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층간소음 가해자?

아들맘인 게 서러운 순간

by Ssong

요즘 우리 아들이 밥태기가 왔는지

밥을 너무 안 먹어서 매일 전쟁 중에 있다.

여느와 다를 게 없던 어제저녁 정신없이 집안일을

하던 중 초인종이 울려서 봤더니 아랫집 여자였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이전에 내 동생이 아랫집 남자랑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올라오는데 "혹시 10층 1호 사세요?"

라고 물어서 그렇다 하니 애가 뛰는지 쿵쿵 소리가

시끄럽다 하며 주의 좀 부탁드린다는 말을

전해 들었었다. 화들짝 놀라서 바로 다음날

과일 바구니를 하나 들고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아들이 좀 활발하고 뛰는 걸 좋아해서 그렇다고

앞으로 더 주의할게요 하고 인사치레도 했었다.


하지만 어제저녁.

갓난애를 손에 들고 한껏 짜증이 난 얼굴로

나를 노려보며 "너무 시끄러워요 좀 심한 거 아닌가요? 지난번에 오신 이후로 달라진 게 없잖아요"라고 대뜸 따지기 시작했다. 나는 어버버

하다가 연신 미안하다고만 하고 소음이 심할 때가

주로 언제냐고 다시 물어보니 "저번에도 말씀드렸 는데 저녁 6시 이후부터 시끄러워요. 애가 언제 하원했는지 알 정도라니까요?" 정색을 하며 말하는 아랫집 여자를 멍하니 보다가 일단 더

신경 쓰겠다 말하고 서둘러 돌려보냈다.


돌아와 식탁에 앉아서 생각해 보니

불쑥 억울함과 짜증이 밀려왔다.

같이 계시던 부모님은 그 정도 소음도 못 참으면

어떻게 사냐고 노발대발하시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그러는 것도 아니고 그 시간마다 매번 뛰어다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모든 소음을 차단시키고 육아를 하냐고 푸념을 하셨다.

"뭐 방에 가두고 애를 묶어두래??"


말없이 가만히 앉아서 생각했다.

'소리를 더 줄이려면 어떻게 통제를 해야 할까?'

매트를 더 깔아야 하나.. 애한테 뒤꿈치 들고 다니라고 해야 하나.. 양말이나 슬리퍼를 신겨볼까? 분명 답답하다고 벗어던질 텐데.. 하..

TV를 더 보여줘야 하나.. 까지 생각하다가

짜증이 났다. 남편에게 서둘러 알렸다.


이야기를 듣던 남편은 화를 내며 답했다.

"야 더 조심할 것도 없어. 충분히 자제시키고 애한테 매번 하지 말라고만 말하는 것도 짜증 나는 데 있는 매트도 치워버려 그냥"

아차 했다. 남편 성격에 노발대발할 거라는 걸.

하지만 어쩌겠나 우리 집 일인데 당연 알아야지.

씩씩거리며 들어온 남편은 밑에 내려갔다 온다고

말하고 사라졌다. 나는 종종걸음으로 문 앞에서

"싸우지는 마!!!" 소리쳤다. (사실 내심 든든했다.)


다시 집에 들어온 남편은

한층 기분이 진정된 듯 보였다.

대판 싸우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남편만

따로 불러서 1층에서 조용히 얘기하고 왔다 한다.

남편은 서로 적당한 선은 지키며 삽시다라고 하며

앞으로는 집에 찾아와서 벨 누르는 일은 없었으면

하고, 정 못 참겠으면 인터폰 하시라고 전했다.

그러자 상대 남편도 수긍하며 요즘 와이프가 혼자

애기 보느라 예민한 것도 있다 했다. 첫째는 딸이라

상대적으로 얌전한 것도 한몫하는 듯 보였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우리도 11층 사람들 소음

듣고 산다. 하지만 집에서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우리 집 소음에 묻혀서 신경이 쓰이는 날이 적다.

상대적으로 아랫집은 애기도 누워만 있고 딸도

얌전히 지낸다면 집은 고요할 수도 있고 잡음이

더 잘 들릴 만하다.


해프닝은 다행히 잘 넘어갔지만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지를 않아서

잠을 설쳤다. 피곤하다.

아파트 단톡방에 매일 같이 올라오는 층간소음

이야기의 주인공이 우리가 될 줄이야. 심지어

가해자 라니. 이웃을 잘 만나면 좋은데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과연 좋은 이웃일까?' 생각하면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잘 넘어가는게 최선이다.

앞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인사할 자신이

없다. 사실 하기가 싫다. 둘째는 아들 같은데

나중에 커서 발발발 돌아다니고 시끄럽게 굴기

시작해서 아랫집에서 똑같은 민원을 받으면 우리의 사정을 조금은 이해해 주려나? 후.. 속이 답답하다.


내가 내린 현실적인 최종 결론이다.

하원하고 집에 바로 오지 않고

아파트 내 실내놀이터에서 1시간 정도

실컷 뛰어놀게 하고, 그 사이에 엄마는 밥 만들고

그러고 들어오면 소음 시간도 1시간은 줄고

뛰어다녔으니 배도 고플 테니 더 잘 먹겠지 싶다.

아들이 빨리 컸으면 좋겠다. 하하.

힘들지만 오늘도 외쳐본다.


"나는 모든 면에서 날마다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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