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가 된 어린 왕자
어제는 외래 진료가 있었다.
한 달 동안 바뀐 약을 먹고 난 후 찍은
뇌 mri결과를 확인하는 심판의 날이었다.
결과는 다행히 좋았다.
엄청 드라마틱하게 좋아진 건 아니지만
더 늘지 않았고, 암들 크기들이 작아졌다.
조금 아쉽지만 이만한 결과도 만족한다.
행복한 날이었다.
외래 진료가 끝나고
요양병원 병실에 돌아와서 책을 읽었다.
제목은 <청소부가 된 어린 왕자>.
사람들이 바쁜 현생을 살아가며 잊고 사는
행복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들을 담은 책이다.
많은 내용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내용을 얘기하고자 한다.
어린 왕자가 어느 날 울며 기도하고 있는
여자를 보게 된다. 무엇을 하고 있냐고 물으니
신께 기도하고 있다고 답한다. 여자에게는
시련이 닥치면 신께 기도하는 것이 극복의
방법이었다.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아 사람들은 힘들 때 신을 찾는구나? 그렇다면
다른 이들도 똑같을까?
궁금해진 어린 왕자는 여러 사람들에게 물었고
그 결과 모든 이들이 시련이 올 때
무조건 신을 찾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어떤 이는 자녀들이, 또 어떤 이는 남편의 편지가
시련을 극복하는 힘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흥미로워하다가 마침내 깨닫게 된다.
"사랑이 '신'이구나...!
우리는 신이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랑이
신이었어요. 신은 자신을 굳이 드러내지 않고,
사랑의 이름으로 시련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계셨던 게 분명해요. 사랑이 '신'이에요."
나에게도 '신'이 존재한다.
남편의 걱정, 관심, 애정.
아들의 존재 자체.
나의 엄마, 아빠, 동생.
나의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동생.
나의 지인들.
날 생각하는 모든 이가 나에게 '신'이고 사랑이다.
그들이 나와 함께 있어줘서
나는 지금 이 시련을 견디고 있나 보다.
새삼 또 깨닫게 되는 좋은 순간이었다.
"나는 모든 면에서 날마다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