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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변해가는 나를 만들어가는 관계들

만남의 좋은 점은 서로를 생각하는 틈이 생긴다는 것이 아닐까.  만남이 더해갈수록 그 틈은 공간이 되어간다. 서로를 대하는 눈빛에 온도가 생기고, 서로를 공감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 깊은 정도가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너무 깊지 않은 관계가 좋은 만남을 이어가게 해준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과 함께, 만남 또한 나에게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 학창시절 키순으로 앉은 짝꿍이 절친이 되어 서로를 맞춰나가는 것도 좋지만, 현재의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아 만나는 것 또한 좋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최근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두 모임이 있다. 



[책으로]는 책을 통해 배우기도 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그런 모임이다. 호스트가 되어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모집한 것은 처음이었다. 스타트업 생활을 통해 다양한 모임을 접할 수 있었고, 그중에서도 회사 내 매거진을 운영하며, 직장동료들과 나누었던 그 교류가 너무 그리웠기에 용기를 내어 모집하게 되었다. 첫 모임은 [책으로] 브랜딩 하기 & [책으로] 창업하기였다. 창업하는 입장에서 다시 한번 정리가 필요했고, 비슷한 입장의 분들과 책을 보며 랩업하며 실천해본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3주간 3 모임이 한 번에 진행되었고,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내가 잘 운영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사라지고, 금세 좋은 공간에서 좋은 사람들과 현재의 고민을 공감하며 나눈다는 것을 통해 큰 힘을 갖게 해주었다. 지금은 오프라인 모임이 여의치 않게 되어 온라인으로만 운영되는 [책으로] 콘텐츠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 3달간 주 1회씩 자신만의 이야기를 콘텐츠화하는 것인데, 벌써 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시즌2가 진행되고 있다. [책으로]라는 이름으로 모인 분들은 [책으로]라는 같은 이름이라는 끈으로 한데 묶여 내 마음에 자리하게 되었다.  


[엄마를 위한 캠퍼스]는 예비창업가인 엄마, 아빠를 위한 스타트업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임이다. 벌써 다음 주면 데모데이를 끝으로 교육이 종료된다. 6월 한 달 동안 매주 화요일 목요일마다 삼성역 구글 캠퍼스를 오고 가며 익숙해진 거리만큼, 사람들과의 관계도 돈독해졌다. 서로 이름도 얼굴도 모르던 사이에서 창업아이템에 몰입하여 서로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관련 경험들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나눌 이야기들이 더 풍성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11월에 출산을 앞둔 나는 출산을 이제 갓 마친 6개월 아이를 둔 엄마들의 생생한 임신&출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가끔 컨디션 난조로 소파에 누워있는 나를 걱정해주는 분들이 고마웠다. 나 또한 이 모임에 민폐라는 생각보단 컨디션 조절을 하며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임신 초기 몸상태로 집에만 묶여있던 3주 동안, 너무 답답한 마음에 육아 커뮤니티의 오픈 채팅방을 찾은 적이 있었다. 동네 임산부를 만날 수도 없고, 원래 알던 친구들과 나눌 이야기도 아니었기 때문에 관계의 욕구를 채워줄 수 없었다. 하지만 하루 만에 그 오픈 채팅방을 탈출하게 되었는데, 서로 다른 기대를 모인 임산부와 초보 엄마들이 나누는 대화는 각자의 우울증을 발산하거나 임신 출산에 얼만나 많은 돈을 썼는지를 자랑하는 자리였다. 물론 좋은 모임도 있을 텐데, 내가 찾아내기엔 버거웠다. 

누구나 외톨이가 될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예고 없이 외톨이가 되어간다. 갑작스러운 은퇴로, 건강 이상으로, 가족문제로...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외톨이가 될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환경도 계속 조금씩 변화한다. 나의 "이야기"를 써나가는 것. 정체성을 잃지않고 스스로 받아들이고 발전시키는 그 행위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끌어나가기위해 좋은 동료가 필요하고, 그것을 위해 난 끊임없이 새로운 모임을 만들고, 참여하는 것으로서, 느리지만 나를 지켜나가야겠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 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마다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옮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야 했다.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높여진 과제를 수행해 나가기 위한 책임을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스피노자가 그의 <윤리학>에서 무엇이라고 했던가? "감정, 고통스러운 감정은 우리가 그것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묘사하는 바로 순간에 고통이기를 멈춘다."

- 빅터 프랭클 저/이시형 역 [죽음의 수용소에서]
 무엇보다 가장 괴로웠던 점은, 직접 열심히 결정하며 그린 300장의 그림 콘티에 스스로 얽매여 있었던 것입니다. 콘티에 얽매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콘티를 버리면 되었을 텐데, 당시 저는 그런 것조차 몰랐습니다. 주위는 모두 베테랑인데 저만 현장이 처음이니 불안도 컸겠지요.제가 콘티에 얽매여 있었다는 사실은 허우샤오시엔 감독으로부터 지적을 받고 깨달았습니다.

적어도 저는 다큐멘터리로 시작했기 때문에 작품은 결코 ‘나’의 내부에서 태어나는 게 아니라 ‘나’와 ‘세계’의 접점에서 태어난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상은 카메라라는 기계를 거치므로 이 부분이 두드러집니다.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세계와 만나기 위해 카메라를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다큐멘터리의 기본이며, 그것이 픽션과의 가장 큰 차이점아닐까요.

- 고레에다 히로카즈 저/이지수 역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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