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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된 삶

공간과 만남을 새롭게 하기

진부하지만 계속 던지는 질문 :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진부한 질문을 자주 던진다. 고등학교 때 혹독한 사춘기를 보내며, 인생에서 그런 혼란의 시기는 한 번도 너무 가혹하다며 괴로워했다. 그런데 평생 이어지는 질문이고, 답이 없는 질문이었다면 고등학교 때 그렇게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때의 나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넨다. 이제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만 묻는 질문이 아닌, 평소에도 문득문득 나를 흔드는 질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로는 심사가 뒤틀릴정도의 괴로움에 조금 무뎌진 거 같다. 

아마도 나이가 들면서 특별한 이벤트가 자주 일어나서 그런 거 같기도 하다.  

공간이 중요해 : 스타트업 

위워크는 재미있는 부동산 시장을 만드는 브랜드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제이오에이치에서 어깨너머로 공간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을 보고 들으며 그런 재미있는 공간에 내가 실제 경험자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그 첫 번째 투자가 위워크였다. 코워킹 스페이스를 알아보면 항상 돈을 절약하기 위해 저렴하면서도 깔끔한 곳에서 머물렀다. 그리곤 실망하고 금세 옮길 곳을 찾아 헤맸는데 그 이유는 스타트업 분들이 있다기보다, 프리랜서나 외주 업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공간이기에 스타트업 스피릿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같이 이제 갓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질문도 많고 귀찮게 할 일이 많았는데, 데스크 직원이 딱 싫어하는 타입이었다. 돈 안되고 귀찮은 영세 입주자. 왠지 나만 불가능한 꿈을 꾸는 사람 같아서 외롭고, 다시 원래 하던 업무로 복귀해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칼을 뽑았으니, 무가 아닌 당근이라도 썰려면 큰 변화가 필요했다. 퇴사 후 유학도 가고, 해외여행도 가는데, 그런 자금으로 생각하고 공간에 투자했다. 위 워크는.. 좀 많이 비쌌지만 각성상태로 나를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치열하게 그래프를 보며 일하던 건너편 사무실에서 하루아침에 짐을 정리하고 나가는 팀을 보기도 했다. 또 외국계 스타트업들도 상당히 많이 들어와 있어서 요즘 어떠한 서비스들이 회사로 등장해있는지도 실체감 있게 다가오기도 했다. 영세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꾸준한 매출을 내며 비싼 위워크에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매일 출근하는 길이 즐거웠다. 판교 처음 출근했을 때처럼 말이다. 이 세상과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느낌. 그 기분에 취해있으면, 안될 것도 되게 해 보리라는 다짐을 매일 하게 되었다. 기술적인 자원이 없어 괴로운 단계에서는 다른 솔루션을 찾아 실험해볼 수 있었다. 처음 생각한 프로세스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면 금세 피봇 할 방법을 구상하기도 했다. 실패가 좌절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해야 하는 신호가 되는 묘한 공간이 되었다. 



엄마도 창업할 수 있어 : 엄마를 위한 캠퍼스

임신 초기 매일 다양한 증상을 겪으며, 당황의 연속이었다. 아무리 임신 관련 책을 읽어도 막상 닥치면 당황하고 만다. 그 임신 주수를 무사히 겪고 내면 너무 당연했던 증상들이었다. 이제 18주가 되어가는 새로 온 손님, 아가가 날이 갈수록 뱃속에서 꿈틀대고 있다. 처음엔 뱀처럼 스믈스믈 하더니, 이제 제법 꿀렁 거리며 신호를 보낸다. 아가가 건강하게 크고 있는 신호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좌절되었다. 나를 몰아넣었던 위워크라는 공간은 나에게 너무 벅찬 공간이 되었다. 스타트업의 열기는 내가 따라갈 수 없는 그런 속도로 느껴졌다. 그 속도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은 왠지 지금 새로 시작한 일들은 모두 접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남편이 또 하나의 제안을 해왔다. 구글에서 “엄마를 위한 캠퍼스”를 하는데 지원해보지 않겠냐며 말이다. 나 아직 예비엄마인데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며, 임산부가 가서 방해는 안될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지금까지 준비해왔던 과정들을 지원서에 잘 써서 내는 일 밖에 없었다.  


다행히 구글에서 임산부도 엄마로 해석해주고, 나의 지원서를 잘 받아주어 지금은 10주 차 교육 중 반이상을 함께 하고 있다. 임신을 하면서 겪는 몸과 마음의 변화로 몸이나 잘 간수하고 애나 잘 키우라는 메시지를 받아왔다. 물론 그것도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지만, 모든 엄마들이 항상 같은 메시지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반항감이 생기는 것도 있었다. 나 같은 사람도 어딘가에 있을 텐데...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지 않을까...라고 이 넓은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이 꼭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반가운 곳이었다. 살아있는 스타트업 강연을 들으며 호흡하는 도전정신이 가득한 엄마들이 만들어내는 기운이 가득한 화요일 목요일 만남이 항상 기대가 된다. 

같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 덜 괴로워진다.  




우리가 깊게 공부하는 이유는 환경의 동조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다. 근본적으로 깊은 공부, 즉 래디컬 러닝이란 언어 편중적 인간이 되는 것이다. 언어 편중적 인간이 된다는 것은 어떤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행위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는 상태에서 벗어나 언어를 그 자체로서 조작하려는 의식을 높이는 것이다. 언어의 ‘도구적 사용’에서 ‘완구적 사용’으로 향하는 것이다. ‘굳이 말하려면 할 수 있지’ 하는 감각으로. 마치 장난감을 다루듯 언어를 조작하며 환경의 요구에서 벗어나 자신이 지니게 될 다양한 가능성을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지바 마사야 저/박제이 역 [공부의 철학] 
이직을 하거나 자영업을 하고 싶어도 부부는 그 직장을 계속 다니는 걸로 합의를 봤다. 온 가족이 거기에 딸린 의료보험에 기댄 처지였기 때문이다. 나에겐 그런 상태가 정말이지 분통 터졌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잠재력이나 꿈을 접고 그 배우자와 아이들은 그 사람의 희생에 기대어 살면, 정서적 의미에서 모두가 미묘하게 인질로 잡혀 있는 셈이다. 이처럼 사랑으로 맺어져야 할 관계가 변질되는 것이야말로 노르딕 사회가 피하려는 것이다. 
- 아누 파르타넨 저 / 노태복 역 [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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