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마법소녀

나의 몸을 지켜라!

by Ssong

다음 주에 드디어 머리 엠알 일정이 잡혔다.

약을 바꿔서 먹은 지 3주째 엠알을 찍고

외래 진료는 4주째 보게 된다. 떨린다.


걱정이 되지 않은 날은 하루도 없었다.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운동을 하고 있어도

책을 읽어도 육아를 하고 있어도 마음 한편은

늘 미묘하게 불안했다. 한숨이 자주 나왔다.


몸이 어딘가 아프거나 머리만 살짝 아파도

크게 걱정이 되었다. 걱정 근심을 털어내려고

노력은 하지만 이 약이 정말 효과를 보고 있는지

확인한 사실이 없는 게 걱정의 주된 원인이다.

효과가 있다는 걸 알고 나서 머리가 아픈 거면

'아 약이 작용 중이라 아플 수도 있겠지'

'아 그냥 피곤해서 살짝 아픈가 보다'

'정상인들도 가끔 아플 수 있지 뭐'

이럴 텐데 말이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폐암 환우 카페를 방문했다.

마음이 불안할 때면 습관적으로 찾게 된다.

이곳에서 찾는 글들은 주로 "나 이제 괜찮아요"

라는 희망적인 글들이다. 또는 오래 살아계시는

분들의 이야기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싶어서다. 최근에 이런 글을 보았다.

폐암 환우 카페 - 숨사랑모임 중에서

아! 나는 암을 죽이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구나

이거 괜찮겠는데? 하고 생각했다.


<내 머릿속 상상>

나는 전투 여신이다.

얼굴은 하얗고 머리는 긴 생머리에

입술은 반짝반짝 붉은 생기가 돈다.

몸은 여리여리 하지만 근육은 탄탄하다.

전투복을 입고 머리칼을 휘날리며 서있다.

눈빛은 차갑고 매섭다. 마치 푸른 피를 가진 듯한.(상상 속 나는 매일매일 다르다.)


손에 들려있는 기다란 창을 크게 휘두르며

공격 준비를 한다. 목표는 몸 안에 있는 암세포들!

출발한다. 붉은 강에 자연스레 몸을 맡기고

헤엄을 쳐가며 암세포들을 찔러 터트린다. 펑!

개수가 많으니 한 마리씩 죽이기 귀찮아진다.

마법을 쓴다. 창 끝에서 나온 빛들이 암세포들을

내 앞으로 데려온다. 조용히 다시 창을 휘두른다.

하얀빛이 번쩍 하더니 암세포들이 펑펑 터진다.

깨끗해진 뇌를 다정히 쓰다듬어준다.

그동안 고생한 허리 신경도 토닥토닥.

마지막으로 잘 버텨준 양 폐에게도 인사를 한다.

"See you tomorrow!"

(쓰면서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처음엔 밤에 자기 전에 했었는데

주문도 외우고 기도도 하고 상상도 하느라

바쁘기도 하고 금방 졸려와서 자꾸 중간에

잠이 들어버린다. 그래서 암세포 사멸 상상은

생각나는 대로 종종 한다. 씻을 때, 먹을 때, 등등

자기 전에는 주문과 기도만 한다.


다음 주에 좋은 결과를 들고 오면 좋겠다. 파이팅!


"나는 모든 면에서 날마다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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