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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어려운 건 아니야

창업, 매력과 혼돈 그사이

임신 34주. 걷는 속도가 아주아주 느려졌다. 가족과 함께 걷다 보면, 5분도 안돼서 천천히 가자고 이야기하게 된다.  이 몸뚱이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참이면, 한참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 앞으로 벌어질 예상하지 못할 일들도 한꺼번에 걱정으로 다가온다. 

방향이 중요한 것이지 속도는 문제가 아니라며 나를 다독인다.   



전 직장을 나오면서 법인에 대한 설명을 직장상사분에게 듣게 되었다. 법인은 결국 새로운 사람이고, 연차에 따라 신생아 단계를 거처, 유아기, 사춘기, 성인기를 맞이한다고 말이다. 내가 다녔던 회사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단계별로 겪고 있던 어려움과 고민들이 달랐고, 할 수 있는 능력치도 달랐다. 새삼 성인기에 있는 기업들이 놀라웠고, 대단해 보였다. 이 대단한 일을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이 새로운 생명체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 기업을 책임지고 가는 사람들과 나를 구분 지어 생각했다. 창업을 꿈꾸는 나보다 더 어린 친구들을 만날 때면 너무 신기했다. 어떤 성장배경을 갖고 있으면 저런 대단한 생각을 할까 하며 멋진 사람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웠다. 


그러다 올해, 전혀 새로운 전개를 펼쳐나갔다. 기존에 내가 생각하던 접근법과는 너무나도 달라 지인들도 놀라고, 나 스스로도 놀랐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때 느끼는 두려움은 오히려 결심을 하고 나니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세상에서 겪게 될 작은 실패와 성공들이 기대가 되었다. 이를 통해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되고 한 뼘 더 성장한 나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더 많았다. “세계”와 “나”의 새로운 접점을 통해 짜릿한 경험이 일어날 거라고 긍정적 에너지가 가득한 한 해였다.   

기존에 알던 개념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개념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것이 즐거웠다. 일반적으로 창업할 때 법인은 최대한 천천히 내야 한다는 조언이 있지만, 내 소속을 명확히 하고, 결심을 공고히 하는 측면에서는 법인 설립은 나에게 필요했던 과정이었다. 이제 9개월을 넘어가며 겪어왔던 과정들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내가 가진 기술력으로 시작한 일이 아니었고, 기존 외주 업은 거절하고 있었기 때문에 재정적으로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벌인 일이었기 때문에 어느 단계에 진입했는지, 그리고 다음 단계를 가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는 순간들이 매번 닥쳐왔다. 그럴 때마다 새로운 동료를 찾고, 뜻을 같이할 팀원들을 만날 수 있는 모임을 나갔다. 매번 좋은 이야기만 들을 수 있지는 못했지만,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간혹 만날 때마다 그 끈을 놓지 않고 오게 했던 원동력이 되었다.  


BM과 프레젠테이션을 몇 차례 진행하다 보면, 이상적인 우리의 모습과 현실의 모습을 제대로 알아갈 수 있었다. 냉철한 뼈아픈 이야기로 심장을 맞은 듯할 때도 있었지만, 그 하루를 보내면 다음날 또 다른 해결방법들을 생각해내곤 했다. 해결방법은 언제나 존재하니까. 오히려, 남들이 만들어낸 보편적 기준에 따라 살지 않는 내 삶이 불안하게 느껴질 때마다 스멀스멀 마음속 불안과 함께 우울함이 찾아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 기준을 다시 들여다보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할 수 있도록 마음의 초점을 조절해나간다. 그냥 멍 때리며, 불안과 우울의 고리를 끊어내기도 하고, 가족의 사랑으로 위안을 받기도 한다. 그러면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좌절과 어려움을 겪어내야 하는 스타트업을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나의 이 무모함이 어느새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도전으로 나를 무장시켜준다. 


해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역경을 넘어내는 과정들이 꼭 생사를 걸어야지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디어라운드"라는 신생아와 내 뱃속의 "아이"를 동시에 키워내야 하는 나에겐 모든 걸 걸고 속도전으로 해낼 일이 아니라, 더 정확한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스스로 생각해본다. 

위기와 시련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들이 겪을 당시 무덤덤한 일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새로운 개념을 배울 때 가장 어려운 일은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옛 개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어떤 직장 동료가 이런저런 맥락에서 아무리 봐도 '까탈스러운' 사람 같아 보이더라도 회사 밖에서는 의리 있는 친구이자 자상한 언니이자 정겨운 이모 일지 모른다. 또 그 점을 알고 나면 그 직장 동료를 함부로 판단하기가 힘들어진다. 선뜻 비호의적인 성격 특성 하나만으로 단정 지으면서 그 동료의 인간으로서의 본성, 즉 그 동료의 복잡성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 사람에게는 당신과 그 사람 둘이 함께 놓여 있는 그 순간의 맥락만이 전부가 아님을 명심한다면 마음의 문이 열려 본질주의 사고로는 어림없는 수준의 넓은 도량으로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하고 존경하게 된다.

- 토드 로즈 저/이우일 감수/정미나 역 [평균의 종말] 
ⓛ 모든 것을 홀로 짊어지지 마라 - 당신에게 실망스러운 일이라면 직원들에게는 더욱 큰 실망을 안겨 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가장 큰 책임을 진 사람보다 손실을 힘겹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그 누구도 당신만큼 아파하지는 않는다. 모든 부담을 나눌 수는 없지만, 가능한 한 많은 부담을 나눠라. 존립에 위협을 가하는 문제일지라도 최대한 많은 사람을 모아 해결책을 강구하라. 옵스웨어를 경영하며 너무 많은 거래처를 잃고 있던 시기에 나는 모든 관계자를 모아 회사 전체에 천명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얻어맞고 있다고, 이런 식으로 피를 흘리다가는 곧 죽게 될 것이라고. 하지만 아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만큼 감정에서 자유로웠던 것이다. 직원들은 곧 팀을 규합했고, 옵스웨어를 살려 낼 제품을 만들어 냈다. 

② 염병할 체스판에는 언제든 수가 있다 - 기술 업계는 늘 극도로 복잡해지려는 경향이 있다. 원천기술, 경쟁 상황, 시장, 사람까지 모든 것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한다. 그런 만큼 위기도 많이 생기지만, 반대로 빠져나올 수도 그만큼 다양하다. 영화 ‘스타트렉’에 나오는 3차원 체스판과도 같은 셈이다. 진정 아무런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면 직전 분기 수익 200만 달러에 직원 340명, 이듬해 예상 수익 7,500만 달러인 회사를 상장시키는 것은 어떨까? 나는 그런 수를 두었다. 그것도 기술 기업을 공개하기에 최악의 시기로 인식되던 2001년에 말이다. 6주 동안 쓸 현금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나는 그 수를 두었다. 수는 늘 있기 마련이다. 

③ 최대한 오래 버텨라. 운이 따라 줄 수도 있다 - 기술 업계의 내일은 오늘과 완전히 딴판일 수 있다. 내일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생존하면 오늘 찾지 못한 해법을 내일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④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마라 - 당신이 현재 처한 곤란한 입장은 당신 탓에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당신이 사람들을 고용했고, 또 모든 결정을 내렸으니까. 하지만 당신은 이 일을 맡을 때 이미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없다. 모든 CEO가 숱한 실수를 저지른다. 자신을 평가하고 스스로 낙제점을 주며 자책하는 것은 어떤 일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⑤ 어른과 아이의 차이는 역경을 극복하는 데 있음을 잊지 마라 - 위대해지고 싶다면 역경을 도전 과제로 받아들여라. 위대해지고 싶지 않다면 애초에 회사를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벤 호로위츠 저 / 안진환 역 [하드씽 : 경영의 난제, 어떻게 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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