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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숫자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일이,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돈 = 더 좋은 결과물 ?

오랜시간동안 에이젼시와 컨설팅의 업무는 나에게 매력적이었다. 멋진 회사엔 멋진 동료들이 늘 함께 했었고, 누구보다 빠르게 멋진 트렌드를 파악하여, 그에 못지않은 결과물을 내는 그 과정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고된 야근과 박봉에도 꾸준히 한가지 일을 오래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멋진 회사들은 그만큼 고급인력들이 많았기에 비용이 비쌌고, 클라이언트는 당연히 그 정도 결과물에 대해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었다. 그런 회사를 주로 다녀온 나에게 돈이란 벌어들여야하는 대상이기 전에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하는 것이었다. 


돈이라는 녀석. 두렵다.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거나 적금에 돈을 모으는 용도로만 돈을 사용했고, 그 이외의 용도를 배울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숫자에 매료되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난 정반대로 숫자 다루기를 어려워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손대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신비롭고 이상하고 위협적인 존재라고만 느껴졌다. 0이 일단 100만원 단위 이상이 되면 조 단위 억 단위 인지, 백 단위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불쾌한 사건에 대한 예방주사, 숫자

용기를 갖고 배우기로 마음먹었을 때, 초보수준에 적합한 "회계학 콘서트" 책을 접하게 되었다. 숫자는 단순히 계획하고 있거나 사업을 운영하는데 내일 결정을 반영하는 것일 뿐이이며, 숫자 다루기를 피하기만 하면 곧 재정적 어려움에 빠져 망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 였다. 오히려 숫자는 불쾌한 사건의 발생을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스스로 재무제표를 읽고 이해하는 방법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나를 강하게 설득해주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었다. 


꼭 알아야할 재무제표 4가지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스토리텔링식으로 접근하다보니, 한눈에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얼마나 크게 성장할 것인지 명확한 그림을 전달해주는 요약본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사업계획서에는 네가지 재무제표를 필요로 하는데, 손익 계산서(영업성과), 현금 흐름표(자금운용), 대차 대조표(재무건전성, 자산과 부채), 투자처와 투자자금 사용방법들이 포함된 것이라고 한다.


1. 손익계산서 : 특정 기간의 이익과 손실

자금유입량과 자금지출양을 요약해주는 지표로서, 기업의 수익성을 가장 빨리 알려준다. "총매출"에서 세금을 포함한 모든 비용을 제한 후의 이익총액인 "당기순익"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기간을 기준으로 보여줌으로 순익은 있지만 청구지불할 현금이 없을 수도 있고, 순익은 없지만 가치있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수도 있어 완벽한 재무 상태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2. 현금흐름표 : 특정 기간의 은행의 실제현금 현황

자금유입량과 자금지출양의 흐름을 보여줌으로서,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재무 분석표이다. 손익계산서의 이익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은행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에 관한 것으로  실제 현금 현황이다. 내 주머니속의 현찰말이다. 이때 거대한 재고 관리가 필요한지, 신용 거래가 주를 이루는 사업분야인지 판단이 필요하며, 신규회사일 경우 다른 회사를 참고하여 실제 이익과 비용패턴을 살펴봐야한다. 현금위기에 빠지기 쉬우므로 은행 잔고 관리에 유의해야한다. 


3. 대차대조표 : 특정 기간의 회사의 모든 유형의 자산과 부채의 정도

가장 복잡한 재무제표로 아직 나에겐 현실성이 많이 떨어지게 느껴지는 회사 전체가치를 평가한다. 현금, 재고, 미수금 같은 모든 자산과 미지급금, 급여를 포함한 모든 부채를 나열한다. 투자자로부터 받는 자본도 대차대조표에 포함된다.


4. 투자자금 출처와 사용처 : 자금을 찾고 있는 경우

마지막으로 필요한 재무제표는 투자금에 대한 것이다. 처음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은 자금조달을 누구에게 받고, 어디에 사용될 것인지에 대한 상세 계획서를 갖고 있어야한다. 투자를 받아 미지급금 지불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회사를 시작하고, 성장시키는데 투자금을 사용할 계획을 보여줄 수 있다. 



목표를 향한 우리만의 시스템

재무제표도 누군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계속 파악하고 보는 방법임을 이해하며, 갖고 있던 선입견을 조금씩 지울 수 있었다. 현금위기에 빠지거나, 수익개선을 이루지 못해 기업이 망하지않도록, 어떤 성적표를 기반으로 우리 수익을 판단할 것인지 결정하고 시스템을 마련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숫자"는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에 가닿기 위한 체크리스트 같은 성적표였고, 그에 따라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시스템을 보완하고 실행해가는 과정이다. 


"회계가 엉터리라는 게 아니라 회계의 본질을 말하는 거야. 회계는 자연과학처럼 절대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규칙 속에서 상대적인 진실을 추구하는 거야.  회계는 규칙을 위반하는 것을 싫어해. 자의성이 개입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지.  자의성을 억제하려면 ‘지속적인 규칙 적용’을 전제로 해야만 해.  도로교통법처럼 말이지.”  
-하야시 이츠무 [회계학 콘서트]  


5년의 계획

디어라운드의 미래 5년의 재무제표를 만들어보며, 얼만큼의 순익구조와 현금흐름이 유지되어야 할지 고민하는 지표로서 "숫자"를 보게되었다. 좀더 구체적인 미래를 그려낸 기업 전략문서를 통해, 다양한 파트너사 분과 예비 동료들에게 좀더 와닿는 사업설명을 할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다. 아직 걸음마단계에 있지만, 디어라운드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건강한 "아이"로 자라날 수 있도록 더 공부해야겠다. 아자!







“틀린 곳을 자세히 검토해야 같은 문제에서 실수를 안 하고, 그래야 성적이 오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잘 알고 있군. 월별 계산서는 채점이 끝난 시험지와 같아. 중요한 점은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자신의 약점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아야 한다는 거야." “1개월의 업무 실적을 정리한 성적표가 월별 계산서, 달성해야 할 목표치가 예산이야. 당월 목표를 확실하게 달성하려면 달이 바뀌기 전에 실적을 파악해야 해. 그러니까 유키 양의 생각처럼 당월 업적을 익월에 확인하는 건 너무 늦다는 말이지. 운전에 비유하면 목표 지점을 지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아는 것과 같아" "컴퓨터 시스템이 성공할지 어떨지에 대한 열쇠는 ERP 패키지도 아니고 SI 회사도 아니야. 중요한 것은 경영자가 경영에 필요한 정보를 명확히 정의할 수 있느냐 없느냐지. 다시 말해 정보 책임자는 사장인 유키 양이라는 거야"

- 하야시 아츠무 [회계학 콘서트 : 왜 팔아도 남는 게 없을까? / 왜 내 가게만 장사가 안 될까?]


“결국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경영을 하느냐에 따라서 사회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되너가 사회의 생산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많은 소셜벤처들이 지나치게 가치 지향적으로만 움직이는 것을 보곤 해요. 가치에만 묶여 있으면 기업 운영이 쉽지 않아요. 꼭 소셜 미션과 수익 창출 사이의 균형을 고려해야 합니다. 서로 상반되는 가치가 같이 존속되기 위해서 소셜벤처 기업가에게 꼭 필요한 게 바로 균형 감각이죠."

- 이새롬, 도현명 [젊은 소셜벤처에게 묻다 : 어떻게 비즈니스로 세상을 바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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