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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맞이 준비

임신중기, 어느새 익숙해지다.

어느새 익숙해지다. 

임신 호르몬의 영향들로 변해가는 나는 정말 낯설었다. 나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호르몬)에 의존적이었다. 어느새 배가 눈에 보이게 불러와 누가 봐도 임산부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쑥쑥 성장한 자궁은 나의 장기들을 위아래로 눌려, 소변이 자주 마렵고, 숨이 차고, 소화가 안됐다.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뒤뚱거리는 발걸음과 허리 통증을 갖게 되었다.   

자세가 틀어져, 허리가 아프면 골반벨트를 하고 있다.

숨이 차면 잠시 하던 동작을 멈추고 쉬었다 한다.

태동이 느껴지면 잠시 아이의 움직임을 느낀다.

연달아 앉아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 2시간 일하고 2시간 쉬며 3번의 타임제 근무로 변화를 가지고 있다.

임신 초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증상들과 유산의 위험을 끌어안고 있는 불안이 증폭된 상태였다. 반면 임신 중기도 힘이 들긴 했지만 어느 정도 예상되는 전개가 이어지고 있어서 그런지 익숙하게 대처해가고 있다. 


엄마라는 새 이름 

내게 엄마는 닮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미련하게도 가족을 챙기기만, 자기 몸에서 보내는 신호도 잘 모르고 결국 큰 병에 걸리고 말았었다. 언제 사용할지 모르는 싸구려 물건들은 집안 곳곳에 쌓여있었다. 결혼식에 갈 외출복이라며 사다둔 아끼는 옷들은 여러 계절이 지나 벌써 유행이 지나버린 비슷한 옷들이 가득하다. 미련하다고 생각했다. 밥 한 끼 잘 못 사 먹고 더운 여름 에어컨도 없이 땀을 뻘뻘 흘리며 매일 3끼를 밥을 하던 나의 어머니가 너무 미련했다. 어머니의 그 미련함으로 난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났다. 큰 병 없이. 무탈하게.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지’라는 통념에 딱 맞게도 나의 어머니는 두 자식을 잘 키워내셨다.  엄마의 이 미련함은 나를 있게 만들어줬다. 엄마는 닮고 싶지 않은 존재라기보다 내가 감히 닮을 수없는 위대한 존재였다.


아이에 대한 우리 부부의 입장을 정리하게 된 계기는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였다. 부부 모두 문제가 없었지만, 아이가 2-3달 생기지 않고, 온라인 맘 카페를 방문하며 더욱 커져가는 불안을 느낄즈음. 행복하게 갖지 못한다면 갖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 뒤로 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면 임신 계획보다 나의 꿈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선택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영혼이 오는 것 

우리 어머니가 보여준 ‘자기희생적인’ 엄마상과는 참 동떨어져있는 나. 우리 엄마처럼 살기엔 내가 너무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다양한 육아서적들을 읽고,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엄마들의 에세이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 아이와의 애착관계를 강조한 책들은 왠지 모성신화를 강요하는 것 같아 불편했다. 그 요구조건을 다 맞추려면 나 같은 사람은 엄마가 되기엔 적합하지 않았지만, 이미 만들어진 영혼으로 우리 곁에 오는 새 생명이라고 생각하면 좀 다르게 아이를 맞이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나와의 관계, 아빠와 관계, 세상과 관계를 모두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면 너무나 무거운 책임감이었지만, 새로운 친구를 사귀듯 새 생명의 가족을 맞이 한다면 부담보다는 반가움이 먼저 생겼다. 원초적인 모성애보단 하루하루 사귀듯 정드는 그런 관계. 새로운 영혼이 우리에게 왔다. 




우리 부모들이 자녀를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도 착각에 불과하다. 이제 내려놓자. 아이들은 부모의 꿈을 칠할 빈 캠퍼스가 아니다. 조언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너무 걱정하지 마라. 자녀를 사랑하되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사랑하지 말고 사랑스럽기 때문에 사랑하라. 양육을 즐겨라. 그리고 당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가르쳐라. 긴장을 풀어라. 자녀가 어떤 인간이 되는지는 당신이 아이에게 얼마만큼의 애정을 쏟았는지를 반영하지 않는다. 당신은 자녀를 완성시키지도, 파괴시키지도 못한다. 자녀는 당신이 완성시키거나 파괴시킬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들은 미래의 것이다.

- 주디스 리치 해리스 저/황상민 감수/최수근 역 [양육가설:부모가 자녀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탐구]
미니멀 육아의 핵심은 현대사회의 숨 가쁜 부모 노릇 쳇바퀴에서 내려와, 아이들을 즐기면서 키우자는 것이다. 스스로의 가치관에 따라 즐거운 인생을 사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이 강하고, 개성 있고, 자신만의 삶을 일궈낼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는 데 필요한 자양분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부모의 생활방식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성장해서 독립하게 되었을 때 스스로의 직관을 신뢰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미니멀 육아는 바로 당신의 삶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할 것이다. 이제 당신이 여행을 떠날 차례다.

- 크리스틴 고, 아샤 돈페스트 공저 / 곽세라 역 [미니멀 육아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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