나고 5시간 내내 약으로 고통받을
내 몸뚱이를 생각하니 아찔했다.
월요일 새벽 6시 기상.
어찌어찌 약을 다 먹고 화장실을 한 스무 번쯤
가고 나니 진정이 되었고 정신이 탈탈 털린 채로
출발했다.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뭐가 안 나오면 어쩌지'
'아니니 나오지 말아야 하는 게 맞지'
'그럼 원인이 어디 있을까나...'
잡생각을 하다 보니 검사는 끝나 있었다.
사실 위 내시경 할 때는 잡생각이 아니라
살려달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금방 끝나서
그나마 다행이었고 대장은 생각보단 들 아팠다.
그러나 또 출혈 부위는 찾지 못했다. (좌절...)
다음날 화요일 오전.
마지막으로 항문외과를 찾았다.
결과는 애매했다. 이미 치열과 내치핵이 있었고
이곳에서 피가 났을 확률을 높게 봤다.
항문은 회복이 빨라서 변 보면서 나왔던 피가
금방 멈추게 되는지라 육안으로 피의 흔적을
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 이쯤에서 끝내자.
다음날 수요일 오전.
목요일에 있을 외래 진료를 위해
요양병원으로 왔다. 편안히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외래를 갔다. 나의 일주일 고생 기를 쭉
설명했으나 역시 나의 주치의.. 피곤한 목소리로
"항암제 때문에 그러실 수 있어요..."
뭐든 맨날 항암제 타령. 하지만 진짜일 수도
있는 걸 알기에 반박할 수 없다.
그렇게 오늘 금요일 당일이 왔다.
고생했다. 나 자신. 토닥토닥.
다시 하루하루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